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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하루]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 (2025.05.28.)

Buddhastudy 2025. 6. 3. 20:40

 

 

  • 주권 행사 [17:09]: 투표는 주권을 행사하는 일입니다. 비록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더라도 투표소에 직접 가서 '다 싫다'고 표시하는 것은 주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 선거 무효 불가 [17:39]: 현재 대한민국 법은 기권 표가 일정 비율 이상이라고 해서 선거가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투표율이 낮더라도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당선됩니다. 따라서 투표하지 않는 것은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것이 됩니다.
  • 최악을 피하는 선택 [20:07]: 후보들 모두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둘 다 나라를 망칠 것 같더라도 누가 더 많이 나라를 망칠지, 즉 '최악'의 후보를 피해서 '덜 나쁜 사람'을 선택해야 합니다.
  • 사회에 메시지 전달 [25:48]: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거나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 몇 퍼센트가 그 사람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여, 거대 양당 후보만이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국민들이 단순히 당선자를 지지해서 찍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일이 되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투표를 해야 합니다.

여러분도 투표를 해야 할 텐데요.

그러면 어떤 관점을 갖고 투표를 해야 할까요?

 

 

--투표는 선택이 아니라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첫째,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대통령이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할까요?

국민이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할까요?

대통령이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제 국가로, 나라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항에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고 명시되어 있고,

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둘째, 국민은 각자 다른 일을 해야 하기에

대통령과 국회 의원들에게 국민의 권리를 위임하는 겁니다.

그래서 대리인을 선출해서 권한을 맡기고

대신 국민은 심부름꾼인 그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그들에게 월급을 주는 거예요.

또한 국회 의원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대변해서 제도를 만드는 지역 대표 일꾼입니다.

우리가 제도를 직접 만들기 어려우니까

그들이 우리를 대신하여 법을 만들라고 국회 의원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현실은 대통령도 국회 의원도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좀 강한 어조로 말하자면

국민을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착각하는 듯합니다.

 

이런 문제가 생긴 책임은

대통령이나 국회 의원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있습니다.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국회 의원이 되는 것은

그 지역 주민이 결정합니까?

아니면 정당에서 공천을 주는 사람들이 결정합니까?

정당에서 공천을 주는 사람들이 결정합니다.

 

그러니 국회 의원으로 선출된 사람들은

지역 주민에게 충성을 하게 될까요?

정당에 충성을 하게 될까요?

정당에 충성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당에서는 공천 결정을 정당의 선거 관리 위원회가 아니라

정당 대표나 최고 위원 몇 명이 모여서 결정합니다.

그래서 줄을 잘 서야 합니다.

나중에 공천을 해준 사람과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면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습니다.

 

왕이 신하를 임명하는 왕조 사회에서는

왕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배신자가 되었고

왕의 말을 듣지 않으면 반역죄를 저지르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민주 국가에서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뜻에 반하는 사람이 배신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민주 공화국이라는 개념이 부족합니다.

정당의 말이 아닌 국민의 말을 따르는 것이 옳은 일인데,

오히려 국민이 나서서

정당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배신자라고 욕하잖아요.

 

투표할 때도 지역에서 지지하는 정당의 공천을 받은 사람에게

무조건 표를 주니까

국민이 국회 의원이나 대통령의 하수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예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국민의 의식 수준은 아직 주인 의식이 부족한 상황인 겁니다.

 

그래서 투표를 할 때는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을 분명하게 가져야 합니다.

투표하러 가는 것은 주권을 행사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중에는

뽑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를 안 하겠다.’ 하는 사람이 있어요.

 

만약 투표를 안 한 사람이 많을 경우

선거가 무효가 되는 법이 있다면

투표하지 않는 것도 주권 행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법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감 보궐 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20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당선됩니다.

내가 안 찍는다고 선거가 무효가 되는 게 아니에요.

기권 표가 일정 비율 이상이면

선거가 무효라는 법이 있어야

기권도 권리 행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주권자가 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일단 투표소에 가서 후보자 중 한 명을 찍거나

무효표라도 만들어야 주권을 행사한 것이 됩니다.

 

투표소에 가지도 않고

다 싫다.’라고 하는 것은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거예요.

그러나 투표소에 직접 가서

다 싫다.’라고 표시하는 것은 권리 행사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꼭 투표를 해야 합니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아야 할까요?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는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잘되겠다.’ 하는 확신이 있는 사람에게는

굳이 투표를 권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최선의 선택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당연히 투표장에 나갑니다.

또한 딱 마음에 드는 후보는 없더라도

여러 후보 가운데 그래도 이 사람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차선을 선택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사람들은 투표하러 갑니다.

 

문제는 후보들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서

찍을 사람이 없다고 여길 때입니다.

이럴 때 대부분 기권을 하게 됩니다.

놀러나 가자! 전부 다 싫은 놈들인데 투표는 해서 뭐해!’ 하는 식이죠.

 

이럴 때야말로 주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둘 다 나라를 망칠 것 같은데 그럼 누구를 찍느냐?’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주식 투자에 비유해 보면 이해가 쉬워요.

손절매를 생각해 보세요.

누가 더 많이 나라를 말아먹을지를 보는 겁니다.

둘 다 나라를 말아먹겠지만 누가 더 많이 말아먹겠냐?’

이 기준으로 보면 대강 판단이 됩니다.

가장 나쁜 사람 하나만 고르면 됩니다.

그 사람을 제외하면 선택을 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봐야 해요.

그가 속한 정당의 구조와 국회 의원 구성, 당내 민주주의 수준

지지 세력이 누구인지

후보의 성격은 어떤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그 결과 저 사람이 당선되면 나라에 더 큰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면

더 나쁜 사람을 피해

덜 나쁜 사람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것이 차악을 선택하는 방법이에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선거 시스템에서

주권자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기권은 사표(死票)가 되어버려서 투표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투표에 꼭 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을 뽑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기준

 

그렇다면 저 사람이 나라를 잘 운영할 것 같다고 할 때

그 기준은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 달라요.

은행에서 대출받은 사람은 금리 인하를

주식 투자자는 주가 상승을

부동산업자는 부동산값 상승을

집을 사려는 사람은 부동산값 하락을 바랍니다.

사람마다 요구하는 내용이 상반되기 때문에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이해득실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반도 평화 문제입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전쟁만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후보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모든 후보가 전쟁을 막을 의지가 확실하다면

그다음으로는 남북 간 대화의 활로를 열 수 있는지

나아가 남북 교류와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지

궁극적으로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후보인지 살펴보면 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보다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후보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경제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이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직 경제가 조금 나빠져도

큰 타격을 받는 구조는 아닙니다.

 

경제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성장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분배의 문제입니다.

 

생산이 늘어나면 분명 모두에게 유리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필요충분조건이 되려면

생산이 늘어나는 동시에 분배가 공평해야 합니다.

공평하다.’ 하는 것은 꼭 똑같이 나눈다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착취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셋째, 외교 문제입니다.

현재 국제 사회는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으로

갈등이 깊어져 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기존의 한미 동맹을 더 발전시킬 것인지

아니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한중 관계를 단절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도 신중하게 따져야 합니다.

남한과 북한은 오랜 갈등을 겪어 왔지만

앞으로는 협력하는 쪽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를 식민 지배했지만

이제는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더 유익할 수 있어요.

과거에만 너무 매이지 말고

현재의 정세와 미래를 보면서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거나

일본이 우리를 식민 지배했다거나

중국이 어쨌다거나

이런 옛날얘기를 반복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한다고 종북 빨갱이라 부르고,

일본과의 교류를 말하면 토착 왜구라 부르는 것은

정치적 선동입니다.

우리는 그런 선동에 놀아나면 안 됩니다.

가능하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배제보다는 포용을

독선보다는 협치를 해나갈 때 나라가 바로 섭니다.

 

넷째, 기후 위기 시대인 동시에 인공지능(AI) 시대인 지금

에너지 공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에너지 필요량은 늘어나는 반면

부작용은 커지고 있어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정책적으로 정교한 균형 감각이 요구됩니다.

재생 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함께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지금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출산율 저하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정책과 주택 정책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사교육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공교육을 살리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하고

청년들을 위한 저렴한 주택 보급이 시행되어야 하고

여성들이 출산 후에도 경력 단절을 겪지 않도록

3년 유급 휴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청년들이 출산 후에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국회 의원과 대통령입니다.

국회 의원이 법을 만들고

대통령이 그것을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투표가 국가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 결국 국민이 고생하게 되는 거예요.

직원을 잘못 뽑으면 회사가 어려워지고

유능한 직원을 뽑으면 회사가 잘 굴러가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지만

여러분이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투표에 임하기 바랍니다.

 

 

--차악을 고르든 소신 투표를 하든, 투표는 포기하지 마세요

 

누군가가 참 괜찮다고 느껴도

그 후보의 지지율이

1퍼센트나 10퍼센트에 불과하다면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최악과 차악이 분명히 구분된다면

최악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럴 때는 차악이라 하더라도 선택하는 게 현실적인 판단입니다.

그런데 최악과 차악을 구분 못 하겠다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투표를 포기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투표에 참여해야 합니다.

 

당선 가능성은 낮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비록 그 후보가 이번에는 당선되지 않더라도

국민의 몇 퍼센트가 그 사람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할 수 있는 거예요.

 

지금 치열하게 경쟁하는 두 후보만이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거대 양당의 후보가 잘해서 국민들이 찍어준 게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사실은 국민들이 차악으로 선택을 한 것인데

막상 당선되면 그 후보는 국민이 자기를 지지해서 찍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만약 당선자가 그런 착각을 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면

거대 양당의 후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지지율이 낮은 후보 중 한 명에게 투표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둘 다 마음에 안 든다는 의사 표현이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신중하고 현명하게 투표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