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분노 조절이 안 됩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죠 (2023.05.22.)

Buddhastudy 2023. 8. 16. 19:30

 

 

병원에서 화병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병이라고 합니다.

버스 기사와 싸운다거나 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상사의 공격적 말투나 강한 어조에 신체 고통을 느낄 만큼 영향을 받습니다.

화도 진정이 안 됩니다.

원래 군대에도 가면 안 되는데

다녀오지 않으면 취직이 안 된다는 얘기가 많아서 그냥 다녀왔습니다.

군대에서 2년 정도 참다가 강박증에 걸렸습니다.

집에서 빚을 내어 치료비로 천만 원을 썼습니다.

 

제 어머니는 시집살이를 10년 정도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정신병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저를 임신했을 때도 그러셨고요.

제가 한때는 쓸데없이 부모님도 많이 원망했습니다.

이제 원망보다는 해결책을 찾고 싶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상사에게 공격적인 말투를 듣거나

사람들에게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조절이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치료받고 있다고 하니까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은 없어요.

만약 병원에 가지 않고 고통을 겪고 있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할 텐데

이미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쉽게 치료되지 않는 만성질환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눈이 안 보인다거나 다리를 다쳐서 걷지 못하는 장애가 있듯이

질문자는 정신적인 장애가 생긴 겁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생각하는 것은 지금 치료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동차 사고가 나서 다리가 부러졌을 때

운전자를 원망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사고가 났고, 이제 나는 걸을 수 없으니까

휠체어를 타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사고만 안 났으면 나도 등산을 할 텐데이런 생각은 아무리 해봐야

질문자를 계속 비참하게 만들 뿐입니다.

 

할머니와 어머니 얘기는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그런 일로 이런 장애가 생겼다고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 장애는 이제 질문자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장애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 장애가 없는 사람들처럼 나도 살겠다는 생각은 병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병을 인정해야 합니다.

 

심장 질환을 갖고 있다면

일상적으로 활동하되 증상이 생기면 속도를 늦춘다거나 멈추어서 조절을 해야 하듯이

질문자는 분노조절 장애를 앓고 있으니까

그에 맞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약을 먹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느냐고 묻는데

밥은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 묻지 않으면서

왜 약은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를 묻습니까?

약은 아무리 많아도 밥 한 숟가락의 양도 안 됩니다.

그러니 밥 먹듯이 그냥 꾸준히 약을 먹으면 됩니다.

의사가 그만 먹으라고 할 때까지 먹으면 돼요.

어떤 약은 평생 먹어야 하고, 어떤 약은 장기간 복용하다가 끊어야 하고

감기약 같은 것은 3일 동안만 먹으면 되듯이 약마다 다 다릅니다.

 

질문자가 앓고 있는 질환은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병이에요.

의사가 끊어도 된다고 하지 않는 이상 약을 계속 복용하세요.

또 몇 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고

같은 약을 계속 타든지, 조금 다른 약을 타면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둘째, 질문자의 경우 직업을 선택할 때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하는 일은 피하는게 좋아요.

분노조절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일하면서 자꾸 화를 내게 되면 나도 괴롭고 상대도 괴롭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별일도 아닌데 저 사람은 또 짜증 낸다.’ 이렇게 받아들여지거든요.

그래서 옳으니 그르니 시비를 따지는 일은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아요.

제일 좋은 건 농사일을 하는 겁니다.

물론 농사일도 하다 보면 짜증날 때도 있겠지요.

그래도 가능하면 사람들과 같이하는 일보다는

혼자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다면 그런 일이 더 낫다는 겁니다.

 

셋째, 사람의 일이란 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사람들과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으며 갈등하는 환경 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면

분노가 일어날 때마다

상대방 때문이 아니고 나의 병이다하고 자각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마음에서 화가 일어날 때마다

이건 나의 병이다하고 주문을 외우듯이 자기에게 암시를 줘야 해요.

 

상사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이것은 내 병이 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알아차림으로써

발병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화가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이것은 나의 병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해요.

알아차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 108배 절을 하면서

화날 일은 없습니다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실제로는 부딪히고 화날 일이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나지만

그것은 나의 병 때문에 생긴 것이지

원래는 화날 것이 없다는 관점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절을 하면서

화날 일은 없습니다하며 기도를 해보세요.

만약 어제 화가 세 번 났다면

어제는 내가 세 번 발병했구나이렇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자꾸 기도를 하다 보면 발병 횟수와 강도가 점점 줄어들면서

내가 조금씩 치유가 되는구나하고 느낄 수 있어요.

병원 치료를 병행하면서 이런 수행을 해보면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