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세상보기] 일본 거주민이 묻다 : 북한 주민을 돕자고 말하기 어려워요.

Buddhastudy 2023. 11. 16. 19:15

 

 

저는 일본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북한을 매우 위험한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때문에 전전긍긍할 바에야

차라리 한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한국에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전쟁 반대와 북한주민을 돕자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관점을 가지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요?//

 

 

-인류가 전쟁 역사를 통해 배운 교훈-

 

사람이 어떤 감정이 격해졌을 때

너무 화가 나면 상대를 죽여버리고 싶고

이렇게 감정이 격해지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감정이 가라앉아 차분해지면

조금 더 이성적으로 사실을 사실대로 알기가 쉽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우리 인류는

인간이 너무 이익에 눈이 어두워지거거나

너무 자기만 옳다는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얼마나 어리석은 바보 같은 짓을 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일본 제국주의 말에는 거의 광기라고 할 수 있고

나치도 어때요, 거의 광기라고 할 수 있죠.

 

그 광기에 휩싸이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거예요.

 

그런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치르고

그 광기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거기에서 벗어나 보니까

사실은 인간이라고 할 수가 없고 악마 같은 짓을 한 거예요.

 

그래서 인간은 좀 반성을 하면서

앞으로 아무리 이해관계 충돌로 전쟁을 하더라도

이 전쟁에 직접 관계없는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간인을 죽여도 안 되고 폭격해도 안 된다는 얘기죠.

민간인을 굶겨 죽여서도 안 된다.

 

그다음에 아무리 서로 미워하고

설령 전쟁 중인 적군이라 하더라도

다치면 확인 사살하지 말고 치료해 줘야 한다.

 

아무리 적군이라 하더라도 이미 손을 들고 항복해서

포로로 잡혔으면 사살하지 말고

전쟁이 끝나거나 중간에 송환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자각하게 된 거예요.

 

 

-시대를 역행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쟁에 눈이 어두워 광기가 생기면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쟁이 끝난 뒤에 둘러봐서 아직 살아있으면 확인 사살하고

포로와 민간인도 죽인단 말이에요.

 

지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보세요.

광기에 휩싸이니까 민간인을 학살하지 않습니까?

 

하마스가 민간인을 납치하고 학살했다는 이유를 내세워서

이스라엘이 지금 팔레스타인의 민간인을

엄청나게 학살하지 않습니까.

그냥 무차별 폭격을 하지 않습니까.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학살한 것은 잘못된 거예요.

그걸 두둔하면 안 돼요.

 

그러나 그 이유로 분노해서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죽이는 것은 괜찮다,

나쁜 놈들이니까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됐다는 거예요.

 

근데 광기에 휩싸이면 이렇게 되는 거예요.

적군이라 하더라도 주민들이 굶으면 식량을 지원해야 해요.

 

지금 가자지역을 봉쇄해서 전기를 끊어버리고

물과 식량을 끊어버린다고 하니까

유럽에서는 반대하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는 하마스가 나쁘다,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이스라엘의 그런 행동에 대해 유럽에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얘기하잖아요.

미국 같은 나라는 그냥 함대를 가져오는 식으로 하잖아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을

아무리 유엔(UN)에 회부해도

미국이 반대해서 해결이 안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이 하는 건

뭐든지 다 잘한다고 생각하니까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팔레스타인 점령을 다 무시하고 눈감고 있잖아요.

 

마치 그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우리를 지배한 것을

강대국들이 다 눈감고 그냥 넘어간 것하고 같은 거예요.

 

일제강점에 저항한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를

국제사회에서는 다 테러리스트라고 하잖아요.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망설일 이유 없어-

 

북한 주민들이 미사일을 쏜 것도 아니고

핵무기를 개발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도 북한 독재 정부의 희생자들이라는 거예요.

 

일본 제국주의 시대도 마찬가지예요.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해야지

일본 국민을 미워하면 안 되는 거예요.

 

일본 국민들도 그 시대에

가해자인 동시에 그 안에서는 또 희생자에요.

 

그러니까 일반 북한 주민들은 희생자라는 거예요.

근데 우리는 북한 정부를 미워하면서

북한 주민도 '같이 죽어도 된다, 굶어 죽어도 된다'

'저런 놈 왜 주냐' 라고 하는 게

바로 광기라는 거예요.

 

마음이 흥분이 돼서 그런 얘기를 헤도

(인도적 지원은)유엔 헌장에도 있고, 인권선언에도 있는 거예요.

아무런 차별 없이 누구든지 인간이 굶으면 먹을 걸 줘야 하고

목마르면 마실 걸 줘야 하고

아프면 약을 줘야 해요.

 

예수님은 벌써 2천 년 전에 얘기했고

부처님은 2500년 전에 이미 그렇게 해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성인이 아니라도 인간이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우리가 아무리 서로 감정으로 해서 싸우더라도

민간인을 해쳐서는 안 되고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한다고

이렇게 합의를 본 거예요.

이걸 왜 떳떳하게 얘기 못 합니까?

 

아무리 비난해도 이것은 특정한 종교의 주장이나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 모두가 합의한 내용이에요.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어-

 

러시아가 어떤 이유로든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야지,

무력으로 먼저 침공하는 건 옳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러시아가 다 잘못했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어떤 문제를 힘으로 풀려는 것은 잘못됐다는 거예요.

 

반대로 우크라이나도 침공을 당했다는 이유로

모든 걸 또 무력으로 하려는 것도 올바르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평화협상을 해서 조절을 해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전쟁을 하면 희생만 치르게 되죠.

 

지금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과거에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잘못된 거예요.

 

그렇다고 그 핑계로 팔레스타인을 폭력적으로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행위도 정당화할 수가 없는 거예요.

 

한국 사람이 아니라도 어떤 이유로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가 얘기하는데 망설이고 주저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미국 사람한테 얘기하든, 일본 사람한테 얘기하든, 중국 사람한테 얘기하든

그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두려워할 이유도 없고.

 

 

-인도적 지원과 평화적 해결을 말하라 수 있어야-

 

"까짓 거, 한 판 하지 뭐"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다 전쟁에 안 갑니다.

전쟁에 안 가는 사람들이 주로 그런 얘기를 해요.

안 그러면 전쟁 나면 빨리 도망갈 수 있는

조건에 있는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지.

 

지금 팔레스타인에 전쟁이 일어나서 그 비참한 거 보셨잖아요.

서울이 폭격받아서 박살이 나고

엄청난 수의 수도권 사람들이 남쪽으로 피난을 가고

고층 건물과 아파트들이 전부 미사일 맞아서 부서지면 그게 좋아요?

(그 보복으로) 평양에 있는 건물을 다 때려 부쉈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이건 누구 편드는 게 아니잖아요.

누굴 비난하는 게 아니잖아요.

 

인도적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자는 거고

전쟁을 하지 말고 어떤 문제든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걸 얘기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뭐가 있어요.

 

한 명이라도 듣든 안 듣든

바르게 얘기하는 게 옳지 않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