저는 이게 참 궁금했어요.
일찍 학습을 시작한 아이들이
늦게 학습을 시작한 아이들보다
공부를 더 못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한데
왜냐하면 통념상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더 잘한다는 관념이 퍼져 있잖아요.
그런데 학습을 더 빨리 시작했던 아이들이
나중엔 왜 더 못하게 되는 걸까요?
더 일찍 시작한 만큼
최소한 더 못하지는 않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인지발달 신경과학자 우샤 고스아미 연구팀은
만 5세에 읽기 교육을 한 아이들과
만 7세에 읽기 교육을 한 아이들을 비교해
어떤 아이들이 더 잘 배우는지를 확인해 보았단 말이죠.
연구 결과
일찍 시작했던 아이들이 더 못한다는 점이 확인되었어요.
똑같은 내용을 가르친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가르치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연구 결과는 대중적인 인식과 상반됩니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연구가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 연구팀은
문자 학습 선행 사교육을 받은 만 5세 아이들을 비교 분석하는
종단 연구를 실시했어요.
이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그리고 3학년이 되었을 때
국어 능력을 비교해 보았는데
결과적으로 조기교육을 받든 안 받든 간에
별다른 차이는 없었으나
조기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국어 실력이
전체적으로 약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독해력의 경우
조기 사교육을 받지 않았던 아이들의 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사교육을 통해 한글을 빨리 배운다고 해서
아이의 읽기 능력이 좋아진 건 아니었다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조기 문자 학습은
기대 효과가 없을뿐더러
일찍 시작할수록 오히려 해롭다는 건데
제가 궁금했던 점은
더 일찍 시작했는데 학습 능력은 오히려 왜 떨어지냐는 겁니다.
이건 조기 학습을 선택했던 부모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겐 많이 억울하지 않겠어요?
특히 그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학습을 일찍 시작했던 아이들이
오히려 학습 능력이 더 떨어지는 이유도
학자들이 잘 설명해 놓았습니다.
너무 이르게 학습을 시작한 아이의 뇌가
학습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뇌 발달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준비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뇌로 학습을 하려다
뇌에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이후에 정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정신 기능의 발달이
방해받아요.
이런 이유로 인해
일찍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시작한 아이들보다
학습 능력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것은 마치
마라톤 경기를 하는데
초반 출발을 엄청나게 빨리 했음에도 불구하고
체력 관리에 실패해
중반에 추월당하는 마라톤 선수들의 모습과도 비슷해요.
체력이 달려 추월당하면
역전은 대체로 불가능합니다.
초반 관리를 잘 못해
체력을 다 써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엔 그렇게 하는 것이 유리할 줄 알았겠죠.
학습을 너무 일찍 시작한 아이들은
초반에 힘을 너무 많이 써서
중반부터 달릴 수 있는 힘이 부족해지는 겁니다.
아이들이 쓸 수 있는 체력은
무한하지 않아요.
그래서 늦게 시작한 아이들에게
오히려 추월 당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추월당하면
다시는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고요.
아이 교육과 관련하여
제가 부모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아이 교육은 좀 느긋하게 하시는 것이
오히려 빨리 갈 수 있는 방식이라는 거예요.
일찍 시작했다가
오히려 더 못하게 될 수 있으니
결코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농부 하나가 모내기를 한 후에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해서 논에 가보니
다른 사람의 벼보다 덜 자란 것 같았어요.
농부는 궁리 끝에
벼의 순을 잡아 빼보니 약간 더 자란 것 같았죠.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하루 종일 벼의 순을 빼느라 힘이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하자
식구들이 기겁하였습니다.
이튿날 농부의 아들이 논에 가보니
벼는 이미 하얗게 말라 죽어버렸음을 목격하였죠.
농부는 벼의 순을 뽑으면
더 빨리 자랄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는데
너무 이른 조기 교육을 선택하는 부모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충분히 잘 성장했을 벼를 뽑아 올려
아이의 학업을 죽게 만드는 일과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 농부는 그저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한글이나 영어나 수학이든
그런 것들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이들이 충분히 잘 배울 수 있는 것들인데
너무 일찍 학습을 시작하는 바람에
아이가 잘 배워야 할 때 배우는 힘이 모자라
학습 결손이 발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예컨대
영어 공부를 너무 빨리 시작하는 아이들은
나중에 영어 공부를 혐오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요.
수학 공부를 너무 빨리 시작하는 아이들은
수학 공부를 싫어해 수포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습 능력의 저하는
필연적으로 학습 동기를 깎아 먹어요.
시기적으로 너무 이른 공부가
아이로 하여금, 공부를 싫어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어린 시절 무리한 학습 경험은
아이의 뇌가 그것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그것이 매우 싫었다는 기억을 가지게 하죠.
그리고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게 되면
다시 좋아지게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
아이가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대체로 사라져 버립니다.
정리하자면
너무 이른 학습으로 인한 부작용은
오랫동안 아이의 학습 태도와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 서두르지 말고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물론 이번 강의의 내용은
한국의 교육 현실과 매우 상반된 내용이겠죠.
그러나 인지발달 이론에 잘 부합하는 올바른 내용입니다.
부디 이 강의의 내용이
부모님들이 아이 교육과 관련하여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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