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년에 결혼을 했는데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습니다.
재작년에 어머니에게 결혼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격분하시면서 헤어지지 않을 거면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몇 년간 설득했지만 효과가 없었기에 그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계속 듣고 있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머니가 모르게 먼 곳에서 지내라던 아버지가
이제는 어머니의 건강이 더 나빠질 것도 없다면서
다시 어머니한테 연락을 하라고 하셔서 마음이 복잡하고 힘듭니다.
이제는 제가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결혼 사실을 언제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입니다.
저의 결혼 사실을 알게 되면 어머니의 건강도 우려가 되고요.
제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지금 나이가 스무 살이 넘었습니까?
얼마나 넘었어요?
그러면 부모님의 허락 없이 결혼해도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결혼을 반대하는 건 어머니의 사정이고,
질문자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 됩니다.
그러니 자신의 결정에 대해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다만 어머님이 싫어하신다는 것을 좀 고려해서
어머니의 마음도 좀 이해하는 자세를 가지면 됩니다.
우선 아버지와 동생들은 질문자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어머니께 언제 말씀드리면 좋을지 아버지에게 한번 물어보면 됩니다.
그러면 아버지가 빨리 말씀드리라고 하든지,
아니면 엄마의 건강이 안 좋으니 얘기하지 말라고 하든지
조언을 해줄 겁니다.
거기에 따라서 대응을 하면 되죠.
아버지가 빨리 말씀드리라고 하면 곧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엄마, 나 결혼했어요.
엄마가 반대했는데도 결혼해서 미안해요.”
그때 엄마가 전화를 탁 끊으면 다행이고,
엄마가 욕을 하면 욕을 좀 들으면 됩니다.
엄마가 욕을 실컷 좀 하도록 해주세요.
욕하는 것을 도저히 못 듣겠으면, 한쪽 귀로는 스님 법문을 틀어놓고 들으면서
다른 한쪽 귀로 어머니의 욕을 들으면 됩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결혼 얘기는 일절 하지 말고 안부 전화만 주고받으면 됩니다.
어머니가 욕을 충분히 해서
더 이상 욕을 하지 않고 안부만 묻는 전화 통화가 가능해지면
그때쯤 직접 찾아뵙고 다시 인사드리면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아버지가 말하기를, 지금 엄마 건강이 안 좋으니까 지금은 얘기하지 말라고 하면
좀 뒤로 미뤄도 됩니다.
아기를 낳고 나서 얘기해도 되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들이 죽었거나, 수술을 했거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노모가 건강이 안 좋으면 알리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노모를 속이려고 알리지 않는 게 아니라
노모의 건강을 염려해서 알리지 않는 것이니까
노모의 곁에 있는 아버지와 의논하면 될 것 같아요.
아버지가 좀 시간이 흐른 뒤에 알리라든지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니까 지금 빨리 알리라고 하든지 할 겁니다.
지금 빨리 알리라고 해도 직접 찾아가서 알리면
기가 막혀서 어머니가 뒤로 넘어갈 수가 있어요.
그래서 먼저 전화로 알린 다음
몇 차례 욕을 좀 얻어먹는 과정이 좀 필요합니다.
사람은 어떤 충격을 받든 그 충격이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고비를 넘긴 다음에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면
어머니도 점점 괜찮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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