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탈 주민인 친구가
‘곧 전쟁이 일어나는데 그곳은 한반도가 될 것이다’ 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야반도주하듯 이민을 갔습니다.
저도 북한 이탈 주민인데요.
사실 처음 한국에 올 때는 통일이 곧 될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확신과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살아갈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우울증과 트라우마로 정신적 고통도 겪고 있습니다.
저는 ‘통일’이라는 단어만 봐도 울컥합니다.
그런데 통일이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아서 암담합니다.
통일이 안 되면 고향으로 영영 돌아갈 수도 없고
부모 형제를 만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어떻게 행복을 찾아 나가야 될까요?
정전 협정 이후 지난 70년을 한번 돌아보십시오.
1960년대에는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하면서 통일의 바람이 일었습니다.
그렇지만 5·16 쿠데타가 일어나서
‘반공’의 이름을 내걸어 남북이 전쟁을 하다시피 대립했습니다.
그러다가 1974년에는 ‘남북공동성명’을 합의하면서
통일의 희망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남한은 유신 정권이 강화되고,
북한은 주체 사상이 강화되면서 대립하는 국면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또 1991년에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기본 합의서에 서명하고 남북관계가 굉장히 가까워졌습니다.
그 후 김영삼 정부에 들어와서 또 서로 죽이니 살리니 하였습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죽고 난 뒤
‘조문단 파견 문제’를 갖고 또 대립이 심해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개성 공단이 만들어졌는데
다시 또 전쟁이 난다고 할 정도의 대립 상황으로 갔습니다.
6·25 전쟁 다음으로 전쟁의 긴장도가 가장 높았던 때가 2017년이었습니다.
그래서 평화재단에서는 광화문에서 만인 평화 대회를 여는 등
많은 노력을 했었죠.
그런 긴박한 상황이 지나가고 2018년에는
남북 관계가 급속하게 좋아졌습니다.
남북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남한의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연설을 할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그런데 또 지금은 전쟁 위기 국면으로 다시 뒤집어졌죠.
그래서 금방 통일이 될 것 같이 보여도
너무 낙관적으로 보면 안 됩니다.
또한 전쟁이 날 것 같아도 너무 비관적으로 보면 안 됩니다.
통일이 쉽게 될 일이었으면 벌써 되지 않았겠습니까?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마치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긴 했습니다.
그래서 통일의병들도
‘한국 정부가 다 알아서 하니 통일의병은 이제 필요 없지 않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때 제가 ‘좀 기다려봐라. 통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고 말했는데,
이처럼 세상사라는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 때 많은 시민 단체가
트럼프 방한 반대, 전쟁 반대를 외쳤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말고,
전쟁만 반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왜냐하면 여론에 대해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으로 볼 때
북한과 전쟁을 할 위험도 있지만
동시에 북한과 협상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미국 민주당의 성향으로는 북한과의 과감한 협상이 어렵습니다.
인권 문제부터 이런저런 요구를
북한이 순순히 양보하며 받아들일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한이 전쟁 반대만 강력하게 주장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민 단체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말자고 제안을 했는데
결국 저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정토회 단독으로 전쟁 반대 집회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처럼 세상일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습니다.
독립운동을 할 때는 선비보다는 깡패가 싸움을 훨씬 더 잘하기 때문에
깡패가 더 필요합니다.
어떤 현상이 일어날 때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남북문제는 이념적으로만 접근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똥이 거름이 되듯이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항상 그 속에서 반전의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상대가 나쁘다고 단정하면서 반대만 하는 것은 이념적인 행동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것이든 활용한다는 실리적인 관점에 서야 합니다.
통일에 대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희일비하며 극단적으로 생각하거나 좌절하며 우울해하는 것은
감정 낭비일 뿐입니다.
질문자가 혼자 이불 속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습니다.
인터넷에 댓글을 쓰거나, 통일을 위한 노래를 한 곡 부르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지속해서
통일을 위한 일을 해나갈 때 희망은 이루어집니다.
일본은 1937년 중국을 침공하고
1941년 진주만을 폭격하면서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 후 필리핀과 인도차이나 반도, 미얀마까지 점령하며
1945년 패전까지 당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였습니다.
버티고 버티던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은
그런 일본과 싸워서 이긴다는 것을 불가능하게 여기며
대부분 친일 행위를 하고 말았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 온다'는 말처럼
실의에 빠지고 낙담할 때야말로
우리에게 희망이 가장 가까이 와 있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언제 통일이 되겠냐'고 묻습니다.
외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물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한반도에 실제로 사는 우리들은
그런 구경꾼의 관점에서 보면 안 됩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북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로서 보아야 합니다.
통일이 언제 될지 예측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통일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털끝만큼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관점을 가질 때
겨울이 와도 봄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질문자도 너무 우려하지 마시고
사람들이 좌절하는 시기에
오히려 그들을 격려하는 역할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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