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스님의하루 다시보기] 조울증인 오빠가 난동을 부려서 언니가 괴로워해요, 어떡하죠? (2023.04.14.)

Buddhastudy 2024. 8. 6. 19:29

 

 

저에게는 친정 오빠가 있습니다.

군대 생활 중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20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조울증 정신질환자로 살고 있어요.

저는 막내인데 큰언니는 수년 전부터 오빠의 만성적인 정신 질환으로 지쳐서

연락을 아예 두절했습니다.

오빠는 29세 때 결혼을 해서 아들 하나가 있고요.

이혼한 상태인데

아들도 수년간 지쳐서 최근에 이사를 하고 아버지와 소통하지 않습니다.

저는 외국에 이민을 온 지 16년이 되었고

오빠는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둘째 언니의 사업장에

수시로 찾아가서 난동을 피웁니다.

언니는 사업을 하면서 늘 오빠 때문에 혼자 괴로워하고 힘들어합니다.

예전에는 오빠가 난동을 피우면

저에게 연락해서 하소연이라도 했거든요.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는 오빠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고 합니다.

혼자만 오빠한테 당하니 괴로워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언니의 괴로움을 나누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서 질문드립니다//

 

 

이런 경우에 질문자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언니의 인생은 언니의 인생이기 때문에

3자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질문자 언니의 인생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인생이 그렇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줄 수가 있습니다.

병이 들었으면 약을 줄 수가 있습니다.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라면

학교에 보내줄 수가 있습니다.

옷이 없다면 옷을 줄 수가 있고

집이 없다면 집을 마련해 줄 수가 있어요.

그러나 본인이 괴로워하는 것은 남이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그것은 온전히 자기 몫이에요.

 

언니는 그런 오빠를 보면서

괴롭게 살 수도 있고, 괴롭지 않게 살 수도 있어요.

그것은 언니의 선택입니다.

 

그런 언니를 보고

나도 괴로워할 것인지 아닌지 여부도

질문자의 선택입니다.

그 누가 도울 수가 없는 일입니다.

 

언니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질문자가 괴로워하듯이,

언니는 또 오빠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괴로워하는 거예요.

오빠는 또 자기 나름대로 어떤 이유 때문에 괴로워하는 겁니다.

모두가 다 똑같습니다.

이것은 오빠 때문에 생긴 문제도 아니고,

언니 때문에 생긴 문제도 아니에요.

어리석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그런 오빠를 둔 언니도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내 오빠라 하더라도

이런 병을 가진 사람한테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뇌경색으로 누워있으면 간호라도 하고

몸을 못 움직이면 휠체어에 태워서라도 움직여주면 되는데

이 경우는 정신 질환이니까

언니의 능력으로는 도와줄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러나 언니도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오빠의 부인이 집을 떠났다고 해서

욕을 하거나 섭섭해한다면

질문자가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

 

또 아들도 그런 아버지를 두고

더 이상 자기 인생을 괴로워하면서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연락을 끊은 겁니다.

그것 또한 아들의 선택이니 조카를 미워하거나 원망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얼마나 힘들면 부모인데도 관계를 끊었겠느냐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마찬가지로 언니도 너무 힘들면

오빠와의 관계를 끊으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이 나서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지.

행패를 부리면 돈이나 좀 주자' 하고 받아들인 후

병원비를 대신 내어 주듯이 마음을 먹으면 됩니다.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을 행패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행패라고 생각하니까 괴로운 거예요.

돈이 필요하다고 요구할 때

돈을 줄 형편이 되면 돈을 주면 됩니다.

형편이 안 되면 안 주면 되고요.

 

관계를 끊어도 되고, 적절하게 지원을 해도 돼요.

그것은 본인이 선택할 문제이지

괴로워하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언니가 괴로워하는 것은

언니의 인생이지 누가 도울 수 없어요.

그런 언니를 보고 괴로워하는 질문자 역시

그것은 질문자의 인생이지 누가 도울 수가 없어요.

 

질문자와 언니 모두 어리석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언니는 오빠를 보고 괴로워하고

질문자는 그런 언니를 보고 괴로워하는 거죠.

똑같은 인생이에요.

이 문제가 오빠한테서 빚어졌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는 게 이 세상입니다.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는 속에서

내가 괴롭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못하면 포기하고,

그렇게 살면 되는 거예요.

 

언니의 인생이기 때문에

질문자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언니의 인생이니까 언니가 알아서 하라고 생각하고

집착을 딱 놓아버리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됩니다.

 

언니도 동생의 인생은 동생이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고

집착을 딱 놓아버리면 해결이 됩니다.

동생이 오든지 가든지 행패를 피우든지

그냥 '한 사람이 와서 저렇게 난리를 피우다 가는구나' 하고 바라보면 됩니다.

 

동생을 계속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화가 나는 거예요.

아내도 도망갔고, 아들도 도망갔는데, 왜 내가 도와야 되나?’

이런 생각을 하니까 화가 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이런 극단적인 생각도 드는 거예요.

 

그러니 오빠를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질문자가 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행복학교를 권유해서 다니도록 하든지

정토불교대학을 권유해서 다니도록 하든지

깨달음 장을 권유해서 다니도록 하든지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언니도 웃으면서 살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질문자가 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원래 없습니다.

없는데도 굳이 도와주고 싶다면

스님 책을 보내주든, 유튜브 영상을 보내주든, 행복학교를 한번 해보게 하든,

그 정도만 하면 돼요.

그 이상 질문자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래서 제가 첫마디에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얘기한 겁니다.

언니의 괴로움은 자기 인생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

 

어떤 사고를 치든

형제간에는 아무 책임이 없습니다.

집착을 하니까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이지

집착을 안 하면 형제간에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언니가 오빠에게 집착하는 것에 대해

남이 어떻게 말릴 수가 없어요.

언니가 집착하는 것인데, 질문자가 어떡할 거예요?

 

...

 

그렇게 생각하니까 괴롭죠.

당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오빠가 어려우니까 도와준다

이렇게 생각해야 괴롭지 않습니다.

 

...

 

소리를 지르고 위협을 하면 경찰에 신고해서 막아야죠.

자신의 오빠라고 생각해서 경찰에 신고를 안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언니가 경찰에 신고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왜 질문자가 외국에 있으면서까지 그걸 걱정해요?

언니가 그렇게 안 하는 것은 언니의 문제입니다.

 

...

 

그렇다면 질문자도 함께 괴로워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죠.

동업 중생들이 그렇게 어울려서 괴롭게 사는 거예요.

서로 지지고 볶고 하면서 고통받으면서 살면 돼요.

 

...

 

제가 너무 냉정하게 얘기하는 것 같지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면 됩니다.

법을 어기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고

경찰에 신고하기 싫으면 그런 고통을 받으면 돼요.

 

자식이 방을 지저분하게 한다고 야단을 쳐놓고

자식이 학교 간 뒤에 가서 방을 다 치워주고

또 며칠 있다가 방 청소를 안 한다고 야단을 치며 싸우고

또 학교 간 뒤에 치워주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이런 경우는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어떡해요?

그것은 오빠의 문제가 아니고 언니의 문제입니다.

그런 언니를 두고 괴로워하는 것은 질문자의 문제예요.

 

언니가 오빠한테 집착해서 그렇게 사는 것이니까

그렇게 살든지 말든지 내버려 두고

가끔 전화가 오면

'그래, 언니가 많이 힘들지?' 하고 공감해 주고 전화를 끊으면 그만이에요.

아무 문제도 아닙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요.

 

언니한테 전화가 오면

'그래. 언니가 수고한다. 많이 힘들지?'

이렇게 위로해 주면 됩니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세요.

 

그것은 언니가 선택해야 할 일이지

질문자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이런 것들이 얽히고설켜 이 세상이 시끄러운 거예요.

얼핏 보면 큰일 같지만

사실은 아무 일도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