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34. 해준 거 없이 받으려는 아빠

Buddhastudy 2023. 8. 10. 20:42

 

 

자라는 동안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빠한테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빠가 저에게 무언가를 바랄 때마다 마음속에서 화가 나고 슬픕니다.//

 

 

아빠가 자기를 어릴 때 좀 충분히 지원을 안 했다는 것은

아빠가 경제력이 있었다는 거예요? 없었다는 거예요?

없었습니다.

 

그러면 젊을 때도 경제력 없는 사람이

늙어서 경제력이 있을까? 없을까?

얘기해 봐요.

 

근데 남도 아니고 자기 딸이

경제력이 조금 있으면 도움을 요청할까? 안 할까?

그래, 너무 당연한데 그게 뭐가 이상해.

 

근데 아빠가 경제력이 있어서 자기를 도와줬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기 경제력이 있는데

딸한테 뭣 때문에 도움을 달라 그러겠어.

 

그러니까 자기는 내가 어릴 때 도와주지도 안 해놓고 왜 지금 도움을 얻나?

그건 자기 생각이고

객관적으로 보면

경제력 없기 때문에 어릴 때 못 도와줬고

젊어서도 경제력이 없었기 때문에 늙어서는 더 경제력이 없고

더 경제력이 없으니까

내가 어릴 때는 나보고 달라 소리는 안 했잖아,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근데 내가 이제 컸으니까 좀 도와달라고 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이치 아니야 .

그걸 내가 응할 건지 안 할 건지는 내가 결정하면 돼.

그러나 아빠의 행동에 무슨 괘씸하다든지 잘못됐다든지

이런 거는 자기 생각이지 관점이 잘못됐어.

 

아빠는 젊어서도 경제력이 없었으면

늙었으면 경제력이 더 없을 거 아니야.

근데 자기가 경제력이 있으니까 당연히 손을 벌릴 수밖에 없잖아.

근데 그게 왜 이상한 거야?

 

그러나 내가 이제

나는 도와주고 싶지 않다 하면

아버지 죄송합니다, 저는 도울 형편이 못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건 아무 잘못이 아니에요.

 

근데 자기가 그냥 도와주고 싶지 않다 해야지

어릴 때는 나한테 안 도와줬잖아

그래서 괘씸해서 난 너 안 도와줄 거야

이건 잘못된 거라는 거야.

 

어려서 아버지가 경제력이 없는데

자기 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도와줘.

 

그러니까 그건 자기가 다른 애들 쳐다보고

다른 애들은 아빠가 도와주니까 그게 부러워서

아버지를 미워한 거지

아버지가 자기 학교 다닐 때 용돈을 뺏어간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자녀를 못 도와준 부모심정은 어떻겠어?

돈 못 받은 너도 마음 아팠겠지만

그거를 도와주지 못하는 아빠도, 형편이 안 되고 못 도와준 아빠도 마음 편하겠어?

 

어떤 부모도 다 자식한테 도와주면서 생색내고 싶지.

자식을 못 도와줘서 체면 안 서고 싶은 사람이 이 세상에 누가 있겠어?

정신병자 아니고는.

 

그러니까 미워하는 건 옳지가 않아.

그러고 미워했기 때문에 괘씸하다고 안 도와주겠다

이건 잘못된 거야.

그냥 아빠는 늘 경제력 없이 저래 사는데 도와줘 봤자 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니까

나는 그런 일에는 돈 쓰고 싶지 않다.

이러면 거절하면 돼.

거절하는 건 아무런 불효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야.

거절하면 돼요, 그냥.

 

근데 거절할 때 핑계를 괘씸하다든지 뭐 섭섭하던지

이거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거는 알고 .

 

아버지가 뭐 잘못해서 무슨 징벌로 이렇게 하면 안 되고

그냥 내가 도와주고 싶지 않으면 거절할 자유가 있다, 이런 얘기에요.

거절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안 도와주고 나서 마음이 더 아프면

아버지를 위해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누구를 위해서도 도운다?

내 아픈 마음을 위해서 돈을 쓰는 거지, 아버지를 위해서 도와주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버지는 형편이 안 되니까 요청을 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그다음 또 그 요청에 응할 건지 안 응할 건지는 내 자유고

도움을 요청하는 건 아버지 자유이고

그 아버지 자유를 박탈하려고 하지 마라, 이런 얘기에요.

 

그래서 관계를 자유롭게 가지세요.

미워하지도 말고

애정을 갖지도 말고

그냥 형편 되면 도와드리고

형편이 되어도 도와주고 싶지 않으면 안 도와드리고.

 

...

 

자기가 힘든 거는 아빠 잘못이에요? 자기 잘못이에요?

아빠가 형편이 안 돼서 내 못 도와줘서 내가 힘들었는데

그 힘든 거는

내가 어린 마음으로 어리석어서 그런 거예요? 아빠 잘못이에요?

 

그게 분명하면 돼.

내가 그 바보같이, 어려서, 어린 마음에

아빠가 도와줬으면 하는데 안 도와줘서 섭섭했다

근데 내가 그때 어리석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근데 그걸 아빠한테 얘기해서 뭐 해

아 그때 내가 어리석었구나

어린 마음에 그런 생각을 했구나

그때는 그럴 수 있지만 어른이 돼서 돌아보니 어리석었구나

이러면 끝이지.

 

안 도와주고 싶으면 핑계를 그걸로 대면 돼요.

안 도와주고 싶어서 저는 싫습니다이러니까

막 뭐라 그러고 그러면

이제 자기가 그 말 해도 돼.

 

나도 옛날에 아빠가 제대로 안 도와줘서 나도 섭섭했어요

그러니까 아버지도 내 심정 한번 겪어 봐야 돼.”

이렇게 딱 독설을 하면 좋지.

그럼 속이 시원할 거야.ㅎㅎ

 

얘기하는 거는 괜찮아요.

친해질 때 얘기하는 거지.

사이가 안 좋을 때 할 얘기는 아니에요.

사이가 안 좋을 때는 그거는 찌르고 싶을 때 그런 얘기를 하는 거고

사이가 좋아지면 한을 푸는 거지

아빠, 원망해서 미안한데

어릴 때 아빠가 다른 애들은 아빠가 도와주는데

아빠가 안 도와줘서

난 어릴 때 참 그게 속상하고 섭섭하고 마음 아팠어

이렇게 얘기해 주는 건 좋지.

 

근데 지금 그 질문자의 아빠를 보면

그렇게 말하면

아이고 미안하다.

그때 내가 널 잘못되어서 미안하다

이런 말 나올 확률은 10%도 안 돼.

 

그때 왜냐하면

그분은 자기 살기도 바빠서 헐떡거렸기 때문에

자식 생각할 여가가 없었어.

그래서 애들이 왜 섭섭한지 그런 얘기하면

네가 그래도 밥 먹고 산 것만 해도 누구 덕인데

이렇게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

얘기해 봐야 상처가 더 날 가능성이 높아.

 

아빠가 행복학교를 다니거나 정토불교대학을 다니거나 이래서

마음공부를 좀 하면

딸의 얘기를 받아주는 그런 마음이 있을까

보통 사람이면 그렇게 되기가 어려워.

 

왜냐하면 본인은 뭘 잘못했는지 전혀

내가 어떻게 섭섭하고 가슴 아팠는지 전혀 몰라.

근데 그 얘기해서 본전도 못 찾을 걸 뭐 때문에 하나?

 

그러니까 내가 어린 마음에 그랬구나

이렇게 돌이키는게 좋아요.

 

더 질문할 거 있어요?

 

툭 털고 앞으로 가세요.

 

...

 

자기도 부모 되어 봐라.

형편이 안 되어 못 도와주지

형편이 되는데 안 도와주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그리고 이제 크면 진짜 사랑하는 부모라면

형편이 돼도 안 도와줘.

? 자립하라고.

근데 어릴 때는 형편이 되면 다 도와줘.

 

제가 인도나 저런 가난한 나라에 가서 어린애들을 돕는 이유는

부모가 자기 자식을 낳아서

먹이지도 못하고 키우지도 못한

그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가슴 아프겠어?

근데 그 부모를 원망해서는 안 돼.

 

그러니까 우리가

그 부모는 능력이 안 돼서 그렇다면

우리가 그걸 대신해서

내 아이든, 누가 아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니는 제때 먹어야 하고 배워야 되잖아.

그러니까 그걸 뭐 내 아이, 네 아이 따질 필요가 없는 거야.

도울 능력 있는 사람은 돕는 거고.

부모라도 능력이 없는 사람 못 돕는데

부모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야.

 

그러니까 아빠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때 형편이 어려웠으면 그랬겠나.

이렇게 이해하고

그러나 고맙든 안 고맙든 관계없이

또 지금의 일은 지금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처리하면 돼요.

 

도와주고 싶으면 돕고

도우기 싫으면 안 도와도 되고

그건 내 결정이다.

 

아빠를 위해서 돕는 게 아니에요.

도와주는 게 즐거우면 돕고

안 도와주는 게 오히려 속이 시원하면 안 도와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