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스님의하루 다시보기] 부모님 사이에 불화가 생길 때 너무 답답해요, 어떡하죠? (2023.04.18.)

Buddhastudy 2024. 8. 7. 19:23

 

 

저희 부모님 사이에 불화가 있어서 제가 어렸을 때부터 중재를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부모님 사이에 불화가 생겼을 때

제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습니다.

항상 당신들 주장만 하셔서 화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저는 막말로 정말 돌아버릴 것 같고 미칠 것 같아요.

평소에 부모님 두 분 모두 저한테 잘 해주시는데

두 분 사이에 불화가 생겼을 때

제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는 게 문제에요.

주변 사람들은

부모님 사이의 문제는 너와는 별개이므로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자식으로서 부모님 사이에 불화가 있는 게

너무 보기 싫고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제가 들어보니까 아무 일도 아니네요.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불화를 본인이 해결했다고 했잖아요?

해결이 되면 문제가 없잖아요?

 

...

 

질문자는 밥을 한 번만 먹으면 되지, 왜 매일 밥을 먹어요?

밥을 먹는 것도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잖아요.

결혼은 했어요?

 

두 부부 사이에 수많은 갈등이 있지만

이혼하지 않고 사는 이유는

서로 안 맞는 것이 많기 때문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맞는 게 많기 때문일까요?

 

...

 

참고 산다는 것은

서로 맞는 게 많아서 일까요? 안 맞는 게 많아서 일까요?”

 

...

 

같이 살아서 이익이 되는 게 많을까요? 손해가 되는 게 많을까요?”

 

...

 

어떤 일이 나한테 이익이 많이 되거나 손해가 많다면

스님한테 와서 이렇게 묻지 않아요.

상대방이 문제가 좀 있지만

그래도 이익이 많다면

스님한테 와서 안 묻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봤을 때 손해가 많다면

역시 스님한테 물으러 오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이혼을 합니다.

 

스님을 찾아와서 어떻게 할지 물을 때는

이익과 손해가 반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신의 머리로는 어떤 게 조금이라도 나을지 판단이 안 되니까

스님한테 묻는 거예요.

아주 작은 손익이라도 더 이익이 되는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

스님한테 질문하는 겁니다.

 

그런데 스님이 생각할 때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에요.

49 51이면 어떻고,

51 49이면 어떻고,

52 48이면 어때요?

어떻게 하든 대동소이합니다.

그래서 제가 답을 아무렇게나 하는 거예요.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해도 후회하고, 저렇게 해도 후회해요.

왜냐하면 손해와 이익이 반반이기 때문입니다.

이혼을 하면 같이 살 때와 비교했을 때

손실이 생기니까 후회하고,

이혼을 안 하면 갈등으로 인한 손실이 생기니까

그때 이혼할 걸하면서 후회해요.

 

어떤 결정을 해도 후회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이 살면 이혼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

이혼하면 같이 살 걸 그랬다고 후회해요.

그래서 이 문제는 해결책이 없어요.

1퍼센트라도 이익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래서 당신이 좋을 대로 하라고 말해주는 겁니다.

결정을 못 하겠다고 하면 동전을 던져서 선택하면 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은

스님이 인생의 중대사를 너무 가볍게 이야기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제 말은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괴로움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 문제는 이혼을 한다고 해결이 되거나

이혼을 안 한다고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더 높은 차원에서 이 모순을 봐야 합니다.

 

같이 살려면 갈등이 생기지 않게 문제를 풀어야 하고

헤어지려면 미련을 안 갖도록 문제를 풀어야 해요.

같이 살아도 괜찮고 헤어져도 괜찮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자꾸

이혼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를 생각하죠.

괴로움이 없는 방법을 찾는 관점에서는

이혼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혼을 해도 후회가 없고, 함께 살아도 후회가 없는

그런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첫째, 부모님이 싸울 때

질문자가 안 들여다봐도 두 분은 잘 삽니다.

질문자가 해결해 줘서 사시는 것 같죠?

질문자가 3년 동안 집에 안 간다고 해서

부모님이 이혼하시는지 한번 보세요.

두 분이 서로 싸우더라도

질문자가 모르는 부부 간의 이익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부부도 엄청나게 싸워요.

남편이 집안일에 관심이 없어서

부인은 혼자서 집안일을 다 하고 농사도 짓는데

남편이 밖으로만 돌아다니니까 늘 싸웁니다.

옆에서 볼 때는

왜 저렇게 싸우면서 살까?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나중에 들어 보니까

남편이 출장을 가면 부인이 무서워서 잠을 못 잔대요.

예전에는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면

제가 상담을 해줬는데

그 말을 들은 이후로는 한 마디도 상담을 안 합니다.

 

서로 싸우면서도 같이 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그러니 남의 인생에 간섭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같이 안 살겠다는 사람한테는

그 정도면 그냥 살아라하고 조언하고,

같이 살겠다는 사람한테는

그러면서 왜 사느냐?’ 하고 조언하고,

늘 이렇게 남의 일에 대해 말을 많이 하는데

두 분 사이의 내막을 잘 살펴보면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질문자도 부모님의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둘째, 질문자는 부모님의 불화에 관여해서 늘 해결을 해왔다고 말했는데,

해결이 되었다면 문제가 없어요.

관여해서 해결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부모님이 사이가 안 좋아서 어려울 때

자식이 그걸 해결할 수 있다면

중재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되죠.

질문자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왜냐하면 항상 문제가 생기면 아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니까요.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별 일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님이 싸우는 게 습관이듯이

질문자도 관여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서로 헤어지면 다시 그리워하고, 그래서 만나면 다시 싸우듯이,

질문자도 부모님을 안 보면 보고 싶고, 만나면 싸우는 것이 보기 싫고 그런 겁니다.

 

그러니 부모님이 싸우고 나서 둘 중에 누구든 먼저 전화가 오면

얼른 가서 해결해 드리세요.

큰 문제가 아니에요.

그리고 질문자가 굳이 관여를 안 해도

부모님 사이의 갈등은 해결이 될 수밖에 없어요.

두 분 중 한 분이 먼저 돌아가시면 저절로 해결이 된다니까요.

 

질문자는 관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도 있지만

수행적 관점에서 보면

근본적인 해결이 됐다고 볼 수 있어요.

 

만약 싸우시고 나서 화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고로 돌아가셨다면

질문자는 내가 가서 해결했으면 화해를 하고 돌아가셨을 텐데하고

후회할 수도 있죠.

 

그래서 사실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지금 질문자의 수준에서는

부모님 사이에 중재를 해서 해결해 드리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궁리하지 말고

부모님이 부르시면 가서 해결해 드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