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흔이 넘어 이상형과 결혼했습니다.
결혼한 지는 1년이 되었습니다.
결혼 후 바로 휴직하고 유명한 난임병원에 갔습니다.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성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희망이 미미해 보입니다.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저도 모르게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성실하고 고마운 남편을 힘들게 합니다.
난임 시술을 하더라도
앞으로 이런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저를 다스리고 싶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난임 시술을 받으면 좋을까요?
그리고 남편에게도 잘하고
제 마음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여쭙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술을 많이 먹어도 취하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요?
술을 안 먹으면 됩니다.
그러면 취하지 않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없어지죠.
이처럼 ‘난임 시술을 하고 호르몬 주사를 맞고도 편하게 사는 방법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난임 시술도 하지 않고 호르몬 주사도 맞지 않으면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기를 꼭 낳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태어났어도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그중에서 입양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아기가 생겼다면
마땅히 부모로서 책임지고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는데
그렇게 억지로 자기 몸을 괴롭히면서 아기를 낳을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낙태되는 아기가 2020년 기준으로
1년에 3만 명 이상이 된다고 합니다.
한쪽에서는 반대로 출산율이 낮다며
정부까지 나서서 출산 장려를 하고 있습니다.
낳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권유할 필요도 없고,
또 이미 생긴 아이를 돈 들여 해칠 필요가 없잖아요.
아기가 생기면 낳아서 키우면 되고
불임 부부 중에 꼭 아기를 키우고 싶은 사람은
이미 낳았는데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의 아이를 입양하면 됩니다.
관점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질문자는 자신이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아기라는 것에 꽂혀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애쓸 필요가 없어요.
부부가 서로 사랑을 나눌 때
피임을 하느라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피임이 저절로 되니 얼마나 좋습니까?
축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아기가 생겨서 낙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낙태하고 나서 죄의식 때문에 힘들어하잖아요.
질문자는 피임할 일도 없고
낙태할 일도 없는 조건이에요.
또 세상에는 아기를 키우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질문자는 아기를 키워도 되고, 안 키워도 되고
둘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조건에 있으니
진짜 큰 복을 받았어요.
질문자의 상황은 나쁜 게 아니라 좋은 거예요.
꼭 한번 아기를 키워보고 싶다면
세상에 돌보지 않는 아이를 입양하면 됩니다.
그런 아이들이 세상에는 많아요.
질문자는 결혼도 했고, 남편도 착하다고 하니
입양할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그러니 아기를 입양해서 정성껏 키우면 됩니다.
낳은 사람이 엄마가 아니에요.
키운 사람이 엄마입니다.
‘이 아이가 내 아이이다’ 하는 생각이
내 아이를 만드는 겁니다.
유전자는 생물학적인 거예요.
사람은 동물의 일종이긴 하지만
동물이 아니라 인류라고 부릅니다.
엄마는 기른 자를 말해요.
‘내가 키우면 내 자식이다’
이런 관점을 갖고 자유롭게 사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피임할 필요도 없고
남편과 늘 신혼처럼 지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어떤 사람들은 임신할까 두려워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낙태시킨다고 난리를 피우는데
질문자는 그렇게 안 해도 되잖아요.
아기를 꼭 갖고 싶다면 입양을 하면 됩니다.
미국에서는 아기를 두세 명 낳아서 키우다가
장애아를 입양하기도 합니다.
장애아를 돌볼 사람이 많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주로 입양은 장애아를 합니다.
이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면 얼마나 좋아요?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난임 시술을 하든, 시험관 시술을 하든, 호르몬 주사를 맞든
괴로울 일이 없어집니다.
세상은 늘 있으면 있어서 문제이고
없으면 없다고 문제를 삼습니다.
아기가 생기면 생겼다고 괴로워하고
안 생기면 안 생긴다고 괴로워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돌아가셨다고 울고
살아계시면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난리입니다.
‘있으면 있어서 좋고, 없으면 없어서 좋다’
이런 관점으로 인생을 사는 게 중요합니다.
아기가 없는 게 좋은 조건이라서 없을 때가 있고,
아기가 있는 게 좋은 조건이라서 생길 때가 있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아기가 없는 게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없는 것일 수가 있어요.
이런 조건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이미 아기가 생겨버리면
질문자에게 선택권이 없잖아요.
그런데 질문자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아기를 키우는 것을 선택해도 되고
키우지 않는 것을 선택해도 됩니다.
아기가 덜렁 생겨버리면
키우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없어요.
죽으나 사나 아기를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질문자에게는 선택권이 있어요.
아기가 생기지 않으니 그냥 살아도 되고
아기를 키우려면 입양을 해도 됩니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처한 조건은 좋은 조건입니다.
결혼한 사람은 온갖 갈등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앞으로 결혼해도 되고, 혼자 살아도 됩니다.
두 가지 길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선택의 자유를 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좋겠어요.
보통 결혼한 사람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부러워하고,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결혼한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있으면 있다고 괴로워하고,
없으면 없다고 괴로워하죠.
하지만 ‘있는 것은 있어서 좋고, 없는 것은 없어서 좋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길이 열립니다.
...
입양을 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결혼했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 결혼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미혼자는
결혼해도 되고, 결혼하지 않아도 되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자유롭습니까?
그것처럼 질문자는 결혼했지만
아기를 키울 수도 있고, 아기를 키우지 않을 수도 있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는 거예요.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는 조건에 있는 게 아니라
늘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가 생기면 키우고, 아기가 생기지 않으면 키우지 않으면 됩니다.
또 아기가 생기지 않더라도 입양해서 키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인연대로 살면 아주 쉽습니다.
물론 시험관 시술이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
108배를 하면
운동도 되고, 또 마음이 겸손해져서 좋습니다.
108배를 하면서 특별히 생각할 건 없습니다.
꼭 어떤 생각을 하고 싶다면
‘저는 이대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을 내면서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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