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학원에 비해 조금 특수한 전문대학원이어서 정원이 여섯 명입니다.
그중에 1등에게 장학금을 주고, 여자들만 여섯 명이어서 경쟁이 좀 심한 편입니다.
동기 중에 평소에도 경쟁심이 많고 마음이 뾰족하다고 느껴지는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친구가 교수님께 저에 대한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습니다.
제가 본인을 무시하고 교수님 말씀이 틀렸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학교에서 그 친구를 보면 머리가 아프고 심장이 뛰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108배를 시작하면서
‘저는 강한 사람입니다’ 하고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년은 더 그 친구를 계속 봐야 하는데
어떤 마음으로 공부해야 할까요?//
같이 지내는 사람과 이런 갈등이 있으면 같이 지내는 게 좀 힘들죠.
그래서 결혼한 부부도 같이 못 살고 헤어지고
부모와 자식도 같이 못 살고 헤어지고
정치인들도 같이 정치하다가 헤어지고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같이 활동을 하다가 헤어지는 거예요.
이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저 사람이 문제이고
저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이 사람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 특이한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자가 말한 대학원 동기는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보통 사람이 갖는 평균적인 성격에서 좀 벗어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단순히 친구 간이라면 그만두는 선택을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결혼해서 남편이 됐다든지, 부모님이 그렇다든지, 직장에서 상사가 그렇다면
그만두는 선택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지금 질문자도 학교에서 같은 교수님에게 배우는 관계이기 때문에
헤어지는 선택을 하기가 매우 어렵죠.
하지만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이 도저히 불편해서 견딜 수 없다면
지도 교수를 바꾸면 됩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이혼하고 다른 사람을 찾듯이
지도 교수를 바꾸는 방법도 있어요.
이렇게 마지막에는 헤어지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일은 인간 세상에서 언제나 있는 일이에요.
학교 선생님을 해도
30명의 학생 중에 진짜 말을 잘 안 듣는 아이가 꼭 한 명씩 있습니다.
그래서 ‘저 아이만 없으면 교사 생활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겠다’ 하고 생각하지만
그 학생이 없으면 또 그런 아이가 나타납니다.
마치 문방구 앞에 있는 두더지 치기 게임에서
이것 때리면 저것이 나오고 저것 때리면 이것이 나오듯이
인생은 늘 이 문제가 사라지면 저 문제가 생기고
저 문제가 사라지면 이 문제가 생깁니다.
이것이 인생살이예요.
그러니 질문자가 그런 동기생을 만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거예요.
그런 사람의 거짓말이라든지 이간질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나만 눈을 가지고 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교수님이나 친구들도 다 눈과 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대중 앞에서 온갖 술수를 부려서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고 지지를 받던 유명인이
결국에는 퇴출당하거나 퇴진하는 일이 발생하잖아요.
첫째, 너무 단기적으로 보지 말고 조금 길게 보면 좋겠어요.
질문자처럼 친구들이나 교수님도 눈과 귀를 가지고 있어요.
잠깐 그 동기생의 말에 현혹됐을 수도 있지만
그 동기생이 거짓말하는 것을 알았다 해도
‘쟤는 성격이 좀 유별나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로 질문자가 동기생이 문제라고 얘기하면 남을 험담하는 게 되잖아요.
그래서 좀 더 기다려보는 게 어떨까요?
둘째, 앞으로 어디를 가도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장난에 놀아나지 않는 수준은 돼야 합니다.
그런 사람하고 사이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의 말과 행동이 문제가 된다면 다투지 말고 가볍게 얘기하면 되죠.
‘내가 언제 그런 적이 있냐?’ 하고 다투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겁니다.
교수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웃으면서
‘저는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자기표현을 하면 됩니다.
참는 것은 일시적으로 가능하지만
결국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에 나중에 폭발해서 대판 싸우게 됩니다.
그러니 진위를 논하지 말고
불편한 마음을 가볍게 내어놓는 연습을 해보세요.
‘네가 자꾸 그런 얘기를 하니까 내 마음이 좀 불편하네’ 이렇게 얘기하든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사람은 누구나 다 느낌이 다를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면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108배 절을 하면서
‘저는 강한 사람입니다’ 하고 말한다는 것은 참는다는 의미예요.
그것보다는
‘아무 일도 아닙니다’, ‘별일 아닙니다’ 이렇게 기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륜스님 > 즉문즉설(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륜스님의 하루_ 정년퇴직을 하고 나니 부부 사이가 냉랭해졌어요. (2023.05.18.) (0) | 2023.08.08 |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32. 일하면 힘들고 놀면 심심하고 (0) | 2023.08.07 |
법륜스님의 하루_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2023.05.16.) (0) | 2023.08.03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931. 남편의 투자로 늘어만 가는 빚 (0) | 2023.08.02 |
법륜스님의 하루_ 베풀고 나서 괴롭지 않으려면 어떤 수행을 해야 하나요? (2023.05.15.) (0) | 2023.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