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겠지만 중산층 이상의 아이들이
노동자 계층 아이들보다 공부를평균적으로 더 잘합니다.
서울대에 합격하는 학생들의 아버지들은
대졸 이상이 83%가 넘습니다.
약 75%의 합격생들은 서울이나 광역시 수도권 지역을 포함 대도시 출신 학생들이에요.
즉, 여러분이 도시 출신이 아니라면
여러분의 자녀가 서울대에 합격할 확률은 25% 미만으로 내려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기를 쓰고 강남으로 가려고 하는 겁니다.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일수록 교육 성과도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는 무척 많습니다.
예를 들면 부모의 소득수준이 높고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수학 성적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4년제 대학 진학률도 높아지고
수능 성적도 올라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서울대학교의 김세직 경제학 교수는
부모의 경제력이 높은 강남구에 사는 학생의 서울대학교 합격 확률이
강북구에 사는 학생보다 21배나 높고
서울지역 외국어고와 과학고의 서울대의 합격 확률은
일반고의 15배에서 65배까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왜 이렇게 중산층 이상에 속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더 좋을까요?
번스타인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부모가 어떤 스타일로 자녀와 대화하느냐에 따라 학업 성적이 결정된다면서
사회계층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가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을 제시하였습니다.
이후 강의들에서 중산층 이상의 아이들이 더 잘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이론적으로 하나씩 짚어드릴 계획인데요
여러분이 중산층 아이들이
왜 공부를 더 잘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이유를 이해하신다면
자녀를 더 많이 도와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선 이번 강의에선 여러분이 아이에게 사용하는 언어가 어떻게 아이의
학업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인
번스타인의 어법 이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실패부모 성공부모(E6-1)
사회계층과 언어
영국의 사회학자 번스타인은
학교에서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과목들일수록
중산층 아이들에 비해 노동자 계층 아이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언어를 덜 사용하는 수학 성적은
노동자 계층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떨어지지 않았는데
유독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과목들일수록
노동자 계층 출신 아이들의 성적이 낮았습니다.
그래서 번스타인은
노동자 계층 아이들과 중산층 아이들의 언어사용 형태에 대해 조사하며 연구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사회계층에 따라서 사용하는 언어 어법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중산층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 어법이랑 노동자 계층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 어법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번스타인은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산층 아이들과 노동자 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우선 중산층에 속하는 아이들과 노동자 집안의 아이들에게
네 장의 그림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그림들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하라고 시켜봤어요.
각각의 그림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면 1은 소년 몇 명이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장면 2는 소년들이 가지고 놀던 축구공이 어떤 집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거예요.
장면 3은 한 여자가 깨진 유리창을 통해 아이들을 내다보고 있어요.
그리고 한 남자는 험악한 몸짓을 하고 있었어요.
장면 4는 아이들이 도망치고 있는 모습이에요.
이런 그림들을 보고 중산층에 속하는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어법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몇 명의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데
그 중 한 아이가 찬 공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어요.
유리창이 깨지자 아이들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때 한 남자가 그 집에서 나와서
아이들이 유리창을 깼다고 고함을 치자
아이들은 달아나고 주인아주머니가 창문 밖을 내다보며 아이들을 책망하고 있어요.”
그리고 노동자 계층의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어법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걔들이 축구를 하고 있어요.
걔가 그걸 찼는데 그게 날라가서 유리창을 깼어요.
그걸 보고 있는데 그가 나와서 그걸깼다고 걔들에게 고함을 질러서
걔들이 달아나고 그 여자는 밖을 내다보며 걔들을 책망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각 계층 아이들이 이렇게 말한 것을 듣고
어법상의 차이점을 알아차릴 수 있으시겠어요?
일단 아이들이 이야기했던 두 가지 이야기 중에서
어느 계층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해하기 더 쉬운가요?
당연히 중산층 아이들이 묘사한 것이 이해가 더 쉽습니다.
더 구체적이고 명시적이니까요.
반면에 노동자 계층의 아이들의 언어는 너무 암시적이에요.
너무 자기 위주로 청자를 고려하지 않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노동자 계층 스타일로 이야기하는 분들 중에 제가 아는 친척 어른이 하나 있습니다.
저한테 가끔 어떤 사람들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실 때가 있어요.
신나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저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도무지 누구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제가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분이 누가 누구한테 무엇을 했는지를 명시적으로 분명하게 이야기 하지 않으시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걔가 걔한테 그랬대” 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선 그 걔가 누구인지 도무지 모르겠거든요.
이런 언어 스타일로 그분이 저한테 이야기를 하실 때
그분은 제가 알아들을 거라고 기대하시면서 신나게 이야기하시지만
그분이 저한테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저는 그분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그분한테는 죄송한 말이지만
그분은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셨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건 그분이 멍청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학교의 평가시스템으로 학업성취도를 측정한다고 했을 때
남들에 비해 불리하다는 의미입니다.
번스타인도 중산층에 속하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 스타일이
노동자 계층에 속하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 스타일보다
우월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학교라는 맥락에서
중산층 아이들이 성취하는 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번스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중산층 아이들이 더 유리한 이유는
중산층 아이들 사용하는 언어 스타일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중산층 아이들은 평소에 주로 사용하는 언어 스타일로 학교 활동을 하기 때문에
수업도 이해하기 쉽고
그래서 학업성취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인 것이죠.
다시 말해 중산층의 부모들은
집안에서도 학문에서 사용하는 언어 어법과 가까운 언어 스타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산층 아이들은 학교에 갔을 때 수업에서 사용되는 언어 스타일이 낯설지 않고 더 익숙하므로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노동자 계층의 부모들은
집안에서 제가 아는 그 친척 어른과 비슷한 스타일로
학문적 스타일이 아닌 생활용 언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노동자 계층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사용되는 언어 스타일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부하가 걸리고
그래서 학업성취도가 낮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기본적으로 국영수사과를 배우죠.
그런데 이 과목들이 어디에서 나온 학문들입니까?
대학에서 나온 학문들이죠.
국어는 국어교육과에서, 수학은 수학교육과에서, 사회는 사회교육과에서, 과학은 과학은 과학교육과에서 교육과정을 만든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메커니즘에 의해서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대부분의 과목들은
대학에 가서 심화과정으로 또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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