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매운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사실일까요?
새들이 정말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프리미엄 앵무새 카페 ‘버드라운지’의 도움을 받아 실험해 보았습니다.
‘버드라운지’에 들어가자마자 앵무새들이 저를 반겨줍니다.
이 앵무새들의 도움을 받아 실험을 해볼 텐데,
우선 실험을 위해 한국에서 재배되는 가장 매운 고추 품종인
청양고추를 준비해 왔습니다.
먼저 매운맛을 확인해 보기 위해 청양고추를 썰어서 하나 먹어보면
혀가 뜨거울 정도로 맵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이런 고추의 매운맛은
‘캡사이신’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그런데 캡사이신은 맛을 감지하는 미각 수용체가 아니라
통증과 온도를 감지하는 감각 수용체에 작용하는 성분이기 때문에
섭취했을 때 통증과 열감이 느껴지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조류는 이러한 캡사이신의 매운맛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어서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앵무새들에게 청양고추를 줘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루피라는 앵무새에게 줬는데
발로 잡고 꼭지 부분을 딴 후에
매운 기색 없이 아주 잘 먹습니다.
다른 앵무새에게도 줘봤는데
부리에 씨를 잔뜩 묻혀가며 먹을 정도로 아주 잘 먹습니다.
새들이 매운 청양고추를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새들은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화끈하고 얼얼한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조류는 캡사이신을 감지하는
감각 수용체의 구조가 포유류와 달라서
캡사이신의 매운맛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이런 캡사이신 가루를 그냥 먹어도 매운맛을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새들은 청양고추보다 훨씬 매운 고추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이것은 고추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고추를 칼로 갈라보면
내부에 씨앗이 가득 들어있죠.
식물이 열매를 만드는 이유는
이러한 내부의 씨앗들을 퍼뜨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포유류는 먹이를 잘게 씹어 먹는 습성이 있고
또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관에서 오랜 시간 분해한 후 배출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씨앗이 파괴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조류는 이빨이 없어서 먹이를 잘게 씹지 않고
소화 과정도 훨씬 짧기 때문에
식물의 씨앗이 배설물을 통해 그대로 배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 새들은 날아다니며 이동 반경이 넓어서
씨앗이 넓은 지역으로 퍼지게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처럼 포유류보다
조류를 이용한 번식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고추는 캡사이신을 만들어내서
포유류를 피해 조류에게 먹히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죠.
가끔 새가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고추를 먹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 표현되기도 하는데
정확한 표현은 그 반대인 거죠.
실제로 2001년 레이처지에 실린 연구를 보면
미국 남부 지역의 한 고추 품종을 기준으로
그 지역에 서식하는 새들의 배설물에서는
발화가 가능한 온전한 고추씨들이 발견되었고
반면에 그곳의 설치류들은 해당 고추뿐만 아니라
비슷하게 생긴 맵지 않은 고추의 섭취까지도 피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죠.
이것은 매운맛을 이용한 고추의 생존 전략이
자연에서 정확하게 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물들의 관계는 정말 신기하죠?
이상하게도 이러한 매운맛 전략은
사람이라는 포유류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사람이 고추의 매운맛을 즐겨서
고추를 재배하게 만들었으니
이것 또한 예상치 못한 성공이 아닐까요?
현재 지구에서는 자연 선택보다는
인간에 의한 선택들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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