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경비실에 에어컨을 달지 말아주십시오”
부산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40도 가까운 타는 듯한 폭염을 고려해서, 시공업체가 나서서 에어컨을 놓아주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은 에어컨 있는 집보다 없는 집이 더 많았던 영구임대 아파트.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을 생각하니 경비원들은 혼자서만 시원하기가 마인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덥기는 하지만, 더 더울 주민들을 생각하면 선풍기로도 여름 한철은 견딜 수 있다고”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생경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접해온 소식들은 아예 정반대였으니까요.
경비실 에어컨을 켜지 못하게 아예 비닐로 꽁꽁 싸맨 아파트가 있는가하면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한다는 전단지와, 민원을 제기해서 있던 에어컨을 철수해버린 주민들까지.
여럿이 조금씩 나누어 한 사람을 덥지 않게 해주기에는 삶이 그만큼이나 각박했던 것일까.
폭염의 여름은. 타인의 고통을 배려하지 않는 이들로 가득했습니다.
굳이 폭염이 아니라 해도 이미 세상에 넘쳐났던 갑질들로 우리는 그들의 부끄러움을 대신 떠안았던 터.
나보다 어 힘든 주민들을 생각하면서 에어컨 바람을 마다한 부산 경비원들의 이야기는
“꼭대기 층 입주민보다 1층 경비실이 덜 덥습니다.”
진정한 부끄러움, 염치, 그리고 미안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새삼 세상에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사흘째 길게 늘어선 추모행렬
애통해하는 많은 이들이 그를 생각하며 마음속에서 떠올린 단어 역시 바로 그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힘없는 타인에 대한 부끄러움, 염치, 그리고 미안함.”
세상에는 아예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이들이 너무도 많았으니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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