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한 지 10년 차 되는 주부입니다.
연애 때부터 남편한테 집착하는 마음이 생겨서
들키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는데
지금도 집착이 사라지지 않고 의심만 듭니다.
매일 새벽 108배를 해도 마음이 불안하고 괴롭습니다.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남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결혼해서 아내가 남편에게 좀 집착을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집착하는 정도가 심해서 남편에 대해 어떤 의심을 하는 건가요?
구체적으로 다른 여성과의 관계를 의심하는 건가요?”
(남편이 일하고 있다고 해도
일을 안 하고 놀고 있는 것 같아서
믿음이 가지 않아요.)
주로 여성문제 때문이라고 생각되나요?
주로 여성문제에 대한 의심이 든다면
‘의부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정신질환이에요.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다른 정신질환과는 다르게 치료가 어렵습니다.
우울증의 경우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이를 알아차리기가 쉬워요.
처음에는 ‘저 사람은 성격에 좀 문제가 있나?’ 하고 의심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우울증으로 판단하게 되지요.
당사자도 처음에는 자신의 상태를 의심하지 않다가
계속해서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내가 우울증에 걸린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의처증이나 의부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직장 생활도 정상적으로 잘하고
다른 모든 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데
의처증이 있는 사람은
아내에 대해서만 계속 의심이 들고
의부증이 있는 사람은
남편에 대해서만 계속해서 의심이 드는 거예요.
특정인에 대해서만 의심이 들기 때문에
나의 정신적인 문제라고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도
그의 일상생활이 다 정상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가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해요.
그래서 병으로 인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이를 병이라고 눈치를 채고
거기에 대해서 말을 자주 해주면
‘내가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파트너에 대한 의심하는 마음 한 가지 빼고는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살고 있어서
본인 스스로 내가 문제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질문자의 상태가 좀 가벼우면
집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가 볼 때는 정신과에 가서 본인의 상태를 먼저 점검받는 게 필요해 보여요.
의부증이라면
내가 의심하고 싶어서 의심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의심이 드는 겁니다.
남편이 어디 갔다 좀 늦게 와도
‘다른 이성과 데이트하고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것은 병이기 때문에 질문자가
‘그런 생각을 안 해야지’ 하고 결심해도 자꾸 그런 의구심이 듭니다.
그래서 스스로는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병원에서 의부증이라고 진단을 받았으면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치료받고 낫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상태가 정신질환의 일종이라는 것을 안 후에는
적어도 ‘내가 약간 그런 증상이 있지’ 하고 자각을 할 수가 있게 됩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남편에 대한 의구심을 자꾸 자각하다 보면
남편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게 되죠.
그렇지 않고 남편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의심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게 되면,
남편은 ‘왜 너는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며 굉장히 답답해합니다.
그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점점 나빠집니다.
질문자의 얘기만으로는 일단 의부증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보는 것이 좋겠어요.
의부증이 아니라면
수행을 통해 남편에 대한 집착을 극복할 수가 있지만
의부증이라면 치료를 받아야지
각오하고 결심한다고 이 문제가 극복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의부증에 대한 치료인가요?
신랑이 저에게 거짓말을 많이 했는데
그로 인해 신뢰를 많이 잃게 되었어요.
그래서 자꾸 의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한테는 안 그러는데
신랑한테만 제가 유독 의심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치료가 어렵다는 겁니다.
이 사람도 의심하고 저 사람도 의심하면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하고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는데,
오직 아내 또는 남편만 의심하기 때문에
본인이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질문자 스스로 나에게 의부증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을 믿는 사람은
신이 늘 내 안에서 작용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데 왜 저러나?’ 하고 생각합니다.
신을 믿는 사람은
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것처럼 의부증이 있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남편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다고 계속 의심을 합니다.
그래서 검사를 해보라는 겁니다.
병원에 갔더니 뭐라고 그래요?
(제가 10년 전에 아기를 낳으면서 산후우울증이 심하게 왔어요.
그때부터 우울증 약을 10년 가까이 먹고 있습니다.
임신했을 때부터 신랑이 거짓말을 많이 해서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그로 인해 믿음이 안 가게 된 겁니다.
그래서 지금 매일 새벽마다 108배를 하고 있는데
어떤 기도문을 가지고 기도하면 도움이 될까요?)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니까 다행입니다.
그런데 방금 질문자가 저한테 얘기했듯이
자꾸 신랑에게 의심이 든다는 얘기를 의사한테 한번 해 봤어요?
의사의 검진을 받으면서 그 얘기를 안 했어요?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아이 낳고부터 그랬다면
그때 발병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연애할 때부터 그랬다니까 산후우울증하고는 관계가 없어요.
다음에 병원에 가거든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남편이 거짓말을 한 게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항상 남편에게 의심이 듭니다’
하고 꼭 상담해 보세요.
병원에 처음 가는 것도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고 진찰해 보세요.
의부증이 아니라면 다행이고
의부증이 맞다면 치료하면 되잖아요.
어차피 우울증 약을 먹고 있으니까
약을 한 개 추가해서 같이 먹으면 됩니다.
스님은 정신과 의사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어요.
다만 저는 상담을 많이 하다 보니까
정신질환을 방치해서 나중에 병을 키워
더 큰 고통을 겪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진찰해 보라는 거예요.
치료받으면 금방 호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도는 이렇게 하면 됩니다.
‘남편에게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저는 남편을 믿습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이 3가지 문장을 기억해서 기도할 때마다 되뇌어 보세요.
질문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문장입니다.
실제로 남편에게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질문자는 남편이 늘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기도문은 남편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남편을 못 믿는데
기도문은 남편을 믿겠다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데
기도문은 나는 편안하다는 것입니다.
이 3가지를 기도할 때마다 되뇌어 보세요.
‘편안하겠습니다’가 아니라
‘저는 편안합니다.’입니다.
‘남편을 믿겠습니다’가 아니라 ‘남편을 믿습니다’입니다.
‘남편은 아무 일도 없을 것입니다’가 아니고
‘남편은 아무 일도 없습니다’입니다.
불교 신자라면 앞에 ‘부처님’을 붙이고
기독교 신자라면 앞에 ‘하느님’을 붙이고,
종교가 없으면 아무 말도 안 붙여도 돼요.
3가지 내용을 기억하셨어요?
한번 따라 해 봐요.
“남편에게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저는 남편을 믿습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그렇게 한번 기도를 해보세요.
그런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요?
병원에는 이미 가고 있으니까,
의사한테 자신의 의심병을 한번 자세하게 얘기해 봐요.
그것이 나중에 생긴 트라우마라면
거기에 따라서 약이 처방될 것이고
의부증으로 진단이 나면
약만 먹는다고 낫지는 않습니다.
계속 의심이 드는 이유는
남편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 나의 병 때문입니다.
이것을 자각하면 의심이 들더라도
남편을 탓하는 마음은 생기지 않게 됩니다.
‘내 병이다’ 이렇게 자각하면 빨리 회복이 됩니다.
정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병원에 가는 겁니다.
108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병원에 가는 게 중요해요.
병원에 가서 의사하고 상담을 해보세요.
그리고 108배 절을 하면서
3가지 내용으로 자신에게 암시하세요.
그러면 무의식 세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서
개선이 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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