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8년 차 만성 재발성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는 29살 여자입니다.
평생 어머니의 희생 덕분에 아토피를 잘 조절하며 살다가
성인이 된 후에는 회사 생활과 공부, 연애 등 저의 욕망에만 집착해서 살다 보니까
병이 너무 악화되어서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연애도 끝내고 지금은 시골로 내려와서 아토피 치료에만 집중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토피는 생각보다 잘 낫지 않고
오히려 악화가 되고 있어서 진로가 더욱 걱정됩니다.
어떤 일을 해도 평생 아토피가 발목을 잡을 것 같아서
평범한 인생을 꿈꾸는 게 사치라는 생각도 듭니다.
피부가 다 나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을지,
피부에 신경을 덜 쓰고 진로를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을 해보는 게 좋을지
고민입니다.
그리고 평범한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방법도 궁금하고
제가 시골에 내려와서 식단과 운동이 잘 실천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스스로 더 통제하고 절제하는 방법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술 마시고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마음껏 먹는 것이
평범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은
밥을 먹을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땀 흘려 일하고,
저녁에 돌아와 씻고 편히 자는 게 평범한 일상이에요.
5,0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요즘 와서 조금 더 잘먹고 잘살게 된 것일 뿐입니다.
80억 인구 중에 질문자가 기대하는 것처럼 사는 사람은
오히려 소수에 속합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평범한 게 아니에요.
우리가 특별한 삶을 사는 겁니다.
조선시대로 예를 들면
왕족의 삶을 사는 것과 같아요.
귀족들은 기생집에 가서 놀고먹는 게 평범한 삶이고 일상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일상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지금처럼 사는 게 일상일지 모르겠지만
전 세계의 80억 인구 중에서 보면
부유한 나라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이
질문자가 얘기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지금 사는 삶이 평범한 삶입니다.
다만 질문자가 평범하지 못한 건
부모에게 의지해서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먹고 자는 것만 보면
옛날 귀족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셔야 해요.
피부에 아토피가 생기는 건 체질입니다.
전생에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하느님이 내린 벌도 아니에요.
복숭아를 먹으면 두드러기가 생기는 사람이 있고,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어서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시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다른 게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으면
복숭아를 안 먹으면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복숭아를 먹을 수 있는데 왜 나는 못 먹지'
이렇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복숭아를 먹을 수 있지만
나는 못 먹는 게 자연스러움입니다.
산에 가면 야생 열매가 많이 있는데
그중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있고. 못 먹는 열매가 있는 것처럼,
피부에 아토피가 난다는 것은
복숭아를 먹으면 알레르기가 생기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동물은 먹어도 괜찮은 열매가
사람이 먹으면 몸에서 독이 되는 음식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음식은 안 먹으면 되지
무슨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꼭 복숭아를 먹을 수 있어야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에요.
체질에 안 맞는 건 안 먹으면 됩니다.
질문자도 체질에 맞게 살면 돼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약간의 부작용만 있지,
증상이 심하지 않은데,
아토피가 있는 사람은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겁니다.
저도 냉기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겨울만 되면 피부가 가렵고 피가 날 정도로 힘듭니다.
추운 곳에 있다가 더운 곳으로 오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현상이 있어요.
이런 증상은 체질이기 때문에
특별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겨울이 올 때마다 가려우면 긁으며 살든지,
식사나 생활을 더 조심해서 하면 됩니다.
조금이라도 가려움을 유발할 만한 음식이 있으면
겨울에는 안 먹어야 해요.
그리고 항상 피부에 냉기가 닿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이렇게 체질에 맞춰서 생활하면 돼요.
봄에 창문을 조금만 열어도 콧물이 줄줄 흐른다면,
미리 대비하면 됩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면
약을 먹든지, 마스크를 쓰고 살든지,
그냥 코를 흘리고 살든지, 결
정해서 지금 조건에 맞게 대비를 해서 살면 됩니다.
더우면 옷을 적게 입고,
추우면 옷을 더 입으면 되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다 옷을 겹겹이 입고 다니는데
나만 왜 얇게 입고 다녀야 합니까’
또는 ‘다른 사람들은 다 옷을 가볍게 입고 다니는데
나는 왜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합니까’ 하는 얘기는
너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생각입니다.
자기 체질에 맞게 사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럽고 평범한 삶이에요.
아토피가 있는 사람들은
공기가 나쁘거나 물이 나쁘거나 음식에 조미료가 많이 들어있으면
피부 가려움증이 더 심해집니다.
그런 분들은 시골에 내려가서 가능하면
유기농으로 채소를 직접 가꿔서
요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생채식에 가깝게 먹으면
상태가 훨씬 좋아집니다.
질문자는 도시에 살고 싶겠지만
그것은 본인에게 평범한 게 아니에요.
체질적으로 도시 환경과 음식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골에 내려가서 살더라도
농사지을 때 제초제를 뿌린다든지, 비료나 농약을 치게 되면
알레르기가 심해집니다.
이런 것들은 다 화학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기가 먹을 것은
우선 유기농으로 하고
그다음에 판매할 것을 좀 더 재배해서 수입을 얻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받아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약간의 도움을 주실 수 있으면
시골에 방을 하나 얻는 것 정도는
지원받을 수도 있겠죠.
이렇게 생활하면 되지
아토피는 그렇게 큰일이 아니에요.
별일 아니라는 관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육체적으로 아무리 건강해도
한 끼 음식을 구하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몸에 아토피가 좀 있다고
그렇게 큰일로 여기는 것은
너무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 아닐까요.
오히려 ‘나는 체질이 자연 친화적인 사람이구나.
그래서 인공적인 것과는 좀 맞지 않네’ 이런 관점을 가져보세요.
가능하면 자연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고,
거기에서 뭔가 아이디어를 내어서
수입이 될 만한 일을 찾아서 살면 됩니다.
그러고도 또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면
가려움을 좀 겪고 살아야지 어떡하겠어요.
저도 지금 감기가 안 떨어진 지 몇 달이 되어가거든요.
그렇다고 ‘감기로 아픈데도 강의를 계속해야 하니 힘들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아주 심하면 병원에 가면 됩니다.
얼마 전에는 경주 남산을 여섯 시간 정도 안내하며 등산을 했더니
무릎이 아파서 지금 걷기가 힘듭니다.
처음에는 조금 있으면 낫겠지 했어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일주일이 지났는데 처음보다 더 아파져서
결국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봤어요.
특별히 물이 차거나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 했습니다.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조처가 있으면
취하면 되는 것이고,
만약 이 상태가 계속되면 산에 안 가면 돼요.
더 안 좋아지면
휠체어 타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있겠어요?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일을 갖고
자꾸 옛날 생각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다 등산을 하는데, 나는 왜 등산을 못 합니까?’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 나이, 자기 건강, 자기 상태에 맞게끔 살아가는 게
평범한 삶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병은 누구나 다 있습니다.
병을 조금씩 안고 살면서
예방할 수 있는 일은 예방하는 겁니다.
어떤 음식이 먹고 싶더라도
그걸 먹고 내가 가려워진다면
‘이 음식은 다른 사람에게는 맛있을지 몰라도
나한테는 독이구나’ 하고
그 음식을 안 먹어야 합니다.
관점을 그렇게 가지고 살아가면
지금 당장 아무 문제가 없어요.
눈이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귀가 안 들리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에게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합니다.
자꾸 남을 쳐다보면서
‘저 사람은 안 가려운데 왜 나만 가려운가?’ 하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질문자는
기후 위기 시대에 친환경적인 자연 생태 속에서
생채식을 하며 살아가는
미래 지향적 삶을 체질적으로 타고났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면 좋겠습니다.
...
그게 잘 안 된다는 것은
식단 조절이나 운동을 안 해도 살만하다는 방증입니다.
피부가 가렵다고 해도 견딜 만한가 봅니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 보여도
‘여기에 독이 들었다.’ 하는 말을 듣고
‘그래도 조금만 먹어보면 안 될까?’ 하는 사람은 없어요.
종류와 색깔과 맛에 관계없이, 독이 들었다 하면
그걸로 딱 끝이 나야 합니다.
운동을 해야 몸이 좋아진다고 하면
운동을 하는 것이고
생채식을 해야 한다면
생채식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걸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 되면 그냥 안 되는 대로 살면 됩니다.
몰라서 못 하는 것이면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질문자 본인이
이렇게 하면 좋은 줄 알면서도 안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방법이 없어요.
하느님이 오시고 부처님이 오셔도 해결이 안 됩니다.
하기 싫은데 어떡합니까?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돼요.
안 하면 어떻게 되냐고요?
죽든지 계속 아프든지 하겠지요.
그럼 안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기 싫은 마음에 구애받지 않아야 합니다.
하기 싫은 게 뭐가 중요해요.
이걸 하는 게 좋다면, 그냥 하는 것이고
그래도 하기 싫으면 그냥 고통을 겪는 겁니다.
거기에 제3의 길은 없습니다.
돈을 빌렸으면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 합니다.
한번 그렇게 해보니
돈 갚기가 어려운 것을 알았다면
아무리 곤궁해도 돈을 안 빌려야 되는 거예요.
질문자의 말은
‘돈은 빌려서 쓰고, 갚지는 않는 방법이 있을까요?’ 하고
묻는 것과 똑같습니다.
어떤 종교에서
‘돈을 빌리고 안 갚아도 되는 길이 있다. 믿고 빌면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한다면 그건 사기입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니까요.
‘죄를 엄청나게 지어놓고 지옥에 안 가는 방법이 있습니까?’
이런 질문은 할 필요가 없지요.
죄를 지어서 가는 지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만약에 그것을 믿는 사람이라면
지옥에 가기 싫으면 죄를 안 지어야 하고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지옥에 가서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 질문을 자꾸 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젊은 사람이 미꾸라지처럼
자꾸 이리저리 빠져나가려고 하지 마세요.
어떤 음식을 먹으면 가렵다고 할 때
질문자가 할 수 있는 결정은 두 가지예요.
먹고 좀 가렵든지,
가렵기 싫으면 안 먹는 겁니다.
‘먹고도 안 가려운 방법은 없습니까?’
이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이에요.
저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바로 설사를 하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권해도 잘 안 먹어요.
그런데 가끔
‘스님, 이거 참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이러면
몇 숟가락 먹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바로 설사하러 가면 되죠.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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