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 나이 때가 아직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 때엔 어른들의 말이 저에겐 너무도 절대적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선생님의 말은 절대적 이어서 정말 전 선생님 말을 잘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때엔 선생님의 권위를 의심해 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났던 담임 교사가
별로 도덕적이지 않은 젊은 여교사였어요.
어느 날 그분이 저한테 크리넥스를 하나 사오라고 지시를 하셨습니다.
근데 전 당시에 크리넥스가 뭘 말하는 건지 몰랐어요.
처음에 전 그게 약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일단 선생님한테 알았다고 하고 부모님 한테 담임
선생님이 크리넥스라는 약을 사오라고 시켰다고 말씀을 드렸죠.
그래서 저는 아버지랑 함께 약국에 갔어요.
약국에 들어가서 약사에게 크리넥스라는 약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약사님이 그런 약은 없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약학 사전을 막 뒤져 보시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약은 찾을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정말 걱정이 되었어요.
크리넥스를 사가야 하는데, 사가는 게 선생님의 명령인데
이걸 못해내면 안 되는데 하고
엄청나게 걱정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결국 못 사가서 너무 미안했습니다.
죄책감으로 막 죽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다음날 학교에 가서 완전 풀이 죽은 상태로 담임 선생님한테
말했어요.
“선생님, 제가 약국에 가서 다 뒤져 봤는데 크리넥스를 도저히 못 찾겠어요.
그래서 크리넥스를 못 사왔어요” 하고 엄청 미안해 하면서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담임이 웃으면서 괜찮다고,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얼마나 제가 안도감을 느꼈는지 몰라요.
내가 안 사와도 큰 문제가 안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고 어깨를 짓누르던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홀가분함을 느꼈어요.
그런데 크리넥스를 제가 약국에서 못 찾은 건 당연한 거였어요.
크리넥스는 크리넥스 티슈를 뜻하는 화장지였던 것이지, 약이 아니었으니까요.
당시에 담임 교사는 반 아이들에게 자기가 학교에서 쓰는 물건들을 사오라고 시키곤 했어요.
그래서 이건 제가 그분의 말을 잘 못 알아들었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그분은 도덕성이 낮은 분이었죠.
자기 물건을 학생들한테 사오라고 시키다니요.
그것도 자기 돈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때 교사가 못됐다는 사실보다는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 교사의 말이나 규칙들을 절대적으로 여긴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교사한테 친구들을 고자질하는 일도 아주 쉽게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어른한테 진실을 알리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때로는 진실을 선생님에게 알려주는 것보다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걸
이때의 아이들은 아직까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제 아이들이 나이가 더 들어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나이가 되면
피아제의 설명에 따르면
자율적인 도덕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절대적인 옮고 그름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각과 맥락적 상황들을 고려할 수 있기 시작합니다.
도덕적인 판단엔 결과보다 동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예전엔 규칙들이 절대적인 것들이었는데
이제 점점 규칙들이 상대적일 수 있다고 깨닫게 되면서
규칙들을 신처럼 초월적인 존재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게 됩니다.
규칙은 상황에 따라 지킬 수도 있고 안 지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도덕적 판단력이 점점 어른과 비슷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내용을 정리하자면
만 9세 이전의 아이들은 타율적인 도덕성을 갖는다,
그리고 그 이후의 아이들은 자율적인 도덕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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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런 개념들을 통해 자녀교육을 위해 어떤 점을 실용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을까요?
피아제의 이론을 통해 나타난 분명한 사실은
아이들이 어른의 말에 자연스럽게 복종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즉, 어린아이들은 말을 잘 듣고 순종한다는 거죠.
일단 어린아이들한테 어른은 되게 커 보이잖아요.
어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이한테는 큰 무게감을 가지는 겁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을 통제하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쉽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아이들을 정말 잘 통제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제 말을 정말 잘 듣습니다.
왜냐하면 전 아이들에게 제가 권위있는 존재로 느껴지게 만들 수 있는
많은 기술들을 가지고 있거든요.
전 심리학 기반의 검증된 기술들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아이들을
지도해도 말 잘 듣게 하고
그래서 교육적으로 사람답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근거는 이미 언급된 것처럼
아이들이 어른의 말에 기본적으로 순종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전 아이들을 잘 통제할 수 있지만
같은 방법을 사용해서 성인들을 제가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랑 어른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성인들은 같은 성인들에게 순종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성인들끼리는 서로 동등하고 평등하다고 여기죠.
그래서 피아제의 이론을 근거로
아이를 위해 도덕성교육을 한다면 어떤 걸 할 수 있냐면
아이들이 어른의 말에 순종하고자 하는 선천적인 특성을 잘 활용해서
아이들이 규율에 잘 순응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규율에 잘 적응하여
규율 아래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며
반듯하고 보기 좋게 자라날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전 강의에서 아이의 행동이라는 키워드로 여러가지 개념들을 다루었는데
한 가지 핵심이 무엇이었습니까?
아이들이 규칙체계에 잘 순응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여러분도 당연히 아시겠지만
도덕성이 높은 사람은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입니다.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도덕성이 높은 사람들은 교통질서를 잘 지키죠.
그런 분들은 아주 신사답게 숙녀답게 안전하게 운전합니다.
그런데 안 그런 사람들도 너무 많죠.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리거나
방향지시등도 안 켜고 내 앞으로 들어오고
도로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어요.
그 사람들은 규칙을 잘 안 지켜요.
왜냐?
도덕성이 낮으니까요.
남한테 피해를 주더라도 나한테 이득이 된다면
규칙은 어겨도 되는 것이라고
그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살아요.
그래서 이런 맥락에서
아이들에게 규칙을 잘 지키도록 훈련하는 것도
곧 도덕성교육에 반드시 포함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규칙 체계에 잘 순응하는 아이들은 우선 보기가 좋죠.
겉으로 보이는 행동거지가 좋아 보이는 거예요.
그 이유는 규칙을 잘 지키는 행동을 그 아이들이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가정 내에서 아이들이 규율에 순응할 수 있도록 잘 훈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망아지처럼 자유롭게 풀어서 아이를 방임하는 건
정말 안 좋은 양육방식이에요.
아이에게 좋은 생활습관을 들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아이에게 이득이 되는 여러가지 규칙들을
아이가 습관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반복 훈련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학교 갔다 와서 혼자서 스스로 씻는 일이라든가
숙제를 끝마치고 자유시간을 가진다든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 시간을 엄수한다든가
약속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일 등등
생활의 리듬을 잡아주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좋은 습관들은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부모가 아이를 훈련하는 것에서부터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도덕성 교육의 한 종류라는 거예요.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규율에 잘 순응하면서 자라난 아이들은
커서 사회에 진출해서도 어느 조직에서 일하든지 간에
믿음직하고 바람직한 동료가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저 사람은 룰을 잘 지킬 거라는 믿음을 주위 사람들에게 주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신뢰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아이가 규율에 순응하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규칙을 지키는 훈련을
평소에 가정 내에서 하셔야 된다는 겁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키우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렇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규칙을 안 지키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아이를
어느 또래 아이들이 좋아하겠어요?
도덕성이 낮은 아이들은
규칙을 안 지키기 때문에
동료 아이들도 그런 아이를 안 좋아하게 되는 겁니다.
여러분은 부모로서
아이를 규율에 잘 순응하는 아이로 성장시켜서
도덕성 높은 사람으로
아이를 이 사회에 내보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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