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할머니께서 꿈에 나오셨습니다.
꿈에서 안색이 안 좋으셨는데 그게 너무 마음에 걸립니다.
꿈에서 할머니가 저한테 무슨 말씀을 하셔서 분명 기억에 남았는데
그날 오후에 다 잊어버렸습니다.
지금 학생인 제 신분에 맞게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할머니 꿈이어서 그런지 마음에 걸립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상님이 꿈에 나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학생은 아직 수행자가 아니죠?
만약 수행자라면 '꿈이었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꿈이라는 건 실제가 아니라는 얘기이지 않습니까?
‘꿈이 너무 생생해서 마치 실제 같았지만
그래도 꿈이었구나'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영화 한 편 보면서 '저건 영화이지' 하듯이요.
영화에서 사람이 죽으면
그게 실제인 양 막 울었다가
영화가 끝나면 영화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기억은 하지만
그냥 영화 속의 얘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게 되죠.
그것처럼 그냥 '꿈속의 얘기였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럼. 왜 꿈속에 할머니가 보였을까요?
할머니를 겉으로는 잊어버린 것 같지만
마음속에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어서 그렇습니다.
꿈이란 자기 무의식의 현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옛날에는 그런 꿈을 꾸면 진짜 할머니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을 발표한 이후로는
꿈이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어디 밖에서 온 게 아니고
내 속에 있는 무의식이 꿈으로 드러났을 뿐입니다.
그러니 '내가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있었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평소에 할머니에 대해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것이 꿈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 속에서 할머니를 안쓰러워하고 있었구나' 하고
자각하는 계기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런데 '꿈이 현실이 된다' 하는 말을 하지 않습니까?
그럴 수는 있습니다.
자기가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을 때
그것이 꿈으로 나타날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예측이 가끔 사실이 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을 했을 때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꿈이란 나의 마음속 깊이 있는 어떤 무의식이나
어떤 염려 같은 것이 표현되는 것인데
그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나면 ‘꿈이 현실이 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것은 다 자신의 무의식이 우연히 현실과 일치했을 뿐입니다.
내 속에서 일어난 하나의 현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질문자가 누구를 지옥에 보낸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미워한다는 뜻이 아니겠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지옥에 보낼 리는 없잖아요.
누군가를 내가 지옥에 보내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 사람이 지옥에 가는 게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지옥 같은 생활을 하게 되는 겁니다.
내가 누구를 미워하면
그 사람이 나빠지는 게 아니라
내가 나빠집니다.
또 누가 나를 미워한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 사람이 나를 미워하면
그 사람이 괴롭고 그 사람이 아프지
나한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해서 누군가를 지옥에 보내고 싶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내가 지옥같이 사는 것이라서 나에게 손해예요.
그래서 남을 미워하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 남을 미워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미워하면 내가 고통 속에 살기 때문에
미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거예요.
...
저주한 사람이 지옥에 간다는 말은 맞는 말이에요.
지옥이 따로 있어서 지옥에 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저주하면 그 순간 그 사람의 마음이
지옥과 같이 괴로워지는 것입니다.
내가 만약 누군가를 저주하면
내 마음은 지옥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이해하시면 돼요.
지옥이나 천당은 다 우리 마음이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체유심조’라고 합니다.
가능하면 남을 미워하거나 저주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내가 남을 저주하면 내가 괴로워집니다.
반대로 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내가 편안해집니다.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심리 불안과 더불어
그런 정보에 대한 집착이 약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심한 것 같아요.
대학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라면
시험이 끝나는 즉시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의사가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 다행이고
좀 불안하다는 소견이 나오면 신경 안정제를 먹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금방 좋아집니다.
이걸 방치해서 만성이 되면
나중에 우울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 불안증이나 분열증 같은 중증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심하지 않을 때 조기 발견해서 치료하면 금방 좋아집니다.
시험이 끝나면 바로 건강검진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자가 치료법이 있습니다.
집에서 매일 108배 절을 하면서 자꾸 자기에게 암시를 주는 겁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저는 아무 일 없이 잘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집니다.
하지만 기도를 하더라도
병원에 가서 검진을 꼭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검진을 받아보고 큰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고요.
문제가 있으면 조기에 치료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는 이유는
꼭 병이 있어서 받는 게 아니잖아요?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큰 병을 피할 수 있어서 좋고, 아니면 다행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꼭 병이 있어서 병원에 가는 게 아닙니다.
건강검진은 주기적으로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보통 우리는 육체 건강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정신 건강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신만 잘 차리면 된다고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볼 때는 정신만 차리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되기는 어렵습니다.
술을 먹는 사람이 그 양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중독이 아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미 알코올 중독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네가 정신만 차리면 된다’ 하고
주변에서 아무리 얘기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런 불안증, 지나친 예민함, 결벽증은
다 병에 속합니다.
금방 청소해 놓고도 또 청소를 한다거나
손을 씻고 또 반복해서 씻거나
이런 사람에 대해 주변에서는 깨끗하다고 말하지만
이런 행동이 지나치면 다 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병원에 가서 검진을 한번 받아보시겠어요?
아니면 그냥 절하고 기도만 할래요?
...
병원에 가서 의사와 한번 상담해 보면 안 될까요?
...
일단 검진을 받아보시라는 거예요.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오늘 제게 얘기한 것처럼 얘기하면 됩니다.
‘할머니가 꿈에 나타난 적이 있었고,
또 예전에 인터넷 댓글에서
남을 저주하면 지옥에 간다는 글을 봤는데 정말 그런가요?’
이렇게 똑같이 얘기하면 됩니다.
다른 얘기는 하지 말고요.
의사가 듣고 나서
‘그 정도는 누구나 다 그래요’ 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의사가 좀 더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보통 사람보다 약간 더 불안하다거나 예민하다는 진단을 내릴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가슴에 약간 볼록한 게 만져진다면
유방암인지 아닌지 검사해 볼 수 있잖아요?
암이 아니면 다행이고, 발견이 되더라도 좋은 일인데
왜 검진을 하지 않으려고 할까요?
검진을 한번 받아보세요.
잠깐이면 됩니다.
요즘 병원비도 몇천 원 안 해요.
검진해서 일찍 발견되면 조기에 치료를 할 수 있으니 좋잖아요.
또 의사라는 전문가와 얘기하면 안심이 됩니다.
‘이 정도 예민함은 괜찮은 수준이구나’ 하고 안심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저와의 대화를 통해
질문자 스스로 자기 상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잖아요?
이렇게 의사와도 상담해 보면
훨씬 더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좀 불안해 보이니까
매일 108배 절을 하면서 기도도 함께하는 게 좋아요.
이와 별도로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보는 게 필요하고요.
이렇게 저와 얘기를 하니까
검진을 받는 것이 조금이라도 받아들여지지
만약 부모님과 상의했다면
‘내가 미친 사람이라는 거냐?’ 하고 기분이 나빠져서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을 드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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