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서는 통일을 하려면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그들에게 이익을 줘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통일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이 남쪽으로 몰려와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보기에는 북한이 남한에 흡수되는 통일 방법만 상상이 됩니다.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통일된 남북한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남북의 문호가 열리면 북한 주민들이 모두 내려올까?
두 개의 사회, 집단, 나라가 있을 때
한쪽이 잘 살고 한쪽이 못 살 경우
만약 장벽을 허물면
물통에 물이 하나는 많고 하나는 적은데
양쪽으로 물이 움직이게 하면
윗물이 줄고 아랫물이 올라와서 수평을 이루는 것처럼
차이 나는 두 사회가 개방을 하게 되면
인구 이동이 일어나게 됩니다.
만약 A라는 사회의 GDP가 만 불이고
B라는 사회의 GDP가 천 불이라 하면
평균적으로 인구가 얼마나 이동하느냐 하는 통계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5천 불일 때는 얼마나 이동하느냐 하는 것도 있고.
7천 불쯤 되면 거의 이동이 없답니다.
경제력에 차이가 있어도.
이동하면 그곳에 가서 적응하고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않습니까.
예전에 미국과 우리나라 사이에서 보면
미국이 잘 살고 우리가 못 살았잖아요.
당시 1인당 GNP가 10배도 더 차이 났었어요.
그때 우리나라에서 미국 쪽으로 이민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다 이민 갔냐면 아니지 않습니까?
5천만 인구 중에 한 2백만 정도 갔습니다.
지금은 어떠냐면 가기도 하지만 오는 사람이 있어요.
지금은 (가고 오는 사람)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지금 미국 1인당 GDP가 대략 5만 불, 6만 불 수준이고
우리가 지금 대략 3만 불 수준입니다.
두 배 차이 나는 정도지만
'구매력'이라 해서 물가와 비교해 보면
대략 1.5배밖에 차이가 안 나는 편이에요.
미국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민을) 가고
미국에 살다가 나이 든 사람은 (한국으로) 오는 것처럼
이런 교류는 항상 있습니다. 어떤 나라든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서 인도 가서 사는 사람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부탄 가서 사는 사람도 있어요.
그 나라가 잘 살아서 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은 그 사람의 기호에요.
'북한과 남쪽이 문호를 열면 (북한 주민이) 다 올 거다'라는 생각은
질문자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에요.
지금 러시아가 사는 것도 어렵고 전쟁도 하고 독재니
러시아 사람들이 다 외국으로 도망가야 할 거 아니에요.
자기가 살던 땅을 함부로 버리기가 어렵습니다.
일부 이동을 하죠.
만약 남북 간에 문호를 완전히 열어버린다면
북한 인구가 2천500만 명이라 했을 때
적어도 500만 명 정도는 내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정도 (경제력에서) 차이가 난다면.
+++서독이 동독 주민의 이주를 감소시킨 여러 방법들
(독일 통일 당시) 동독에서 500만 명이 서독으로 온다 가정했을 때
그 사람들 집을 다 지어야 하잖아요.
그 사람들 직장 다 알선해야 하잖아요.
사회 인프라, 도로, 자동차, 상하수도 이런 것을 다 갖춰야 하잖아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고 예상되었어요.
(서독으로) 오지 말고 동독에 살면 도와주는 것이 돈이 더 적게 든다는 거예요.
(동독사람들이) 못 넘어오도록 (서독에서) 어떻게 했느냐면
그 당시 국제 시세로 서독 화폐의 절반밖에 안 되는 동독 화폐를
같은 가치로 처리해 줬어요.
동독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자기 가진 돈의 두 배를 벌었죠.
화폐를 교환하는 데 1인당 얼마까지만 가능하게 정했어요.
우리로 치면 '1천만 원까지만 바꿔준다' 이렇게 정해놓았는데
1천만 원도 없는 사람이 있겠지만 몇 억 있는 사람도 있을 것 아니에요.
당 간부들 이런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은 돈 없는 사람한테 돈을 줘서
그 사람 명의로 바꿔라고 하는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날 거 아니에요.
이런 것을 일일이 밝히지 않은 거예요.
공산당 지배 세력들도 이익이 생겨야 다른 불만을 덜 토로할 거 아니겠어요.
사회를 일단 안정시켰는데 그래도 오는 사람이 있죠.
그럼에도 (서독으로) 오는 몇십만 명은 받아서 대응을 하고
동독에 인프라, 즉 지속적으로 도로를 설치하고 해서
제가 독일에 갔을 때는 (통일 후) 2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양쪽 환경에 차이가 났었어요.
다 개발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요.
지금은 거의 차이가 없어진 상태입니다. (통일 후) 30년이 넘었지 않습니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에요.
(북한 주민이) 다 온다 하는 것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고
많이 올 것은 사실이에요.
+++숟가락을 들고 넘어오는데 어떻게 총으로 막아요?
현재 우리 경제력으로 봤을 때
북한에서 500만 정도 몰려 내려온다면
우리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 했을 때
현재 많은 경제학자들이 '감당할 수 없다' 이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통일을 안 해야 하나'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 북한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에요.
자꾸 북한을 무너뜨리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에요.
왜냐하면 저절로 무너져도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우리는 무너뜨릴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동독처럼 저절로 무너져서 (주민들이) 넘어오면 어떡하겠는가.
감당할 수 없으니까 휴전선을 군대로 막아 못 넘어오게 해야 하는가.
이것은 인도주의 원칙에 안 맞습니다.
(통일에 여러 문제가 있었다 해서) 제가 독일 장관에게
통일 안 하면 될 거 아니냐고 했어요.
서독은 통일을 하려고 안 했다는 거예요.
동독 사람들이 투표해서 이런 결론을 내버린 거예요.
그러고는 국경을 넘어왔는데
그분 얘기가
'그 사람들이 총을 들고 넘어오면 총으로 막으면 되는데
숟가락을 들고 넘어오는데 어떻게 총으로 막느냐'
이렇게 표현을 했어요.
그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에요.
그럴 때는 어렵더라도 감당해야 한다는 거예요.
'감당 못 하니까 안 된다'는 것은 우리 민주 이념에 맞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합리적인 통일의 방법은?
북한 체제를 당분간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먼저 모색하고
북한도 어느 정도 발전하고
남한도 더 발전을 해서 차이가 적을 때 통일하면
부담도 적고 북한 사람도 자신감이 생기는 이런 것이 좋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세상은 꼭 이상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죠.
급격한 변화에 의해서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남북한이 통일이 되면 많은 이익이 되는 것은 맞는데
억지로 통일하려면 군사 충돌이 일어나서
통일해서 얻는 이익보다 그 과정에서 파괴가 더 심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이익이 없다는 얘기에요.
전쟁은 안 하더라도 북한을 무너뜨려서 통일을 하자는 것도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합니다.
즉 우리가 부담을 해야 된다는 얘기에요.
북한이란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도 당분간은 평화가 중요하고
상호 이익이 되도록 해 나가면서
'적절한 시기에, 서로가 원할 때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합리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북쪽도 자기 정치적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남쪽도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정치인들은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하고 여러 행동을 합니다.
어떤 한 체제가 무너져 버렸을 때는
이런 합리성은 필요가 없고 일단 주어진 조건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통일하면 많은 이익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섣불리 힘으로, 강제로 모험을 해서 통일하는 것은
그 과정에도 많은 피해가 있고
이후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일이 있고 혼란이 있다는 거예요.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는 거예요.
평화적으로 합의하에.
'북한하고 합의가 되겠냐' 묻는데
그래서 지금 통일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합의가 안 되면) 시간이 좀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전쟁을 피하고 통일은 해야하는 이유
올해로 70년간 전쟁이 일시적으로 멈춰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종결된 것이 아닙니다.
올해는 휴전을 종결시키고
'종전', 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이렇게 계속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는 거죠.
요즘은 우리가 조금 힘이 세니까
일부에서는 북한은 독재고 못 살고 하니까
'며칠만 밀어붙여 버리면 끝난다'
지금 이런 유혹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똑같이 73년 전에 북한이 생각하기에
남쪽에서 데모도 하고 못살고 하니까
밀어붙이면 통일이 가능하다 했는데
예상대로 안 돼서 300만이나 죽고 엄청난 피해를 입었잖아요.
전쟁의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
여러 불만이 있어 섣불리 '전쟁하자' 하지만
(전쟁은) 예측대로 안 됩니다.
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일주일이면 확 밀어붙일 것 같은데
1년이 다 돼가도 안 되지 않습니까.
전쟁이라는 것은 생각대로 안 됩니다.
우리 사회는 자꾸 전쟁을 쉽게 생각하고
'까짓거 한 번 하지' 이렇게 생각하고
평화를 생각하는 사람을 자꾸 겁쟁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어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것은 예기치 못하는 많은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전쟁을) 안 해봤으면 몰라도
그런 전쟁을 두 번 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서로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데 서로 지금 불신하잖아요.
우리는 '북쪽에서 남쪽을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북쪽은 '남쪽이 미국하고 연합해서 쳐들어올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서로 군비를 계속 증강하고 있는 거예요.
'함부로 전쟁을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통일을 통해 민족의 부흥을 꾀해야 하나
아무리 통일이 우리에게 좋아도
전쟁을 통해 통일하자는 것은 어리석다
항상 평화를 딛고 통일로 가야 한다.
평화가 우선이고
'평화만 되면 되지 통일은 필요 없다' 이것보다는
'평화를 딛고 가능하면 통일로 가야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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