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 돈, 노력을 투자하는데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해도 될까요?
아이들을 변화시키려는 우리의 욕망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은 어렵습니다.
가끔 유튜브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이 이런 기회를 누리는 것에 대해 감사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여기서 해결하고 싶습니다.
2개월 넘게 고민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외국에 사시는 분이 꼭 한국의 부모님처럼 생각하고 사시네요.
자식이 내 삶에 장애나 부담이 된다면
결국 내가 낳은 자식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겁니다.
왜냐하면 부모에게 큰 짐을 지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애 키우느라 힘들죠?’ 하고 물을 때 이렇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요. 저는 애 키우는 게 힘들지 않아요.
이왕 먹는 밥에 숟가락 하나 더 얹으면 되고
세탁기 돌릴 때 옷 하나 더 집어넣으면 되니까요.
저는 애 하고 있는 게 기뻐요’
그러면 자식이 어머니를 부담스럽게 하지 않고
오히려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벌써 착한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게 힘이 들면
자식에게 당연히 기대를 많이 갖게 됩니다.
그 결과 자식은 무거운 짐을 지니고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굉장한 압박을 받게 되고,
어떤 의무감이나 책임감으로 인해서 마음이 매우 무거워집니다.
그 무거운 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결국 부모 말도 안 듣고 저항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내가 자식 키우는 것이 별로 안 힘들면
아이가 유튜브를 볼 때도
‘유튜브를 안 보는 게 좋겠다’ 하고 말하는 정도로 끝나지만,
내가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을 아이에게 투자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아이가 미워지게 됩니다.
‘나는 이렇게 너를 위해 고생하는데 너는 유튜브나 보고 있니?’
이런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자녀의 정신적인 건강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저는 시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님의 관심은 오직 농사를 짓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저의 어린 시절에 초등학교가 의무 교육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아이가 학교에 의무적으로 가야 했습니다.
만약에 의무 교육이 아니었다면 저는 초등학교를 못 다녔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를 다녀오면 저는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학교에서 하루 종일 놀다 왔으니까 집에서는 일을 해라’ 하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농부의 입장에서 볼 때 학교라는 곳은 하루 종일 노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은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다녀와서 숙제한다고 마루에 엎드려 있으면
아버님이 막대기로 마룻바닥을 두드리면서
‘공부한다고 돈이 생기나, 밥이 생기나! 당장 일하러 가라’ 하고 고함을 치셨습니다.
그러면 책을 놓고 일을 하러 가야 했습니다.
겨울밤에 공부한다고 호롱불을 켜놓으면
기름 닳는다고 오래 못 켜게 했습니다.
늦게까지 공부하려면 문을 담요로 가려서
불빛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해놓고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부모가 공부하지 말라고 할 때 제가 자발적으로 했던 공부는
놀이처럼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농사일을 돕는 것은 부모가 강제로 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힘든 노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반대가 된 것 같아요.
요즘 부모가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온갖 것을 챙겨주는 것은
마치 저희 부모님이 저에게
호미도 주고, 낫도 주고, 온갖 농기구를 챙겨주며 농사일을 하라고 한 것과
똑같이 힘든 노동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유튜브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것은
제가 어릴 때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과
똑같이 놀이로 느껴지는 것이죠.
그래서 부모가 공부할 수 있도록
방도 주고, 불도 켜주고, 책도 사주고, 학원도 보내주는 등
온갖 조건을 잘 갖춰준 것에 대해
아이가 고마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 중의 착각입니다.
거기다가 피아노도 배우라고 하고, 태권도도 배우라고 하고
바이올린도 배우라고 하는 것은
고된 노동을 넘어서서 아동 학대에 해당합니다.
아이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엄청난 저항심과 복수심을 갖게 됩니다.
사춘기가 되면 다 거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강력하게 저항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나중에 내 기대에 부응하거나 고마워하는 일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마치 부모가 매로 애를 때리면서
‘네가 잘 되라고 때리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은
내 인생도 허비하고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반드시 나쁜 결과가 나온다는 뜻은 아니에요.
나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나도 힘들고 아이도 힘든 일을 왜 하나요?
만약 아이가 꼭 원한다면
부모가 좀 부담이 되어도 해줄 수는 있습니다.
아이가 ‘태권도를 꼭 배우고 싶어요’,
‘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원한다면 부담이 되어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는 효과가 날 확률도 높고, 고마워할 확률도 높습니다.
그러나 질문자가 공부할 조건을 다 갖춰주었다고 하는 것은
저희 부모님이 저에게 낫과 호미와 모든 농기구를 다 갖춰주었는데
농사일을 안 한다고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자신이 경험한 범위 안에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질문자를 비롯한 우리 기성세대는
학교에 가서 지식을 쌓고 기술을 익히면
세상에 나왔을 때 여러 가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사회에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노동 효율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디지털 사회로 바뀌면서
지식과 기술은 대부분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기술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학교 교육은
미래 사회에 적합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교육이 아닙니다.
그래서 너무 부모의 경험에 기초해서 아이들을 지도하려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닙니다.
30년 후를 내다보고 어떤 사람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인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를 통해서 이루려고 하는 부모의 욕심이
자녀의 인생을 망칩니다.
자녀를 한 사람의 인격으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로서 자녀의 진로에 대해 제안은 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길을 자녀가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부처님과 부처님의 아버지인 정반왕 사이에서 일어났던 갈등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정반왕은 부처님이 가는 길은 정말 바보 같은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녀에게 기본적인 지원은 해줘야 하지만
지나친 강요와 간섭을 하는 것은 자녀에 대한 사랑이 아닙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부모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집니다.
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부모님이 특별히 도와준 것은 없지만
방해를 한 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학교에 다니지 않았고 가난했기 때문에
제가 가는 길을 방해할 만큼의 힘을 갖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많이 배우고 지위가 높은 부모는
아이의 앞길을 도와줄 수 있는 힘도 있지만
그만큼 방해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방해를 받지 않은 것이야말로
제가 오늘날 여기까지 오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처럼 아이에게 여러 가지 학습 도구를 제공해 주고
내 뜻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는 것은
아이를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아이를 나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고
젊은이들이 아기를 낳지 않아
출산율이 0.7명 수준까지 떨어진 이유를 우리는 살펴봐야 합니다.
과연 우리가 그렇게 출세하고 그렇게 많은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부모의 기대를 따라가지 못해서 힘들어하고
자살하고 죽어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다는 점도
우리가 되돌아봐야 합니다.
그래서 자녀가 돈이 많은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
유명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보다는
‘나의 아들딸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서
행복 지수가 높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관점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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