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해서 25년 동안 굉장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큰 딸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우울증이 와서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아졌습니다.
저는 처음에 치료를 잘하면 깨끗하게 낫는다고 하니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하자고 했어요.
아내는 자랑할 일도 아니고 병원에 가서 치료하기보다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헌금하면 낫는다고 하니 교회에서 치료하자고 했습니다.
부부가 합심해도 치료가 될 듯 말 듯한데
몇 년 동안 부모가 서로 의견이 안 맞으니 딸의 상태가 점점 심각해졌습니다.
결국 가족회의를 해서 딸을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딸을 몰래 퇴원시키고 둘이 가출을 했어요.
저는 아내와 딸을 열심히 찾았지만 결국 못 찾고 괴롭게 5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찾아와서 같이 사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간 일을 다 잊고 아내와 같이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결정을 해야 할까요?
이혼하고 따로 사는 게 옳을까요?//
그 일은 지금 스님의 문제예요? 질문자의 문제예요?
질문자가 결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무엇을 선택할지 헷갈릴 때는 세 가지 다 손익이 비슷하다는 거예요?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거예요?
세 가지 다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 아무리 고민을 해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거예요.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려도 손익이 비슷하기 때문에 결과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첫째, 결정을 안 내리고 계속 고민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둘째, 그중에 아무거나 하나 결정을 툭 해버리는 방법도 있어요.
어느 것을 선택해도 손익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스님한테 물어볼 정도면
‘아! 저 문제는 손익이 비슷한 것이구나’ 하고 금방 알아요.
손해가 80이고 이익은 20밖에 없어서 도저히 못 살겠다 싶으면
저한테 묻겠어요? 본인이 알아서 이혼하겠어요?
반대로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이익이 더 많다 싶으면
저한테 묻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본인이 계산해 보니까 49대 51이 되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스님한테 찾아와서 묻습니다.
지금 같은 질문은 벌써 통찰력으로만 봐도
‘아! 비슷하구나’ 하고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비슷한 손익을 갖고는 아무리 고민해 봤자 결론이 안 납니다.
둘째, 어떤 결정을 내려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1, 2, 3을 써 놓고 던져서 나오는 대로 아무것이나 선택하여 가든지
침을 뱉어서 튀는 쪽으로 가든지
탁 결정을 내려서 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니면 내버려 두는 방법이 있어요.
세월이 흐르다 보면 그중에 하나가 비중이 조금 더 높아지거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자꾸 생깁니다.
그러면 그때 가서 결정을 하면 됩니다.
내버려 두고 결정을 나중에 하거나
그중에 하나가 비중이 높아질 때 결정을 하거나
오늘 당장 아무것이나 하나를 결정해 버리는 방법이 있어요.
그것도 제가 추천을 해 드릴까요?
그러면 오늘 당장 집에 들어오라고 하세요.
25년을 같이 살았는데 앞으로 못 살 이유가 없잖아요.
‘들어와! 한번 살아보자’ 하고 같이 살아본 후
도저히 안 되겠으면 나가라고 말하면 되잖아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견이 맞으면 같이 살자’ 이런 말은 안 살겠다는 얘기예요.
왜냐하면 의견은 맞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상대의 의견을 인정해야 같이 살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할래요?
추천을 받고 싶다고 해서 막상 추천을 해주니까 또 망설여져요?
다시 헤어지는 것이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이 아니에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것이란 헤어질 때 괴롭지 않은 것을 뜻합니다.
같이 살아도 괜찮고
서로 안 맞아서 다시 헤어져도 괜찮고
어떤 경우에도 괴롭지 않은 것이 핵심이에요,
이혼을 했다, 이별을 했다,
이런 것이 두 번째 화살이 아닙니다.
이제는 아내가 집에 들어오든 나가든
괴롭지 않은 경지에 도달해야 합니다.
같이 살아도 봤고 헤어져 보기도 하면서
집에 들어와도 큰 차이 없고
집을 다시 나가도 큰 차이 없다는 것을 알았잖아요.
그러니 집에 들어와서 살겠다고 하니까
‘그래, 들어와서 살아봐!’ 하면 되고
같이 살아보고 나서 도저히 못 살겠다고 하면
‘그래, 나가라’ 하면 됩니다.
아무 선택이나 해도 됩니다.
그런데 마침 상대가 다시 들어오겠다고 하니까
‘그래, 들어와서 살아봐’ 이러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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