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힘든 일을 많이 겪었는데 정토회에서 불법을 만나고 그 상황들에 대해 이해가 됐습니다.
그 모든 일들이 불법을 만나는 길 위에 있었던 거라고 이해가 됐어요.
그런데 딱 한 사람이 마음에 걸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돈에 대해서 집착하고 있는 건지도 궁금하고요.
십여 년 전에 지인이
‘나에게 돈을 맡기면 일 년에 받을 이자를 한 달에 주겠다.
몇 배로 불려주겠다.’고 해서,
알뜰하게 살았던 제가 그 사람에게 돈을 맡겼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던 쥐약을 먹었고
십여 년 동안 돈을 달라고 할까 말까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결국 1/5도 못 되는 돈을 받고 이 문제를 끝내게 됐습니다.
제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돈을 가져갔던 그 사람이 생각나요.
‘그 사람이 잘 안 됐으면 좋겠다’하고 불쑥불쑥 나쁜 마음이 올라옵니다.
이런 마음이 저에게 굉장히 안 좋은 거 같습니다.
어차피 끝난 일인데 아직 까지 상처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재물이나 물건이나 돈은 원래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다만 재화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류가 소유권에 대해 사회적인 약속을 한 거예요.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줬으면 돌려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빌린 사람이 돈이 없다면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방법밖에 없어요.
감옥에 보내는 것은
심리적으로 복수를 하는 것이지
나에게 무슨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나한테 돈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거지요
그 사람이 돈이 있더라도
차용증과 같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면
그 돈은 이미 내 것이 아닙니다.
심리적으로 내 것이라는 생각만 남아 있을 뿐이에요.
내 소유라고 주장하려면 법적인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증거가 없으면 내 것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여기 내 돈 100만 원이 있었는데
이걸 다른 사람이 주머니에 넣어서 자기 것이라고 우긴다고 합시다.
이 경우 분쟁의 소지가 될 수는 있지만
훔쳐갔든 빌려갔든 증거가 없으면
돌려받을 수 없는 거예요.
돌려받는 방법은
그에게 인간적인 호소를 해보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돌려받을 방법이 있는데
기분이 나빠서 포기하면 내 손해입니다.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데 계속 애를 써도 내 손해예요.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아무런 진척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그 문제를 계속 붙들고 살면 나만 손해입니다.
내가 나를 해치는 행동이에요.
다시 말해,
처음엔 그 사람이 돈을 가져가서 나를 해쳤지만
그 이후에 그걸 가지고 괴로워하는 것은
내가 나를 해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을 해치는 행위는 나쁘다고 말하고
나를 해치는 행위는 어리석다고 해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지금 어리석어서 이 문제를 계속 붙들고 있는 겁니다.
그걸 심리학 용어로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성추행을 당했거나, 돈을 빼앗겼거나,
어릴 때 맞았던 과거의 기억이 자꾸 되살아나서
지금 일어나는 일도 아닌데
화가 나거나 괴롭거나 슬퍼하는 걸 말해요.
이건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수행적으로는
‘본래 내 것이 없는’ 도리를 알아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그것을 내 거라고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그 돈은 질문자의 부모가 준 돈도 아니고
질문자가 번 돈이기 때문에
집착이 더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알뜰살뜰하게 살았다고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집착이 더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돈에 애착이 강한데 그것을 날려버렸기 때문에
그 순간에 겪었던 심리적 고통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 거예요.
계속 그 생각만 하면 다시 괴로움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그 생각을 한다고 해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만 괴로울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생각은 그만둬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도 계속 생각이 난다면
‘본래 내 것이 없다’는 수행적 도리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근데 그것마저도 되지 않는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서 트라우마를 치료해야 합니다.
...
그래서 ‘본래 내 것이 없다’라는 도리를 말씀드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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