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65세이고, 지난해 6월에 정년퇴직을 하고
지금은 집에서 소일하면서
얼마 전 불교대학을 마치고 이번 주 토요일에 경전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가 수신제가를 잘 못해서
저희 부부는 두 달 동안 냉전 상태에 있습니다.
딸까지 셋이 함께 살고 있는데
집사람은 모두 흩어져서 살자고 선전포고를 했고
그래서 제가 이번 토요일에 가족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저는 집사람에게 일단 둘이서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칭찬을 해보자고 제안하려고 합니다.
그 이후에도 도저히 같이 살기가 어렵다면
각자의 행복을 위해서 놓아주려고 결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좋은 해법이 있을까요?//
부부간의 갈등이 정년퇴직 이후에 심해졌습니까?
아니면 그전에도 심했습니까?
그럼 정년퇴직하고 어떻게 생활했습니까?
청소라든지 밥이라든지 이런 집안일을 어느 정도 분담을 하고 있습니까?
부인은 직장생활을 했습니까?
아니면 주로 가정주부로 지냈습니까?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 때는
부인이 밥이나 청소를 다 해주거나 남편이 가사를 안 해도
‘돈이라도 버니까’ 하고 감안을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입니다.
그런데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 그런 것을 감안하는 것이 없어져요.
그래서 커피 한 잔을 달라고 해도 보기가 싫은 거예요.
‘본인은 놀면서 손이 없나, 자기가 만들어 먹으면 안 되나?’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은퇴를 하고 나서
‘평생 일했으니까 이제는 좀 쉬어야지’ 하면서 혼자 놀러 다니면
부인 입장에서는 같이 살기가 어려워져요.
아내와 관계를 회복하려면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여보, 그동안 혼자서 가정 살림한다고 힘들었지?
보면서 안쓰럽기는 했지만
나도 직장 다니면서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제대로 못 도와줬어.
이제 내가 직장도 그만두었으니까
3년은 내가 집안일을 맡아서 책임질게. 자기는 좀 쉬어.”
이렇게 말한 후 설거지만 할 게 아니라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창문도 열고, 커피도 끓여주고
이렇게 해야 돼요.
그래야 아내의 가슴에 쌓인 것이 풀립니다.
남자들은 아기 키우는 것은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성들과 상담해 보면 대부분이 ‘육아를 독박 썼다’라는 말을 해요.
‘주로 제가 아이를 키웠습니다’ 하는 정도가 아니라
‘독박 썼다’고 해요.
육아만 독박 쓴 게 아니라 가사 노동도 독박 쓰고 있다고 하면서
굉장히 피해 의식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가정주부라도 집안일은 나눠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여성이 직장에 다니면 더더욱 똑같이 나눠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강해요.
하지만 남자들은 습관이 안 됐기 때문에 역할 분담이 잘 안되죠.
그래서 은퇴하고 나면 아내에게 사과를 해야 됩니다.
푼돈 벌러 다니는 것보다는 ‘그동안 고생 많았지’ 하면서
집안일을 딱 맡아서 해주는 게 좋아요.
그런데 남자들은 늘 그런 일은 안 하고
‘돈을 좀 더 벌어서 갖다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거든요.
직장이라도 나갈 때는 낮에는 잔소리를 안 들을 수 있었는데
집에 있으면 부인이 종일 잔소리를 하죠.
음식도 스스로 못 챙겨 먹는 남자는
삼시 세끼를 챙겨 줘야 하니까
삼식이니 이식이니 이런 말도 생기잖아요.
부인이 ‘따로 살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뭔가 생활이 불편하다는 겁니다.
남편이 있음으로 해서 혼자 사는 것보다 이익이 되어야 하는데
남편이 있으면 오히려 밥을 차려줘야 되고 이것저것 챙겨줘야 하니
귀찮은 느낌을 받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가족회의를 하거든 본인이 사과를 먼저 해야 돼요.
‘그동안에 내가 직장 다니면서 집안일에 신경을 좀 못써서 당신이 많이 불편했지?
다음에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말하면
원하는 대로 내가 한번 해볼 생각이다.
그렇게 해보고 그래도 불편하다면,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 각자 살겠다는 것도 내가 이해를 하겠다.
같이 살면서 나한테 요구하는 것이 있다면 내가 기꺼이 한번 해보겠으니
내게 기회를 한 번 주면 좋겠다.
그래도 안 되거든 그때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라.’
이렇게 먼저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부인이 ‘당신하고는 해보나 마나 필요 없다.
당장 따로 살아야 되겠다’ 이렇게 말하면
따로 사는 것도 괜찮다 싶습니다.
그 정도로 간절히 원하는데 한 번쯤은 따로 살아봐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헤어져서 한번 살아보고 나서 너무 불편하면 다시 같이 살자고 하면 됩니다.
‘이번에 헤어지면 다시는 같이 안 살 거야’ 이런 식으로는 말하면 안 돼요.
‘오케이, 그럼 헤어져서 한번 살아보고
또 같이 사는 게 좋겠다 싶으면 언제든지 얘기해라.
그런데 우선적으로 먼저 나한테 요구하는 게 있으면 다 수용을 해볼 테니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그래도 도저히 안 되면 그때 가서 따로 사는 길도 있다.’
오히려 이렇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서로 하루에 한 가지씩 칭찬하자는 말은
너하고 나하고 똑같이 노력하자는 말이거든요.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아직도 본인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모른다는 얘기예요.
‘너희가 나한테 불만인 것을 다 이야기해라. 내가 한번 고쳐보겠다.
내가 못 고치거든 그때 가서 따로 살든지 하자’
이렇게 말해야지
나도 칭찬하고 너도 칭찬하자고 요구 조건을 내거는 것은 안 됩니다.
그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조건부 제안은 아내가 받아들일 확률이 낮습니다.
아내가 받아들인다고 해도 약속한 한 달이 되면 다시 관계가 깨집니다.
요구 조건이 없어야 합니다.
‘너희가 나한테 갖고 있는 불만을 무엇이든지 말해라. 내가 한번 고쳐보겠다’
이렇게 말해야 해요.
그래서 내가 고쳐지면 같이 살고
도저히 못 고치겠으면 상대편을 나무라지 말고
‘내가 부족하네’ 하고 깨닫고 따로 살아보는 겁니다.
이렇게 남을 탓하는 마음을 탁 내려놓아야 수행입니다.
그렇게 요구 조건을 걸면 수행이 아니에요.
나도 하나 칭찬하고 너도 하나 칭찬하자는 제안은
요구 조건이 들어 있거든요.
책임이 반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하는 겁니다.
책임이 나한테 있다는 관점을 딱 가져야 아내의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립니다.
‘따로 살자고 하니까 그래 따로 살아보자’
이렇게 화끈하게 결정을 해버리든지,
그게 아니라 조금 선택의 여지를 주려면
‘너희가 원하는 것을 다 말해라. 내가 다 한번 고쳐볼게.
안 고쳐지면 그때 가서 너희가 원하는 대로 할게’ 이렇게 말하든지,
통 크게 나가면 좋겠어요.
나도 한 번 칭찬하고 너도 한 번 칭찬하자고 제안하는 것을 보니
아직 본인이 좀 정신을 못 차린 거예요.
'법륜스님 > 즉문즉설(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륜스님의 하루_ 남편이 저 몰래 고금리 대출을 받고 신용불량자가 되었어요. (2023.05.19.) (0) | 2023.08.09 |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33. 기꺼이 과보를 받으려면 (0) | 2023.08.08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32. 일하면 힘들고 놀면 심심하고 (0) | 2023.08.07 |
법륜스님의 하루_ 경쟁심을 갖고 거짓말하는 동기 때문에 힘들어요. (2023.05.17.) (0) | 2023.08.07 |
법륜스님의 하루_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2023.05.16.) (0) | 2023.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