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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소리의 역사 138억 년: 최초의 소리, 태양계 천체들의 소리, 고대 생물의 소리, 인간의 소리

Buddhastudy 2024. 9. 19. 19:17

 

 

소리는 매질 안에서 발생하는 탄성파입니다

소리는 매질이 없는 진공 상태에서 전달되지 않고

기체, 액체, 고체와 같이

입자를 가진 매질이 있어야 전달됩니다.

 

매질의 입자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을수록

그리고 매질의 온도가 높을수록

소리가 더 빠르게 전달됩니다.

 

온도가 높으면 입자의 활동이 활발해져

입자들의 간격이 더 촘촘하게 되는 효과를 만들기 때문에

소리의 속도가 빠릅니다.

 

이에 비해 빛은 매질 없이 전달되는 비탄성파입니다.

빛은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에서 가장 속력이 빠르고

입자가 촘촘한 매질을 만날수록 느려집니다.

 

 

탄생 초기의 우주는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뜨겁고 밀도가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빛은 미친듯이 날뛰는 입자에 가로막혀

뻗어 나가지 못한 반면

소리는 아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우주는 어둡고 불투명한 공간에서

여기저기서 빅뱅의 종들만 울려 퍼지는 곳이었을 겁니다

태초에 있었던 것은 빛보다 소리였습니다.

 

소리는 공명의 지배를 받습니다.

공명이란

특정 진동수에서 큰 폭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어떤 사물의 고유한 진동수와 거의 일치하는 파동이

그 사물을 통과할 때 공명이 일어납니다.

공명은 실재하는 세계의 영향을 미칩니다.

조류의 흐름과 천체의 궤도를 결정하는 것부터

아원자 입자의 존재와

원자의 생성 과정을 결정하는 것까지

모든 수준에서 공명은

현실 세계를 형성합니다.

 

양자장론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소립자는

사실 양자장 안에서 국소적으로 공명하는 진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빅뱅이 있고 38만 년이 되었을 때

모든 게 식기 시작했습니다.

입자의 활동이 잦아들면서 원자가 형성되었고

마침내 이동 공간을 확보한 빛이

온 사방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공명이 동심원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그 진동의 파면을 따라 물질들이 차츰 모였습니다.

파동의 정점에서 농축된 물질들은

나중에 별과 은하를 형성하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빅뱅의 거대한 종소리는

점점 옅은 메아리로 변해갔습니다.

그 메아리의 끝에서 우주의 소리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주의 소리

 

46억년 전, 거대한 분자 구름이 내부로 붕괴하면서

가스와 먼지로 된 회전 원반이 만들어졌습니다.

 

그중 99.8%는 중심부에 모여 태양이 되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행성이 되었습니다.

 

소리는 물질이 충분히 농축된 곳에서는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리는 태양계의 모든 천체에 존재합니다.

 

다만 우주 공간에서는 소리가 여행할 수 없기 때문에

우주의 소리들은

섬처럼 따로 떨어져 존재할 뿐입니다.

 

태양계 가장 중심에 있는 소리 섬에서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고 둔탁한 굉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성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땅 위로는 침묵이 흐릅니다.

그러나 땅속은 결코 조용하지 않습니다.

수성의 땅속은 태양의 인력으로 인해 끊임없이 지진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수성의 땅속에는

지각이 균열하는 소리가 흐릅니다.

만약 수성 표면에 귀를 대볼 수 있다면

희미하게 구르렁 거리는 소리를 감지할 수 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달도 땅속에 가늘게 떠는 신음소리를 냅니다.

달의 신음 소리는 주로 유성의 충돌로 인한 소리이거나

지구의 인력으로 달의 내부가 압축되고 늘어나면서 내는 소리입니다.

 

수성과 달리 금성에는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대기가 잔뜩 있습니다.

금성의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구성되어 있고

지구의 대기보다 90배 이상 밀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지구보다 높은 고도까지 펼쳐져 있습니다.

금성의 하늘에서 번개가 치면

천둥소리는 지구에서보다 더 빨리 더 멀리 울려 퍼질 겁니다.

 

화성에도 이산화탄소로 된 대기가 있지만 밀도가 낮습니다.

화성 표면의 대기 밀도는

지구 해수면 높이의 대기 밀도보다 1/100 수준

혹은 우리 머리 위 35km 상공의 대기 밀도와 비슷합니다.

공기 밀도가 이 정도로 낮다 보니

가끔씩 불어닥치는 거대한 폭풍도 산들바람처럼 느껴질 겁니다.

이는 영화 <마션>에서 나오는 모래 폭풍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화성에 낙오된 마크 와트니는

아마 거센 폭풍소리 대신

헬멧에 부딪히는 은은한 모래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공기의 밀도가 낮으면 음높이는 높아집니다.

반면 공기의 온도가 낮으면 음높이는 낮아집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대략 균형을 이룬다면

화성의 소리는 지구에서의 소리와 비슷할 겁니다.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가

20213월에 보내온 소리를 들어보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화성의 소리는 마치 지구의 황량한 땅에서 불어오는 공허한 바람 소리 같았습니다.

퍼시비어런스가 녹음한 화성 헬기

인제뉴어티의 소리도 살짝 낮기는 해도

지구에서 날리는 드론 소리와 거의 비슷했습니다.

 

 

화성보다 더 먼소리 섬에서는 어떤 소리가 날까요?

목성의 구름층에는 거대하고 강력한 번개가 내려칩니다.

이때 발생하는 천둥소리는

지구의 지름보다 몇 배나 먼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목성의 구름층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헬륨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음높이를 높여주는 역할 합니다.

아마도 목성은 수없이 많은 초고음의 천둥소리가

수만 킬로미터까지 울려 퍼지는 끔찍한 곳일 겁니다.

단테가 쓴 <신곡>을 보면

지옥을 엄청난 소음이 있는 곳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목성은 하늘에 떠 있는 현실 지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토성에는 대기를 가진 위성이 있습니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대부분 질소와 약간의 메탄으로 구성된 두꺼운 대기가 있습니다.

덕분에 타이탄에는 액체 메탄의 비가 내립니다.

타이탄은 영하 182.5도로 아주 추운 곳이기 때문에

타이탄의 빗소리는 지구의 빗소리보다 더 낮고 깊게 들릴 겁니다.

타이탄에서 빗소리를 들으면 더 우수에 젖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태양계가 형성되고 수십억 년 동안 여러 소리 섬에서는

폭풍 소리, 천둥소리, 땅이 흔들리는 소리들만 존재했습니다.

그러다가 태양에서 세 번째 떨어진 소리 섬에서

이제껏 없었던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소리 섬 지구

 

36천만 년 전, 석탄기의 지구는 거대한 숲이

초대륙 판게아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식물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

악어만 한 양서류와

강아지만 한 전갈이 땅 위를 걷는 소리

갈매기만 한 잠자리가 하늘을 나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16,500만 년 전에는

귀뚜라미처럼 생긴 곤충이 날개를 비벼서

그 마찰음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음높이는 6400Hz 정도로

피아노 건반에서 제일 높은 음보다 5도 정도 높은 음에 해당 되었습니다.

 

지구가 갈수록 생명체들의 소리로 가득하자

소리를 잘 듣는 것도 중요한 생존 수단이 되었습니다.

소리를 잘 듣는 개체일수록

먹잇감을 찾거나 포식자를 피해 달아나는데 유리했습니다.

또한 다른 개체들과 소통을 하기에도 유리했습니다.

 

7천만 년 전에 몽골의 사막에서 살았던 깃털 공룡 모노니쿠스는

소리를 증폭해서 귀로 모아주는 안면판을 갖고 있었습니다.

 

6,600만 년 전에 어느 날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우주에서 날아온 거대한 소행성이

칙술루브에 충돌하면서 엄청난

압력파가 지구 자체로 퍼져나간 것입니다.

 

그 충돌로 지구상의 생물 종 3/4이 멸종하고

생명의 소리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생명은 기어이 새로운 모습으로 생존하는 법을 찾아냈습니다.

 

200만 년 전의 동아프리카는

곤충, 개구리, 새들뿐 아니라

수많은 포유류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그중에는 인류의 조상들이 내는 소리도 섞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 울음 소리만 내다가

나중엔 노랫소리와 말소리를 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매미가 내는 일정한 음을 기준으로 삼아

음정을 조율하는 법을 배웠지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따라하면서

우리의 첫 대화를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지구의 소리 섬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울고,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두드리고, 파괴하는 소리입니다.

이는 어쩌면 우주의 역사에서 가장 이상하고 어색한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소리들을 한 장의 디스크에 담아 먼 우주로 보냈습니다.

우리의 소리가 매질이 없는 우주 공간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밤하늘에는 수천 개의 별들이 있습니다.

조용히 반짝이는 별들은

사실 하나하나가 거대한 굉음을 간직한 소리 섬들 샘입니다.

그곳에는 우리보다 더 이상하고 더 어색한 소리가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밤하늘을 보면서 별들의 소리를 상상하면

고요하던 우주가 갑자기 아주 활기찬 곳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빅뱅의 종소리를 떠올려보면

천둥이 치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우리의 작은 목소리 하나에도

우주의 오랜 역사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주는 아주 오래된 소리의 심연으로 가득합니다.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