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문제 제기를 했더니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습니다. (2024.04.12.)

Buddhastudy 2024. 4. 22. 20:24

 

 

저는 평소에 불안도가 좀 높은 편입니다.

최근에 작은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했습니다.

그런데 2주 만에 해고를 당했습니다.

입사 전에 들은 내용과 실제 업무가 좀 달라서 사장님께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원래 저는 두 명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퇴사하면서

빈자리에 들어가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입사 후에 보니 남은 한 분도 곧 휴직하시기로 해서

제가 두 분의 일을 모두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사장님의 비서 업무까지 추가되었습니다.

모두 입사 전에 안내받은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일을 다 잘할 수 있을지 너무 불안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메일로 부드럽게 의사를 전했습니다.

휴직자를 대체할 사람을 조금 빨리 충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회사가 좀 더 성장하면

비서는 별도로 채용해 주시길 바랍니다하는 내용으로 메일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그 일로 저를 바로 해고했습니다.

연세가 좀 있는 분이라

아랫사람의 문제 제기에 화가 많이 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좀 너무하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노동부에 신고하라며 화를 내셨고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억울해서 부당해고를 신고했습니다.

40일 뒤에 부당해고 심사가 있습니다.

그 후 자꾸 자책을 하게 되고

그때 좀 참을걸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는 어떤 마음으로 부당해고 심사를 준비해야 할까요?

지금 마음은 두렵습니다.//

 

 

부당해고 심사를 통해 복직을 하더라도

질문자가 회사에 정상적으로 다닐 수 있을까요?

직원이 많은 큰 회사라면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작은 회사에서

더군다나 사장님과의 갈등으로 일어난 일이라면

더더욱 회사를 계속 다니기가 어려울 거예요.

 

직원이 회사에 어떤 의견을 냈다고

그걸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 맞습니다.

막상 회사에 다녀보니

그전에 설명한 것과 다르다고 업무 조정을 건의할 수도 있고

해고가 부당하다고 심사 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은

오늘 이렇게 하기로 했다가

내일 저렇게 하기로 바뀔 수 있습니다.

 

세상일이 그렇습니다.

전에는 이렇게 하기로 했는데, 지금 와서 왜 바꾸느냐?’ 하면서 너무 따지면

세상 살기가 좀 어렵습니다.

 

질문자가 입사 전에 들은 내용과 업무가 전혀 다르다면

회사에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지만

그 외에 업무가 많아서 힘들다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가령 전에 두 사람 하던 일을 제가 혼자 하니 힘듭니다. 고려 바랍니다하면서

제안하는 것과

한 사람 몫으로 채용해 놓고, 왜 두 사람 몫을 요구하느냐하고 항의하는 것은

서로 성격이 다르거든요.

 

만약 질문자가 이렇게 두 사람 몫을 한다며

항의하듯 문제를 제기했다면

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고 사유는 부당한 것이 맞습니다.

그러니 일이 힘들어서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걸로 해고를 당한 것에 대해 위축되거나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당하게 부당해고 심사 신청을 하면 됩니다.

또 부당하지 않다고 판결이 나더라도

수긍하고 다른 일을 찾으면 됩니다.

부당해고로 판결이 난다면 다시 출근할 수 있게 되겠죠.

또 회사로부터 그동안의 정신적 피해나 급여도 보상받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회사를 다닐 때는

불편함을 좀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두려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부당해고에 대해

법으로 그 권리를 보장받고 있으니까요.

 

또 심사에서 정당한 해고로 판결이 나더라도 좀 억울하시겠지만,

현재 법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부당해고로 판결이 난다면

회사가 법을 어겼으니

질문자가 보상받는 건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담담하게 진행하시면 되겠습니다.

 

부당해고로 결정되었을 때의 복직 문제는

그때 가서 회사와 협의하면 됩니다.

회사와 협의해서 복직을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되

그에 대한 배상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도 있습니다.

 

...

 

즉문즉설이란

어떤 답을 찾아서 얘기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렇게 고민을 내놓고 서로 대화하다 보면

내가 관점을 잘못 잡았구나’,

내가 욕심이 좀 많았구나’,

내가 집착을 너무 했구나’,

내가 편견을 가졌구나하고 자각하게 됩니다.

 

이런 자각을 통해 움켜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게 되면

괴로움이 사라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진리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어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늘 깨어있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