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배우 메릴 스트립은 2017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위해서 매우 긴 수상소감을 준비했습니다.
고마운 이름들을 나열하거나 자신의 커리어를 말하고자 함은 아니었죠.
그는 ‘배우란 무엇인가’를 알리고자 했습니다.
‘배우의 유일한 일은 우리와 다른 사람의 삶에 들어가서
그게 어떤 느낌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메릴 스트립/배우
배우들이 가진 저력은 무엇도 아닌 타인의 삶에 ‘공감’하는 능력이라는 이야기.
그는 그 공감의 능력이란 비단 배우뿐만이 아니라 언론에게도 또한 권력에게도 해당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수상소감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지만 상은 왜 주고받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새삼 다시 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바야흐로 시상식의 계절.
올해도 각 방송사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상은 넘쳐날 것이고, 추운 세밑라고는 하지만 주고받는 감사의 말과 덕담을 보면서 미소 짓게 될 것입니다.
물론 매해마다 빠지지 않는 나눠주기 상이라는 비판과 줄줄이 나열하는 감사의 대상들에 대한 식상함은 여전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어디 여기에 비할까..
이들이 받는 상은 수상소감조차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짝퉁상, 엉터리 우수의원상까지 범람”하고 있다는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상들...
/아름다운 말 ‘선플’대상, 청소년육성 의정대상, 건강한 가정과 교육 지킴이 상, 청소년 희망 대상, 대한민국 소비자 만족대상, 국민권익 증진상, 대한민국 국회의원 소통대상.../
별별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이 붙여진 상들은 넘치고 더 넘쳐서 무려 12관왕을 달성한 의원도 있었고, 상 자체가 의원과 인맥 쌓기용이라는 의심을 받는가 하면 그마저도 못 탈까봐 노심초사하는 보좌진까지 있다 하니...
그 수많은 상들은 과연 그들이 흘린 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었을까..
“배우의 유일한 일은 우리와 다른 사람의 삶에 들어가서 그게 어떤 느낌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감동을 주었던 배우의 수상소감은 단지 배우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물로 아니었습니다.
정치를 향해서, 언론을 향해서 특권과 책임을 동시에 가진 사람들을 향해서 던진 묵직한 한마디...
/배우라는 것만으로 엄청난 특권이며...
우리는 공감의 연기에 따른 특권과 책임을 서로 일깨워 주어야 한다.
너의 아픈 마음을 예술로 만들어라.
-메릴 스트립/배우/
따지고 보면 정치인도 배우와 같아서 인기를 먹고 살고, 때로는 연기도 하는 존재이니 이 문장에서 ‘배우’를 ‘정치인’으로 바꿔 읽어도 된다 하면 우리 배우들의 자존심이 상할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시사 - 역사 > 손석희앵커브리핑(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2.31(월) '섣달 그믐밤…그 쓸쓸함에 대하여 논하라' (0) | 2019.01.01 |
---|---|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2.26(수) '이건 기네스북 감이야…' (0) | 2018.12.27 |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2.25(화)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0) | 2018.12.26 |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2.24(월) '우리 신문도 그날은 출판 아니할 터이요' [김어준 생각] 12.11(화) 제주 영리 병원 첫 단추에 불과하다 (0) | 2018.12.25 |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2.20(목) '지상의 방 한 칸' (0) | 2018.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