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11년째 연기하고 있지만 늘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두려워요. (2023.12.02.)

Buddhastudy 2024. 1. 16. 19:55

 

저는 11년째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이 길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약해지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한 해 한 해를 버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연말이 되고 새해가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문득 내년에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만약 이게 커리어의 끝이면 어떡하나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들이 밀려옵니다.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그런데 죽지 않는 이상 올해 연기 인생이 끝날 이유가 뭐가 있어요?

 

...

 

제가 연예계에서 일해 보지 않아서 속사정을 다 아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냥 제가 생각하는 대로 편하게 이야기할게요.

 

10대나 20대 신인 배우가 활동을 시작할 때는

대부분 외모에 비중을 많이 두는 것 같아요.

우리가 신인이 등장했다고 하면서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상당 부분 외모로 판가름이 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배우 생활 10년이 넘어가는 사람이

계속 얼굴로만 승부를 보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마치 부잣집 자식이

평생 부모한테서 받은 것만 쓰면서 사는 것과 다름없는 자세가 아닌가 싶어요.

외모로만 승부를 건다는 건

그저 부모를 잘 둔 덕을 봐서

인물만 가지고 살아가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연기력으로 승부를 건다고 생각해 보세요.

연기력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늘어 갑니다.

나이가 들어가는데 연기력이 예전보다 못해질 일은 없잖아요.

 

질문자가 지금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나이가 서른이 넘고 마흔이 되어가는데도

계속 20대 때의 얼굴이나 몸매를 가지고 승부를 걸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들과 외모를 자꾸 비교하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이 아닐까요?

 

나이를 먹고 30대에 접어들었다면

20대들과 자꾸 외모로 비교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외모로 덕을 보는 일은 20대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나는 내 나이에 맞는 쪽으로 위치를 옮겨가야 해요.

 

나이가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었는데도

성형을 하거나 몸매를 가꿔서 20대의 모습을 연기하려고 한다면

잠깐은 통할지 몰라도

얼마 안 가서 20대한테 밀리게 됩니다.

20대는 새로운 인력이 계속 유입되기 때문에 경쟁도 점점 치열해집니다.

 

그러나 40대에는 40대에 맞는 역할을 하고

50대에는 50대에 맞는 역할을 하고

60대에는 60대에 맞는 역할을 하면

경쟁이 더 심해질 이유가 없어요.

갑자기 50대 연기자들이 늘어날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10대와 20대에서 신인들이 계속 등장하죠.

 

물론 연기자든 가수든 간혹 뒤늦게 데뷔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연령대에 맞는 연기를 추구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경쟁자들이 줄어드는 일만 생기지

경쟁자들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물론 40대 역할을 기용하는 드라마가 많지 않아서

경쟁이 심해질 수는 있겠지만

경쟁자가 더 많아지거나 신인들이 계속 치고 올라와서

경쟁이 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질문자의 고민은

기본적으로 젊은 연령층과 계속 경쟁하려는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

나이가 들수록 불리해지고, 엄청나게 애를 써야 해요.

 

20대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생긴 대로 나와도 되지만,

40대가 20대 분장을 하려면

체력도 단련해야 하고, 얼굴에 화장도 많이 해야 하고,

엄청나게 일이 많아집니다.

, 그렇게 해도 따라간다는 보장도 없어요.

 

굳이 그렇게 애쓸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그 자리는 그 나이에 맞는 사람들이 하도록 넘겨주고,

자기는 자기 나이대에 맞는 역할로 옮겨가서

그에 맞는 배역을 계발해 가는 쪽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영화를 봐도 꼭 잘생긴 사람만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인물이 좋은 사람은 주인공을 맡을 때는 좋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특징 있게 생길수록 역할을 많이 맡을 수 있습니다.

 

또 멜로드라마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올지 모르지만

요즘에는 50대 연기자들도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잖아요.

오징어 게임에 나온 할아버지 배우가 상을 받았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거든요.

 

옛날에는 젊은 미모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요즘에는 오히려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그리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달라져야 하고

연기에 대해서도 관점을 바꿔서 접근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한 집 건너 한 명이 가수 지망생이고

한 집 건너 한 명이 배우 지망생이라고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분야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러니 10대와 20대들은 더욱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젊어서 일찍 유명해지는 것을 그렇게 부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왜냐하면 일찍 유명해지면 10명 중에 1명 정도 빼고는

대부분 그 인기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인기가 빨리 식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스님들도 젊어서 유명해지거나, 인물이 좋아서 널리 알려지면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법륜 스님처럼 나이가 들어서 세상에 알려져야

오랫동안 이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젊어서 너무 알려지면 오래가기가 힘들어요.

왜냐하면 젊어서 인기를 얻으면 심리가 들뜨기 때문입니다.

 

수행을 엄청나게 하고 마음공부를 많이 해서

외부의 인기를 자기로 삼지 않을 수 있어야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데,

대부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잘난체하다가

남녀 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구설에 휘말리거나 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일찍 활동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젊어서 너무 유명해지거나, 외모가 너무 뛰어나면

나이가 들수록 굉장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우리처럼 평범하게 생긴 사람은

젊을 때도 이렇게 대충 생겼고 늙어서도 이렇게 대충 생겼기 때문에

나이가 든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될 게 없어요.

 

그러나 젊을 때 가진 미모라는 건 나이가 들면서 많이 바뀝니다.

그걸 유지하려면 성형도 해야 하고, 비싼 화장품도 써야 하고

운동도 많이 해야 하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해도

결국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거울을 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큰 심리적 충격을 받습니다.

 

이런 점에서 인생은 공평한 거예요.

젊어서 미모를 지녔거나 무언가를 많이 가졌다면

반드시 세월이 흐르면서 그만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만약 외모로 자기를 삼으면

외모를 잃을 때 그만큼의 괴로움이 생겨요.

예술 분야에서도 아주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대회에 나가서 수상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사람들 중에 구설에 휘말리거나 우울증에 걸려서

자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두문불출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요.

 

저도 이런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 너무 젊은 나이에 유명해져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남자들은 젊어서 유명해지면

여자 문제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 누렸던 인기와 열광에 취해서 그걸 못 내려놓기 때문에

스님 같은 사람을 만나도 잘 안 깨져요.

괴로워하면서도 못 내려놓습니다.

그것만 탁 놔버리면 얼마든지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데

그렇게 못합니다.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기가 입은 피해에 대한 원망이 아주 심합니다.

 

특히 연예인들이 이런 일을 많이 겪기 때문에

길벗과 같은 모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예인은 안 유명해져도 상처를 입고

유명해지면 거기에 겉멋이 들어서 삶이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활동을 해서

대기만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좋아요.

그렇게 되면 특별히 사고도 안 나고,

사람도 겸손해지고, 연기력도 점차 좋아지고

전체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삶이 더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질문자도 자꾸 젊은 사람과 경쟁하려고 하지 말고

나이에 맞게끔 연기를 해보세요.

또 일이 없을 때는 조금 쉬고요.

다른 사람도 먹고살아야죠.

다른 배우도 역할을 맡도록 해주세요.

 

그렇다고 나한테 역할이 왔는데도

억지로 다른 사람한테 주려고 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그만큼 보살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나한테 배역이 오면 충실히 임하되

다른 사람한테 가는 배역까지

곁눈질해 가면서 뺏을 생각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돈만 벌지 말고, 이렇게 봉사도 하고, 수행도 하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면 좋겠어요.

오직 목표 달성만 생각하고 불안해하며 사는 건 오히려 불행입니다.

 

새해에는 나를 안 불러줘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여유를 갖고 살아보세요.

그러나 연기 연습을 꾸준히 해서 실력을 갖춰나가는 것은 필요합니다.

인생살이 자체가 연기 연습이에요.

여러 인생을 살아봐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지

그저 기술적으로 연기를 하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세상 경험도 좀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자세를 가져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