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이 모르는 아재개그 중에 그런 게 있어요.
정년퇴직을 한 남편이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에 있어서
밥을 달라고 하기 미안해서 하루 종일 굶다시피 하는 사람을 ‘님’이라고 부르고
한끼 먹는 사람은 ‘일식씨’
두 끼를 해달라고 하는 사람은 ‘이식이놈’
세끼를 해달라는 사람은 ‘삼식이XX' 빚색, 터기. 이렇게 표현을 하고
간식까지 챙겨달라는 사람은 '종간나XX' 뭐 거시기
이렇게 한다고 해요.
나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사람이고, 덕도 많이 본 사람인데
나는 이런 개그가 유행하는 것에 대해 통탄하는 사람이야.
나도 결국 웃음을 통해서 이 자리까지 왔지만, 이건 너무 과한 말씀들이 아닌가.
내가 우리 집사람에게 고마운 것이 뭐냐
방송이 계속되는 게 아니야. 봄, 가을로 개편이 있어요.
그 개편한다는 소식도 그냥 알려주는 게 아니에요.
두 달 전이나 한 달 전에 알려주는 게 아니야.
바로 전 주에 알려줘요.
‘이 프로그램이 다음 주에 없어집니다.’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배역에 빠지면 2년 3년 놀아야 되는 거야.
비정규직도 그런 비정규직도 없어. 배역이 곧 취직이에요.
자, 이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다음 프로그램이 생기는데
그 프로그램에 배역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미리 얘기해주는 게 아니에요.
프로그램에 새로 들어가는 사람도 자기의 미래를 모르고
프로그램에 빠지는 사람도 모르는 거예요.
사람들은 항상 자기 앞날이 불안하기 때문에
‘내가 이 배역에 빠지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 이야기를 듣고 집에 올 때
결코 즐거운 걸음으로 오진 않아요. 가장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내가 모른체 할 수 없으니까.
‘내가 이번에 프로그램이 없어진다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내가 정말 아내에게 고마웠던 게 뭐냐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좀 쉬어요.
우린 일을 좀 많이 하는 편이잖아요.
이젠 우리 좀 쉬면서 건강도 챙겨야하니까
나는 당신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한데, 나는 당신의 건강한 모습이 더 좋아요."
그럴 때 너무너무 고마웠어.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해오던 일이 일시 중단되는 그런 가슴 아픈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삼식이라는 말을 하지 않겠지만
개그이긴 하겠지만, 그런 말들이 오고 가는 게
참 마음이 아파.
자, 현실이 그렇다면 정년을 맞이하고 집에서 삼식이라고 불리우는
그 아버지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거지.
왜냐하면 나이 들어서 정년을 맞이했다는 것은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에요.
정년을 맞이할 정도면 다 높은 지위에 올랐다는 이야기거든.
그러니 대우받는 것에 익숙해서 가족들도 집안에서 대우해주길 원하는 거야.
그랬을 때,
'나는 사회 초년병이다.
다시 가정이라는 회사에 취직을 해서 신입사원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되는데,
자기 마지막 직업이 전무다.
그러면 집에서도 전무를 활동하려고 하는 거예요.
집에 올 때는 그 직업으로 오면 안돼요.
이것도 마찬가지에요.
정년을 하면, 그 전무, 상무 이런 직업으로 돌아오면 안 돼요.
나는 이제 집안에서 가정을 다시 이끌어가는
새로운 역할이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본분을 다하는 거지.
또 반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럼 삼식이로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는 거지.
원인 없는 결과는 없으니까!
그걸 타개하기 위해서는 ‘나는 이제 이등병이다.’
다 잊어버리라는 이야기야.
그러니까 괴로운 이유는 ‘내가 뭐였는데’ 이래서 괴로운 거야.
나는 항상 행복한 이유는 뭐냐.
나는 일요일 밤에 대행진이나 뽀뽀뽀 시절은 역사에 없어요.
난 이미 다 잊어버렸어.
그러나 예전에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사는 거예요.
우리 어머니가 나를 가르치기 위해 애쓰던 시절
그러니까 행복해.
그러니 삼식이라 대접해서 서운해하는 남편들도
잘 나갈 때, ‘내가 옛날에 회사에 뭐였는데’ 가 아니고
어려웠던 때를 기억하면
나는 집이라고 하는 새로운 회사에 다시 취직을 했다.
아무래도 집에서 고참은 부인이니까.
고참 말을 잘 듣는 신병이 되어야겠다.
그런 마음이라면 나는 고참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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