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12월 18일
영국 서섹스 주 필트타운 지역에서
세계를 뒤흔든 화석이 발견됩니다.
바로 인류 조상의 화석으로 보여지는 화석인데
필트다운인 이라 불리는 이 인류화석은
발견된 조각들을 조립한 결과
머리뼈는 인간과 턱뼈는 유인원과 유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았다고 표현했죠.
그런 화석이 자신의 나라에서 발견된 영국인들은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경악스럽게도 40여년이 지난 1953년
이 필트다운인의 화석은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필트다운인 사건은 과학사에서 가장 큰 사기극으로 불립니다.
오늘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필트다운 인이 진실로 여겨진 이유와
진실이 밝혀지게 된 과정
그리고 그 범인은 누구일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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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고
진화론이 점차적으로 인정 받게 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인류의 진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그에 따라 인류 조상의 화석을 발견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죠.
그 결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인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어떠한 인류 화석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직 인류의 탄생지가 밝혀지지 않았던 당시에
영국은 인류 진화의 흔적이 당연히 자신의 나라에서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 완벽한 타이밍에
영국의 변호사이자 아마추어 고고학자인 찰스도슨이
필트다운 인을 찾아낸 것입니다.
도슨의 연락을 받은 아서 스미스 우드워드는
도슨이 발견한 뼈조각을 인류 조상의 화석이라고 인정하고 학계에 발표했죠.
물론 필트다운인 화석의 등장과 동시에
조작(사실)여부를 의심하는 과학자들도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1915년 두 번째 필트다운인 화석이 발견되며
그러한 의심들은 묻혀버렸죠.
그러나 1920~30년 대에 많은 초기 인류화석이 발견되며
필트다운 인에 대한 의심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죠.
새롭게 발견되는 화석들이
필트다운 인이 보여주는 인간의 진화 방향과 달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두 번째 필트다운 인 이후로는
필트다운 인과 비슷한 화석이 단 1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필트다운 인의 조작 사실은
41년이 지난 1953년에 온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물리학의 발전과 함께
불소 연대측정법으로
화석의 생성 연대를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측정 결과 충격적이게도
필트다운 인 화석의 머리뼈와 턱뼈의 연대가 다르게 나왔습니다.
분석결과 머리뼈는 500년이 겨우 지난 중세인의 것이었으며
오랑우탄의 턱뼈와 침팬지의 치아 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죠.
화석에서는 착색한 흔적과
치아를 갈아버린 조작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필트다운 인은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가 아니라
수십년 동안 인간의 진화 과정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최악의 조작 화석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은
“어째서 과학자들이 40년 동안이나 조작된 화석을 알아차리지 못 했을까?”
사실 처음 필트다운 인이 발견되었을 때부터
조작이라는 의심의 목소리가 많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오랑우탄의 턱뼈라는 정확한 추측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필트다운 인이 사실화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저명한 과학자(정통학계)의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학계 분위기인
영국이 인류 발생의 중심지로 부각 되고 싶었던 국가주의적 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과학적 사고 과정을 덮어버린 것이죠.
그리고 필트다운 인이 사실로 인정받은 것에는
당시 과학자들이 찾던 인간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에
너무나 정확히 부합하는 달콤한 미끼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사람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는
사기꾼의 전형적인 수법이었던 거죠.
그렇다면 이 대 사기극의 범인은 누구였을까요?
사실 이 사건의 범인은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6년 8월
영국 왕립학회보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최초 발견자인 찰스 도슨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입니다.
도슨은 1916년에 생을 마감하여 확인할 길이 없지만
2개의 유일한 필트다운 인 화석은
같은 기술로 조작되어 있었고
또한 도슨은 영국 왕립 학회에 가입하려는 욕구가 아주 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러 시도에도 학회가 받아주지 않자
뛰어난 성과를 내고 싶어 조작을 가했다고 추측되고 있죠.
마지막으로 주의 드리고 싶은 점은
이러한 필트다운 인 사건이
진화론을 부정하는 유사과학 측에서 많이 사용되는 예시라는 것입니다.
필트다운 인을 예로 들며 진화론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필트다운 인이 거짓임을 밝혀낸 것도
과학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과학은 진리를 탐구한다는 신념에 맞춰
가장 합리적인 탐구 과정을 거치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정합니다.
진리가 이미 정해진 유사과학들과 달리
진리가 고정되어 있지 않죠.
그런 진리의 탐구 과정에서 필트다운 인의 조작이 밝혀졌고
인류의 진화 과정이 수정된 것이지
진화론이 흔들린 것이 아닙니다.
진화론은 가설이 아니라 굳건하게 정립된 과학적 이론이죠.
진화론에 관해서는 다른 영상으로 좀 더 깊게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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