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어느새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영화가 되어버린 ‘러브 액츄얼리’의 첫 장면은 ‘공항’에서 시작합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기다리고 엇갈리고, 웃음 짓거나, 놀라거나, 눈물을 흘리는 장소...
각자의 이야기는 마치 크리스마스 마법처럼 공항에서 시작되어서 얽히고 또 풀려가죠.
“우울할 때면 히드로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가 끊임없이 뜨고 내리는 것을 보며 마음을 달래곤 했다.”
작가 알랭 드 보통 역시 유독 공항을 사랑했습니다.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보들레르를 인용한 그의 말처럼 이륙하는 비행기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마음의 갈라진 틈은 행복하게 매워지기도 하죠.
그러나 공항이란 마치 달의 뒷면과도 같이 또 다른 표정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곳이라면 절대 참지 않을 많은 것들을 공항에서는 기꺼이 감내한다.”
인문학자의 분석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는 공항이라는 공간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것을 허락합니다.
“금속 탐지기에 온몸을 맡기고, 전신 스캐너에 신체가 낱낱이 벗겨지는 수치를 감수”하는 공간.
그뿐인가, 드론 한 대, 철새 한 마리에도 낭만은 저 뒤로 하고 기약 없이 묶여있어야 하는 공간...
더구나 공항은 모든 이에게 동일한 듯 하면서도 결코 그렇지 않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무심히 섞여 있지만, 무수한 사회계급이 존재해서 지불한 돈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에 권력이 얹어지면 필경 갑질의 일화가 양산되기도 하는 곳.
누군가에게 낭만인 그 공간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와 권력의 과시장이 되어버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랭 드 보통은 오늘쯤 또다시 히드로 공항에 가있을까..
아마 그럴 것입니다.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시인의 바람처럼
공항, 그곳은 단어만으로도 가슴 뛰는 장소.
때론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는 장소이고
오늘은 바로 크리스마스 날이니까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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