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당뇨 합병증으로 심장이 나빠져서 17년 정도 투석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어머니 케어를 전담하다 보니까 어머니의 힘든 모습을 다 지켜봐야 했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솔직히 슬픔보다는
어머니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버지 차례예요.
얼마 전에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치매가 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가 더 이상 예전의 건강한 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제가 치매 걸리신 아버지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 외에 가족이 더 있습니다.
오빠도 많이 도와주고 있고, 착한 조카도 있어서 할아버지를 잘 케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버지를 간병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질문자의 지금 정신 건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아 보여요.
질문자가 건강하면 아버지를 간병할 수 있지만
현재는 질문자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아버지의 간병에 대해서는 오빠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질문자는 자신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자기 치료를 좀 더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질문자도 환자인데
환자가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좀 무리가 되죠.
질문자가 아버지를 간병하지 않으면 미워지지 않습니다.
왜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그것은 질문자의 문제입니다.
간병을 안 해도 됩니다.
내 아버지이니까 내가 간병을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은 질문자의 생각입니다.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지 의무는 아니에요.
오빠가 하겠죠.
질문자의 건강이 좋지 않으니까
간병이 어렵다고 오빠에게 말하면 됩니다.
그것은 질문자가 선택할 문제이지 아버지의 간병과는 상관이 없어요.
안 해도 되고 말고요.
간병을 안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만약 아기를 낳은 엄마라면
아기를 돌보지 않을 경우 자연의 법칙에 어긋납니다.
모든 생명은 자기 생명을 보호하려는 생존 본능이 있어요.
그래서 모든 생물은 자신의 생명을 자기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생물이든 새끼가 생기게 되면
그 새끼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모성애라는 거예요.
모성애는 종족 보존의 본능입니다.
모성애가 없으면 종족을 유지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처녀의 몸으로 있을 때는 자신의 생명이 제일 중요하지만
아기를 낳게 되면
어미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게 됩니다.
새의 경우 새끼가 있을 때 다른 적이 공격하면
어미가 죽음을 무릅쓰고 덤비거든요.
닭도 병아리와 같이 있을 때 사람이 다가오면
평소에는 도망가는데
그때는 절대로 도망가지 않고 날개짓을 하고 사람에게 덤빕니다.
이것은 생명의 본능이에요.
그 본능이 없으면 그 종이 유지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여성이 ‘나는 아기를 낳아서 못 키우겠다’라고 하는 건
아기를 낳기 전의 생각입니다.
막상 아기를 낳게 되면 저절로 아기를 보호하는 본능이 발동하게 됩니다.
만약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본능이 마비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현대사회에서 너무 자신의 직업과 꿈, 이런 욕망에 사로잡혀서
본능이 마비된 겁니다.
요즘은 가끔 그런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러나 자신의 일을 더 중요시하고 아기를 내팽개치는 행위는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또 반대로 새끼가 성년이 되면
어미와 새끼는 각각 독립된 생명이 됩니다.
자연생태계에서는 새끼를 위해 어미가 따라다니는 경우도 없고
어미를 위해 새끼가 따라다니는 경우도 없어요.
각각 독립된 생명입니다.
자기가 자기 생명을 책임집니다.
그래서 자연생태계에서는 어미와 새끼 사이에 갈등이 없습니다.
아기를 낳고도 돌보지 않는 것은
정신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성년이 되었는데도 어미가 더 보호하려고 하는 것은
집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녀가 성년이 되었는데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은
의지심 때문입니다.
자식이 부모에 대한 의지심을 못 버리면
성년이 되었는데도 부모에게서 독립을 하지 못하게 되고
늘 부모의 간섭 속에 살아야 됩니다.
부모가 자식에 대한 집착을 못 버리면
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됩니다.
이것은 자연 생태계에 어긋나는 일이에요.
이렇게 어긋나게 사니까 고통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것처럼 질문자가 부모를 모시는 것은
선택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자식을 돌보는 것은 생태계의 원리이기 때문에 의무사항입니다.
그러나 자연생태계에서 자식이 늙은 부모를 모시는 일은 없습니다.
인간사회에만 존재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효라 하지만, 못해도 그만이에요.
부모를 때리거나 학대하면 불효가 됩니다.
그러나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은 불효가 아니에요.
특히 질문자처럼 건강이 안 좋아서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질문자가
부모를 돌보는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면
그것은 본인의 집착입니다.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니까
괴로워할 필요가 없어요.
질문자가
‘내가 몸이 아무리 아파도 아버지 간병을 어떻게 그만둡니까?’ 하고 묻는 이유는
질문자가 그만큼 집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질문자가 병이 드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니까
아버지를 탓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버지를 미워할 이유도 전혀 없어요.
힘들면 안 하면 되니까요.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미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아버지를 미워할 바에는
간병을 안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
노력할 게 없어요.
질문자가 힘에 부치면 안 하면 됩니다.
힘에 부치면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시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힘들어서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불효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가 아버지를 돌보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불효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럼 제가 아버지를 돌보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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