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에 온 지 21년째 되었습니다.
미국인들과 함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자주 버겁게 느껴집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언어를 구사할 수 없는 것이 속상할 때가 많고
직장 동료들이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회사 미팅이 제가 계획한 대로 마무리되지 않거나
제 의견이 수렴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제 언어적 한계를 탓하고 저를 깔아뭉갭니다.
저는 여기서 결혼도 했고, 미국이 평생 제 삶의 터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 한국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어떤 마음으로 수행해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지금 자식이 있어요?
만약에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라면
얼굴이 한국 사람처럼 생겼다 하더라도
언어의 문제가 있겠어요? 없겠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한국에서 한국말을 쓰다가 미국에 왔기 때문에
언어에 일부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경상도 사람이 서울에 가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사투리가 나옵니까? 안 나옵니까?
같은 나라에서도 이렇게 언어의 한계가 생기잖아요.
북한사람이 서울에 와서 살거나 연변사람이 서울에 와서 살면
20년 살았다고 해서 사투리나 억양이 없어지나요?
그러나 어릴 때 이민을 오면 언어의 한계가 다 극복이 됩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 이민을 오면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도 미국에서 오래 살았다고 하더라도
성인이 된 뒤에 왔기 때문에 억양은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 감수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한국에서 살다가 20살이 넘어 미국에 온 사람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현실을 무시하기 때문에
자꾸 괴로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민을 왔으면 그 정도의 불이익은 감수해야 하는 거예요.
물론 법에 보장된 권리에 대해 차별을 한다면
소송을 해야 되겠죠?
왜냐하면 미국 법에 차별하지 말라고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말을 유창하게 못 해서 조금 무시받는 정도는
법적 소송을 한다고 해서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습니다.
그 정도는 불이익을 조금 감수해야 하는 거예요.
또 다른 예를 들어 볼게요.
제가 이곳 회사에서 근무를 하는데
부서 안에 신입 사원이 필요하다고 합시다.
한국 이민자도 있고, 베트남 이민자도 있고, 몽골 이민자도 있다고 한다면
베트남 이민자나 몽골 이민자의 실력이 아주 특별하다면
그 사람을 추천하겠지만
만약 실력이 비슷비슷하다면
질문자는 누구를 추천하겠어요?
나와 같은 한국 사람을 추천하거나
나와 같이 대학을 다닌 사람을 추천하거나
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배를 추천하거나
나와 고향이 같은 사람을 추천하기가 쉽지 않나요?
이런 인간의 심리를 이해한다면
약간의 불이익은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에게도 텃새라는 것이 있어요.
법적으로 어긋난 행동일 때는 고소를 해서 시정을 해야 되지만
이민을 왔으면 텃세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니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실력이 같을 때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둘째, 그것을 넘어서려면 내 실력을 높여야 합니다.
질문자가 언어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면
그 대신에 굉장히 친절해지는 방법으로 점수를 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친절하지도 않고 실력도 없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요.
친절한 것이 성격적으로 잘 안 되면
본인의 실력을 키우든지, 실력을 키우는 것이 어려우면
친절하게 웃으면서 무엇이든지
‘예’ 하면서 받아들이든지 해야 합니다.
이것이 부족하면 저것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내면 됩니다.
그런 것조차 싫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면 돼요.
...
한국으로 데리고 가면 되지요.
신랑이 미국 사람이에요?
그러면 신랑을 한국으로 데려가서 차별을 좀 경험하도록 하면 되죠.
그래야 미국에서 차별받는 내 심정을 신랑이 좀 알지 않겠어요?
이주를 한 사람이 현지 사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려고 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욕심입니다.
대신에 내 자식은 차별받지 않게 될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게 되니까요.
그러나 질문자는 이주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것만 다 취하고 싶어요?
불이익을 조금 감수한다는 관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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