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정토회)
우리가 이 경우에도 부모를 미워하죠. 미워하는게 무의식세계에 쌓여 있는 거요. 이것은 아마 어릴 때 엄마가 때렸거나, 또 학교를 가거나 공부를 할 때 여자라고 안보 내줬거나, 이런 어떤 것들이 마음에 맺혀서, 의식의 세계엔 나이가 들어 잊어버렸는데, 저 무의식의 세계는 그때의 상처가 아직 남아있다. 그러기 때문에 이것이 늘 작동을 하죠. 그러니까 어떻게 생각해보면 엄마는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고맙죠. 그러니까 愛애에요, 愛애.
그런데 또 내를 안들어주고 나를 괴롭혔다 하는 憎증이 있어, 愛憎애증이 교차한단 말이오. 우리는 보통 부부지간에도 애증의 교차해요. 이게 미움만 있다면 헤어져버렸으면 되죠. 사랑만 있다면 미워할 일이 없는데. 애증이 교차하는 거요. 왜 애증이 교차하느냐? 우리가 욕구가 있기 때문에 그래. 욕구대로 들어주면 좋고, 안 들어주면 미워하고. 이렇게 애증이 교차하는게 일반적인 관계요.
그러니까 이 상담을 통해서 ‘아~ 내 무의식의 세계에 부모에 대한 원망이, 분노가 있구나.’ 하는 거를 알았다는 거까지는 좋은데. 이걸 갖다가 이 분노를 지금까지는 억눌렀기 때문에 해결이 안됐어. 억누르면 안 없어지고 밑으로 내려가 있잖아. 그죠? 이것을 바깥으로 드러내서 만약에 엄마 욕을 한다든지. 그런 치료가 있어요. 엄마 욕을 실컷 해 버린다든지. 엄마 모습을 인형같은거 만들어 놓고 두드려 패버린다든지. 이런 식으로 바깥으로 표출을 하게해서 이것을 제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런 방법은 다시 또 죄책감을 심어 줘요.
그것을 치유하는 하나의 효과위에 또 다른 죄책감을 심기 때문에. 이게 올바른 방법이 아니오. 그러나 이게 너무 억압돼 있는 것은 일단 드러내는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치료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어머니에 대해서 고마운 줄을 알아야 되요. 만약에 대학 가려는데 대학을 안 보내줬다. 고등학교 가려는데 고등학교 안 보내줬다. 이렇게 만약에 이 문제가 걸렸다. 오빠는 보내주고 나는 안 보내줬다. 예를 들어서 이런 문제가 걸렸다고 하면. 안 그러면 밥 먹을 때, 어릴 때, 어때요? 오빠가 나보고 “물 떠와라.” 동생이 나보고 “물 떠와라.” 그래서 내가 “니가 떠다먹어라.” 그랬더니 엄마가 나를 때리면서 “니가 떠와야지, 왜 그래?”
이래도 부모는 벌써 잊어버렸지만은, 어떤 경우에 그런 것도 다 가슴에 맺힙니까? 안 맺힙니까? 맺혀서 오랫동안 여자들이 열등의식이 이런게 맺혀가지고, 세월이 흐르면 사건은 잊어버렸지만은 가슴에는 맺혀 있어요. 이렇게 맺혀 있기 때문에 다시 우리가 딱 깊이 참회를 하고 생각해 보면, 길가는 사람은 아무 나하고 관계가 없죠. 그죠? 그 사람 미워합니까? 안 미워합니까? 안 미워하지. 그런데 내가 부모를 미워하는 거는 낳아주고, 키워주고, 학교 공부시켜주고, 그런데도 미워한다 이거야. 나한테 아무 도움을 안준 사람은 안 미워하고, 도움을 사실 많이 준 부모는 미워한다. 왜 미워할까?
그러니까 ‘부모다’ 하는 이 생각 때문에 그래요. 부모니까 니는 더 줘야 된다, 이거요. 부모니까 니는 끝까지 공부시켜줘야 되고, 니는 이래줘야 되고, 이래줘야 된다, 하는 내 상이 미움이 일어난 거지. 부모가 뭐 잘못해서 미운게 없어요. 부모가 낳아 길거리에 버려놔도, 아무튼 부모덕에 났어? 안났어? 났으니까 고맙게 생각해야 되. 그런데 이게 고마움이 없기 때문에 그래. 내 욕구만 있고 고마움이 없어서 그런 거요. 안 그러면 남의 부모하고 자꾸 비교해가지고 하는 거요.
그래서 이 경우에도 부모에 대해서 감사의 기도를, ‘부모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자꾸 하면 이 미운데 감사의 기도를 하면, 이게 처음에는 모순이 되가지고 기도가 하기 싫고 이래. 그런데 자꾸 이게 하면, 어떠냐? 그 감사한 거 하나하나 떠오르고, 기도를 하면, 처음에는 원망이 되다가, 나중에 참회의 눈물이 나고, 그 다음에 맺혔던 건 사라지면서 감사한 마음이 가슴 절절이 생기고, 그러면 눈물이 그치고, 심리 상태가 맑아져요.
그런데 보통 의외로 부모에 대한 원망이 무의식의 세계에 맺힌 사람이 참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엄마가 돼서 생각하면 억울하죠. 난 정성들여 애를 키웠는데, 애가 부모를 원망한다 그러면. 부모는 자식한테 뭘 내가 잘못했는지 잘 몰라요. 다섯 명의 자식이고, 두 명의 자식이고, 똑같이 키웠다고 생각하지. 누구하나 좋아했다 이런 경우 별로 없죠. 애들은 안 그래요. 엄마는 오빠만 사랑하고 나는 배척했다. 형만 사랑하고 나는 학대했다. 동생만 좋아하고 나는 배척했다. 다 보면 그런 심리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감사의 기도를 하면 된다.
Q2
그러니까 참회를 할 때 후회하는 마음을 내기 때문에 답답해지는 거요. 참회가 그러니까 잘못된 거요.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다고 참회가 아니에요. 후회하는 마음을 내면, 이미 돌아가셔 버렸는데, 내 잘못한 걸 자꾸 후회하면 해결책이 있어? 없어? 없잖아. ‘참회는 후회가 아니다,’ 하는 걸 알으셔야 되. ‘아~ 내가 그게 잘못됐었구나.’ 이렇게 하고 끝나야 되. 그런데 후회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 후회하는 마음은 죄의식이에요. 죄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죠. 그래서 우리가 <罪無自性從心起 죄무자성종심기> 죄라는 것은 본래 씨앗이 없다. 어리석은 마음에서 일어난 거다. 이렇게 우리 천수경에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참회는 상대를 이해하는 게 굉장히 필요한 거요. ‘아~ 그런 상태에서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야.’ 이렇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답답한 거는 제가 보기에는 후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후회하면 안 된다. 후회는 수행이 아니에요. 참회는 후회와 다르다, 이 말이오. 후회하지 마시고, 그냥 정진을 하세요. 그리고 지나가버린걸 갖고 후회하는 것은 상대를 위하는 거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후회는 제대로 못한 자기를 미워하는 마음이 후회에요.
나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할 인간인데 그런 잘못을 내가 저질렀다. 그걸 내가 지금 나를 못 놓는 거요. 이것도 자기에 집착하기 때문에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요. 사람이란 별거 아니에요. 잘못할 수도 있는게 인간이오. 그죠? ‘아~ 내가 그걸 참 잘못했구나.’ 이러고 끝나야 되. 다시는 안해야지. 이러고 끝나야 되. 또 넘어지면 ‘아이고, 또 놓쳤네. 다시 해봐야지.’ 이렇게 가벼워야 되. 이건 무겁거든요. 벌써 ‘내가 잘못했다. 내가 왜 그랬을고.’ 이래가지고 마음이 탁 무거워져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마음이 답답한 거요. 그러니까 가볍게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