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괴롭습니다. (2023.09.08.)

Buddhastudy 2023. 11. 29. 19:49

 

 

 저는 남들과 비교하는 제 성격 때문에 고민입니다.

지금 50대인데 고민 끝에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영어도 자신이 없고 나이도 많아서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교재를 구입해서 예습을 정말 열심히 했더니

학교 수업이 너무 쉬웠습니다.

자신감이 붙어 전 과목 만점을 받아서 이 학교에 전설이 되리라하는

새로운 결심이 생겨서

정말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첫 시험 때 제가 50문제 중에서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렸습니다.

한 문제 정도야 용납이 되었지만

반에서 한 문제 틀린 학생이 저 말고도 두 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쉬운 문제를 실수로 틀려서 단독 만점의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속상해 이틀이나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 앉는 학생은 가족과 놀러도 다니고 교회 일도 열심히 하는데

저보다 성적이 좋습니다.

공부에만 올인하는 저로서는 너무 억울하고 속상합니다.

더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성격이

제가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욕심을 버리세요.

예를 들어 제가 젊은 청년하고 100미터 달리기 시합을 한다고 합시다.

청년은 100미터를 13초에 달리고, 저는 25초에 달립니다.

청년이 맨날 놀러 다닐 동안에 저는 주야로 계속 연습을 한다고 해서

제가 청년을 이길 수 있습니까?

청년을 못 이긴다고 제가 열등한 존재인가요?

 

비교할 걸 비교해야죠.

질문자는 욕심이 많다는 것을 넘어서서 약간 모자라기까지 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50대인데 예습을 하니까

학교 공부가 쉬워졌다고 해서

저는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굉장하신 분이다이렇게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말을 끝까지 들어보니

만점을 받아서 일등을 하리라하고 다짐을 했다고 하시네요.

용기는 좋은데 과욕인 것 같습니다.

 

질문자가 만점을 받겠다고 도전하는 것은 좋아요.

그러나 젊은 사람을 이기려고 하고

다른 학생은 맨날 놀고도 나보다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기 질투에 해당합니다.

시기 질투는 옛날부터 죄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죄악 가운데 하나라는 말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엄청나게 자기를 괴롭히는 행위라는 뜻입니다.

 

시기 질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50대에 대학에 입학한 것만 해도 굉장한 겁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전설이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손꼽히는 우등생이 된다면

전설 중에 전설이 되는 거예요.

1등을 해야만 전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

 

질문자도 죽을 때까지 먹고살 만큼 돈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친구분은 매월 1만 달러를 쓰면서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면

질문자는 매월 1천 달러를 쓰면서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

 

질문자가 매월 1만 달러를 쓴다면 그건 범죄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지구는 기후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이 뭘까요?

사람들이 소비를 너무 많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비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하는 사람은

본받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

지구와 인류를 망치는 원흉으로 봐야 합니다.

앞으로 과소비 행위는 범죄로 규정해야 합니다.

 

사람 한 명을 살해한 범인에게는 정상 참작을 하더라도

징역 10년 이상의 형에 처합니다.

그런데 소비를 과하게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수천 명이나 수만 명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소비는 중대 범죄로 봐야 해요.

앞으로 사회적인 인식이 점점 그렇게 바뀌어 가야 합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는 과소비를 처벌의 대상으로 봐야 해요.

 

기후 위기를 막으려면 재산이 많은 것은 허용하되

한 달에 얼마 이상 소비하면 안 된다는 소비상한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매월 일정 금액 이상 소비하면

인류를 공멸로 빠뜨리는 범죄에 해당하므로

얼마 이상 소비하는 것은 범죄이다하는 법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현재의 기후 위기를 막아 낼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공멸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것은 절대로 본받을 것이 못 됩니다.

 

질문자의 얘기는 그런 범죄를 본받고 싶다는 말과 같아요.

마약 중독자를 본받고 싶다는 말과 똑같다는 얘기예요.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도 돈 많고 과소비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다면

모두 범죄를 동경하는 사람에 해당하는 겁니다.

 

이곳 밴쿠버에 사시는 분들은

최근에 기후변화로 인해 일어난 산불로 고생을 많이 하셨죠?

그 일을 겪고도 질문자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아요.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야 인류가 정신을 차릴까요?

과소비는 절대 본받을 것이 못 됩니다.

오히려 그것을 경멸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해요.

 

...

 

돈이 없어서 안 쓰는 게 쉬울까요?

돈이 있어도 지구를 위해서 안 쓰는 게 더 쉬울까요?

돈이 없어서 안 쓰는 게 훨씬 더 쉽습니다.

돈이 많이 있는데 쓰고 싶어도 못 쓰게 하면 그것도 큰 고통이에요

 

저는 우리가 이렇게 소비주의를 계속 따라가는 것을

소비 중독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마약 중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피해가 큽니다.

그래서 반드시 소비 중독에서 벗어나야 해요.

 

현재 유럽에서는 10대에서 20대의 젊은 세대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집에서 부모가 음식을 여러 가지로 푸짐하게 차리면

아이들이 다 먹지 않고 간단히 먹고 가버립니다.

제가 아는 분의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요,

새 옷을 사 입지 않고 신발도 다 떨어진 것을 신고 다닌다고 합니다.

부모가 아무리 새 옷을 입으라고 사정해도 말을 안 듣는다고 해요.

이런 것들이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히피문화가 있었듯이

지금의 기후 위기 시대에 청소년들은

부모 세대와는 다른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거예요.

가난한 집에 사는 아이들이 그런 게 아니라

부잣집에 사는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얼마 전 유럽에서 강연을 할 때 받은 질문에도 비슷한 게 있었어요.

부모가 아이들에게 요리를 푸짐하게 해 줘도 안 먹는다는 겁니다.

아이는 아침에 오이 하나, 삶은 감자 하나만 먹고

바로 등교한다고 해요.

그래서 질문하신 그 부모가 속이 탄다고 난리였어요.

 

예전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계속 바뀌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며칠 전 파리에서 한 즉문즉설 강연에서는

어떤 부인이 남편이 목욕을 안 해서 못 살겠다고 고민을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 집에 성인이 나셨네요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기후 위기를 살리는 성인이 나셨다는 뜻입니다.

 

너무 자주 씻는 것은 몸에도 좋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 사람들은 너무 자주 씻고 소비도 심하죠.

천벌을 받아야 할 만큼 소비가 심하고 분리수거도 안 합니다.

 

지금 인류는 소비주의로 인해 멸망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역사를 봐도 옛날 왕족들이 과소비를 해서 나라를 망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런 왕을 부러워했지만

결국 그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잖아요.

 

이처럼 과소비는 지구의 기후 위기를 가속화해서

인류를 고통에 빠뜨립니다.

절대 소비주의를 본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부러워하면서 열등의식을 느낄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관을 먼저 바로 잡으셔야 해요.

 

저는 큰 집에 사는 사람을 볼 때마다

청소하기 정말 어렵겠다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집에 살았으면 좋겠다이런 생각은 전혀 안 들어요.

방이 넓은 것을 좋아하면

학교를 빌려서 교실에서 주무세요.

교실이야말로 얼마나 넓습니까?

 

인생관이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인생관으로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얼마나 많이 죽고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야

이런 방식은 정말 잘못 됐구나하고 이렇게 느낄까요?

 

아편전쟁 당시에 중국 사람들은

모두가 마약에 병든 후에야 마약의 위험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들은

이것은 정말 우리를 위험에 빠뜨린다하고 미리 자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결국

절반 이상이 죽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게 될 겁니다.

 

요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전 세계인들의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다시 갈등과 경쟁으로 치닫게 되면서

기후 위기는 막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큰 피해를 입은 후에야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을 절대 부러워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또 욕하지도 마세요.

불쌍히 여기세요.

쯧쯧쯧, 아이고 불쌍해라.

구더기가 다시 똥통으로 들어가는구나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

 

앞으로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경쟁하지 말고

적게 소비하는 것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그래서 적게 쓰는 사람이 존중받고 남들의 부러움을 사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지구 환경은

금방 탄소 제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소비 중독에 빠져 있어서 그렇게 잘 안 되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