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연애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상대에게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레 겁이 납니다.
이전의 연애 경험들에서 나온 마음인 것 같습니다.
연애할 당시에 상대방과 오래 사귀지 못했고
만나는 동안에도
‘나같이 못난 사람이 저렇게 잘난 사람과 사귀어도 되는 걸까?’
‘상대방이 나에게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겁이 나곤 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계속 들면 그냥 혼자 사는 것이 나을까요?//
결혼을 하든, 연애를 하든, 혼자 지내기로 하든,
모두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만날 때
‘연애를 해야겠다’, ‘결혼을 해야겠다’ 이렇게 의도를 갖고 만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도를 갖고 접근하게 되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는 그냥 친구로 만나는 게 좋습니다.
심지어 사귄다는 생각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디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 그냥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필요하면 연락을 할 수도 있는 친구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친구를 사귈 때는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결혼했든 안 했든,
잘 생기고 못 생기고를 떠나서
아무런 조건을 따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혼할 상대를 만날 때는 조건을 따집니다.
나이를 따지고, 인물을 따지고, 학벌을 따지고, 직업을 따지고, 성격을 따집니다.
따진다는 것은 내 이익이 중심이라는 뜻입니다.
상대방에게 이기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가 한눈에 딱 마음에 들었다면
그것은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결혼을 했을 때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내 욕심이 극치인 상태에서 만났기 때문에
실제로 결혼해서 살아보면 실망이 더 커집니다.
사람을 만날 때 어떤 의도를 갖고 만나는 것은
불행을 가져오는 길임을 알아야 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막상 친구가 되어보면 연애할 마음을 갖고 접근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조건을 가진 사람 중에도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결혼했다가 이혼 한 사람이거나, 나이가 많거나,
애가 있는 사람이거나, 약간의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이거나
이런 조건을 가진 사람 중에도
나와 잘 맞는 좋은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연애나 결혼할 의도를 갖고 있으면
사람을 선별해서 접근하게 되지만
친구를 사귀려고 할 때는 아무런 차별 없이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친구로 만나다 보면 서로 마음이 통할 수가 있겠죠.
그럴 때 연애 관계가 되려면
나만 상대를 좋아해도 안 되고, 상대만 나를 좋아해도 안 됩니다.
나도 상대를 좋아하고 상대도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연애로 발전하게 되는 겁니다.
친구를 사귀려고 할 때는 그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친구들 중에 서로가 소통이 돼서
상호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연애를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결혼을 하려고 할 때는 조금 다릅니다.
친구 관계나 연애 관계까지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 국적이 달라도 괜찮지만,
결혼은 그로 인한 가족관계가 새로 형성되기 때문에
주변에서 반대를 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 가족과 관계를 다 끊고, 과거 인연도 다 끊고
오직 이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고 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맺어온 인간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혼을 하겠다고 할 때는
가족들의 의견도 어느 정도 존중해야 됩니다.
그렇다고 가족들의 의견에 항상 끌려다닐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존중을 해야 되기 때문에
결혼은 연애와 좀 다르다는 걸 알아야 됩니다.
연애를 할 때는 괜찮았는데
결혼을 하려고 하니까 가족관계에 갈등이 생겨서
결국에는 연애 관계까지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자는 연애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너무 자신의 욕망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연애를 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접근하면
인물도 괜찮아야 되고, 나이도 괜찮아야 되고
몇 가지 조건을 이미 갖춘 사람한테 접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 하고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정작 상대방은 나보다 더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령 연애를 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저 사람이 떠나면 어떡하나’ 하고 늘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것은 내가 눈을 약간 높여서 상대를 선택하기 때문에 오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내 실력이 보통인데 용케 재벌 회사에 합격을 하게 되면
회사 생활을 할 때 기를 못 펴게 됩니다.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못할까 봐 늘 조마조마하고,
사람들한테 실력 없다고 지적받을까 봐 항상 눈치 보고 살아야 합니다.
내 수준보다 높은 곳에 합격하게 되면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오히려 불행의 시작이에요.
심리가 위축되고, 눈치를 보게 되고,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만약 내가 좋은 회사에 다닐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못 받고, 월급도 적은, 그런 직업에 종사하면
항상 떳떳하게 살 수 있습니다.
여기 말고도 다른 곳에 가서 얼마든지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월급 받고 일할 바에야
언제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 하는 그런 직장에 다닌다면
사장이 내 눈치를 보지, 내가 사장의 눈치를 안 봅니다.
‘저 사람 나가면 어떡하나’ 싶어서
사장이 늘 전전긍긍하게 되죠.
꼭 직원이 사장 눈치를 보는 건 아닙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원하는 대로 되면 그 순간에는 좋지만,
그다음부터는 눈치를 보며 조마조마하면서 살게 됩니다.
그러나 눈을 약간 낮추면 그럴 필요가 없어집니다.
만약 질문자의 나이가 서른이고, 사귀는 여성의 나이가 마흔이고
학벌과 수입도 여성보다 질문자가 더 높다고 합시다.
이런 경우에는 여성이 더 눈치를 보게 됩니다.
이렇게 자기가 정한 기준보다 낮은 사람과 사귀게 되면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지고 떳떳해집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딱 고정해 놓고 접근하기 때문에
거절당할 확률이 높으니까
말도 못 하게 되는 겁니다.
또한 뜻밖에 사귀게 되었어도 깨질까 봐 늘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그것은 연애 때문에 오는 문제가 아니에요.
질문자가 약간 눈높이를 높여서 관계를 맺고 있어서
혹시 나의 부족한 점이 들통날까 봐 두려움이 생기는 겁니다.
첫째, 친구로 사귄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만나보세요.
그러다가 서로 뜻이 맞으면 연애를 하면 돼요.
둘째, 처음부터 연애로 만나고 싶거든 눈을 좀 낮춰서 접근해 보세요.
거절당할까 봐 겁이 난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연애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자의 욕심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
왔다 갔다 하면 되죠.
한두 사람만 깊게 사귀어도 괜찮고,
다양한 사람을 얕게 여러 명 사귀어도 괜찮아요.
과일을 먹고 싶을 때 계속 사과만 먹어야 하나요?
오늘은 사과 먹고, 내일은 배 먹고, 그다음에는 토마토 먹고, 그다음에는 귤 먹고
이렇게 계속 바꿔 먹어도 되잖아요.
그것처럼 사람을 사귀는 방식도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너무 딱 정해 놓지 마세요.
살다 보면 저절로 사귀어지기도 하고, 또 사귀고 싶어서 사귀어지기도 하고
잘 지내다가 뜻하지 않게 헤어지기도 하고
헤어져서 외로우면 또 다른 사람도 사귀기도 하는 겁니다.
왜 한 사람하고만 계속 사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한 사람과 꾸준히 관계를 맺게 된 것은 괜찮은데,
‘한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렇게 딱 정해 놓으면
중간에 헤어지게 되었을 때 괴로움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그렇게 정해 놓지 마세요.
요즘 같은 세상에 좀 유연하고 자유롭게 살면 어떨까요?
요즘은 혼자 살아도 괜찮은 세상이잖아요.
옛날에는 혼자 살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어요.
스님이나 신부님 빼고는 혼자 사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혼자 사는 사람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혼자 살면 생활이 굉장히 불편했어요.
그러나 요즘은 남자든 여자든 혼자 사는 것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음식도 혼자 사 먹을 수 있고, 밥은 전기밥솥이 해주고,
반찬가게에 가서 반찬을 사 올 수 있잖아요.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가 있기 때문에
혼자 사는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혼자 산다’, ‘결혼한다’ 이렇게 정할 필요가 없어요.
살다 보니 혼자 살게 되었다면 혼자 살면 되는 것이고
살다 보니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면 연애를 하면 되는 것이고,
살다 보니 상대가 결혼하자고 하면 결혼하면 되는 것이고
살다 보니 상대가 헤어지자고 하면 다시 혼자 살면 되는 것이고
이렇게 편안하게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요.
질문자는 너무 의도를 갖고 있어요.
의도를 가졌으면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든지요.
그런 역량이 없으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수행자는 어떤 일을 한 번 결정하면 중간에 그만두는 일이 드뭅니다.
계속할 뿐이지
되고 안 되고 이런 것은 별로 따지지 않습니다.
필요해서 정했으면 그냥 합니다.
질문자는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두는 성격이라면
또 그런 성격에 맞게 살면 됩니다.
성격은 금방 그만두는 성격인데, 꾸준히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니까
서로 안 맞아서 생기는 문제예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좀 더 가볍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마음은 하기 싫은 거예요.
머리는 ‘해야 한다!’ 이러는데
마음은 ‘에이, 그거 하면 뭐 해’ 이러는 겁니다.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나는
이유는 일어나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 들어서
못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일찍 일어나기 싫어서 못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확하게 자신의 심리 상태를 알아야 해결책이 생깁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마음을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하고 싶으면 하면 됩니다.
‘하고 싶은데 안 됩니다’
이 말은 누가 강제로 질문자를 가두어 놓았을 때 통하는 말입니다.
본인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표현해야 정확합니다.
'법륜스님 > 즉문즉설(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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