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스님의하루 다시보기] 평생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고 싶어요. (2023.04.17.)

Buddhastudy 2024. 8. 7. 19:20

 

 

제가 올해 나이가 칠십인데 살면서 저지른 수많은 잘못이 있습니다.

특히 세 가지 잘못이 요즘 저를 아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첫째, 부모님에 대해 효도를 못했습니다.

살아오면서 항상 부모님께 심려만 끼쳐드리고

마음 한 번 편하게 못 해 드린 것이 저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둘째, 저와 같이 50년 동안 같이 산 아내의 속을 많이 썩게 했습니다.

이제 와서 보니까 너무 미안합니다.

제 아내 정도나 되니까 저하고 이렇게 평생을 같이 살았지

세상에 어떤 여자가 저 같은 사람을 데리고 살아줄 것인지 생각하면

정말 고맙습니다.

셋째, 아들이 둘 있는데 아비로서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모나지 않고

남한테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잘못한 것, 미안한 것, 고마운 것

세 가지가 저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상을 떠나게 될 텐데,

하루라도 깃털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있다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자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하나도 없네요.

 

자기가 정말 잘못했으면 그 과보를 기꺼이 받아야지

입으로는 잘못을 많이 했다고 하면서

편안하게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싶어 하잖아요.

잘못은 많이 해놓고

이제 와서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그 심보가 나쁜 거예요.

 

...

 

그러면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더 괴로워하면서 살다가 죽으면 되잖아요.

괴로워하면 그게 벌이 되니까요.

그런데 지금 본인은 괴로움 없이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하고 있거든요.

실제로는 벌을 안 받겠다고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겁니다.

 

입으로는 죄를 많이 지었다고 실컷 이야기를 해놓고는

막상 그 과보를 안 받는 방법이 없겠냐고 묻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묻는 것 자체가

자기 스스로 죄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제가 이렇게 죄를 많이 지었으니까

죽을 때까지 많이 괴로워하다가 죽겠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야지요.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지,

죄는 지어놓고 깃털처럼 가볍게 살다가 죽는 길이 없겠냐고 묻는 건

그 자체가 모순이에요.

 

어떠한 고통이 오더라도

내 죗값을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을 내면

오히려 마음속 죄의식이 없어집니다.

내가 죗값을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을 내어야 이런 고민이 싹 사라져요.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을 내면

아내가 짜증을 내도 기꺼이 받게 되고

아내가 밥을 하라고 하면 밥을 하게 되고

아내가 설거지를 하라고 하면 설거지를 하게 되고

아내가 빨리 들어오라고 하면 빨리 들어가게 되고

이렇게 뭐든지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행동은 하나도 안 하고

깃털처럼 가볍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고 물으니까

그 심보가 별로 안 좋다는 겁니다.

 

...

 

지금까지 잘못 살았으면 앞으로는 잘 살아야 될 거 아니에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죠.

아내가 해준 밥을 먹은 게 미안하면

지금부터는 내가 밥을 많이 해주면 되고

아내가 청소를 많이 한 게 미안하면

내가 청소를 많이 해주면 되고

아내한테 짜증을 낸 게 미안하면

앞으로는 짜증을 안 내면 됩니다.

오히려 아내가 짜증을 내면 기꺼이 받아주면 되잖아요.

그렇게 하는 게 내가 지은 죄를 갚는 길이에요.

 

남한테 돈을 천만 원 빌렸으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죽어버리는 게 나아요?

살아서 10만 원이라도 갚아주는 게 나아요?

 

...

 

못하게 하면 안 하면 돼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게

아내의 은혜를 갚는 길이니까요.

 

...

 

아내한테 잘못한 게 많다고 해도

질문자가 죽고 없는 게 아내한테 낫겠어요?

그래도 아내가 필요한 만큼 내가 잘 쓰이다가 죽는 게 낫겠어요?

 

...

 

뭘 또 굳이 오랫동안 같이 있으려고 해요?

아내가 필요하다고 할 때까지만 같이 있고

아내가 내일이라도 가라고 하면 떠나야죠.

 

지금 질문자는 말로는 죄를 많이 지었다고 하는데도

죄를 지었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정말로 본인이 죄를 지어서 그걸 갚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면

아내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고,

다른 남자를 만날 테니까 저리로 가 있으라고 하면 저리로 가 있고

내일 죽을 것 같아도

아내가 필요하니까 죽지 말라고 하면 안 죽도록 노력을 하는 자세가 있어야 해요.

 

질문자의 말대로 죄를 많이 짓고 살았으면

이제 죗값을 받아야 하니까

지금부터는 아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뭐든지 해주셔야 해요.

가라고 하면 가고, 오라고 하면 오는 게

아내한테 죗값을 갚는 길입니다.

 

아이들한테도 더 이상 짐을 지우지 말고

잔소리를 안 하는 게 죗값을 갚는 길이에요.

자꾸 죗값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방법을 찾느라고

애써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돈을 빌렸으면 돈을 갚아야지

왜 자꾸 돈을 안 갚으면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방법이 없냐고 물어요?

이렇게 묻는 것 자체가 심보가 안 좋네요.

 

그러니 자기가 정말 죄를 많이 지었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는 그 빚을 갚아야겠다고 마음을 내보세요.

그러면 저절로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

 

그걸 왜 노력을 해요?

자기가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별로 없으니까

자꾸 애를 쓰고 노력을 하게 되는 거예요.

마음속에서 정말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면

애쓰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기꺼이 하게 됩니다.

지금 노력하고 있다는 말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한다는 말이거든요.

노력하지 말고 기꺼이 하세요.

애쓰지 말고 기꺼이 하세요.

 

...

 

기꺼이 하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남한테 돈을 빌려서 미안하다면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죽어버리는 것보다는

살아서 내가 갚을 수 있는 만큼 기꺼이 갚는 게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

 

상대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해주는 것은 사랑이고,

내가 필요해서 하는 것은 모두 다 집착입니다.

 

...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면

기꺼이 갚겠다고 마음을 내버려야 죄가 다 없어져버립니다.

기꺼이 갚겠다는데 죄가 어디에 있겠어요?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안 갚으려고 하니까 죄인이 되지,

자기가 빌린 돈을 형편이 되는대로 기꺼이 갚겠다고 하면

설령 살면서 다 못 갚는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죄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죽는 것보다는 몇 푼이라도 갚고 죽는 게 낫다는 자세를 탁 취하면

죄의식도 없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