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많이 가르쳐본 교사들이나 강사님들에게
어떤 아이를 데리고 가서
몇 번만 수업해보면
그분들이 그 아이가 공부를 잘할 아이인지 맞추실 수 있을까요?
네, 맞출 수 있어요.
그럼 저도 맞출 수 있을까요?
네, 당연히 맞출 수 있죠.
그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아이를 오래 보지 않고, 그냥 짧게 가르쳐 본 경험만으로
어떻게 그 아이가 공부를 잘할 아이인지 못할 아이인지를 알아내는 걸까요?
뭘 보고 그분들은 그걸 정확하게 맞춰내는 걸까요?
그리고 우린 그걸 신뢰할 수 있을까요?
보통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태도를 보고
직관적으로 그 아이가 잘 할 아이인지, 못할 아이인지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교수 경험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그런 직관적인 판단은 되게 정확합니다.
척 보면 안다는 그런 말 들어보셨죠?
경험이 많은 의사 선생님들은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무슨 병으로 오게 되었는지를 바로 맞추십니다.
5년, 6년 이상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는 경험을 쌓이게 되면
그냥 직관적으로 맞추시는 겁니다.
이게 바로 말콤 글래드웰이 말했던 [직관의 힘]입니다.
그냥 보면 직관적으로 느낌이 오는 거예요.
근데 이런 종류의 직관은 굉장히 정확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아주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인 직관이기 때문에 그래요.
직관의 힘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심지어 아이의 눈빛으로만 그걸 맞춰내는 선생님도 있어요.
잘하는 아이들은 또랑또랑한 눈빛
못하는 아이들은 흐리멍텅한 눈빛이죠.
학교에서 수업이 시작되는 종이 울리잖아요.
이 종이 울렸을 때
잘하는 아이들과 못하는 아이들은
그 태도에서 성적이 갈리는 거예요.
공부를 잘할 아이들은
선생님이 지적하지 않아도 알아서 바로 자기 자리에 앉아요.
그런데 공부를 못할 아이들은
종이 울렸는데도 불구하고 돌아다니며 장난치고 놀다가
선생님이 몇 번 말하고 지적해야
겨우 간신히 자리에 앉죠.
그럼 못하는 아이들은
종이 울렸는데도 자리에 왜 앉지 않는 걸까요?
행동 측면에서 보자면 아이가 자리에 앉지 않는 이유는
선생님이 나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말하기 전까지
내가 계속 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리에 앉지 않는 게 나에게 이득이 되는 거예요.
감정 측면에선 어떨까요?
아이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기에
종이 울렸는데도 자리에 앉지 않는 걸까요?
아이는 종이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더 놀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기 때문에
그 욕구대로 계속 행동하는 것이죠.
욕구도 하나의 강한 감정이잖아요.
그런 감정을 아이가 제어하고 조절하면서 통제하지 않는 거예요.
그 아이는 그냥 자기 감정대로 행동하는 겁니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화장실이나 보건실을 가는 경우도 많죠.
못하는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꼭 수업 시간에 화장실, 보건실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행동 측면에서 그런 아이들은
왜 꼭 수업시간에 패턴적으로 화장실이나 보건실을 갈까요?
수업시간을 땡땡이칠 수 있으니까요.
그게 더 재밌고, 자신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럼, 감정 측면에서 어떤가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굳이 수업시간에
습관적으로 화장실, 보건실을 가는 감정 측면에서의 이유는
수업을 들었을 때 느끼게 되는 지루함과 심리적인 불편함을
피해보려고 하는 것이죠.
화장실을 가게 되면 수업을 안 들 수 있어서
더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화장실이나 보건실을 가고 싶다는 욕구를
통제를 안 하는 거예요.
오히려 그런 욕구를 더 키우는 거죠.
또 공부 못할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연필을 깎거나 테이프를 가지고 놀거나
지우개떡을 만들고
지우개를 조각내 깍두기를 담그는 경우도 많아요.
왜 그 아이들은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그런 욕구를 느끼니까요.
그런 욕구를 조절하고 제어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 욕구의 감정이 올라왔을 때
그냥 내버려 두는 거예요.
잘할 아이들은 어려운 내용이 나와도 짜증을 잘 안 내는데
못할 아이들은 짜증을 쉽게 냅니다.
그래서 잘할 아이들은
어려운 내용이라도 끈기있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못할 아이들은
짜증이 나기 때문에 끈기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냥 쉽게 포기하고 말죠.
왜 그럴까요?
사실 우리가 공부하다가 이해가 안 될 때엔
조그맣게 화라는 감정이 올라옵니다.
그 조그만 화를 우린 짜증이라고 부르고요.
근데 공부를 못할 아이들은
짜증이라는 부정적 감정이 올라왔을 때
그걸 이성적으로 처리해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포기해 버리는 거예요.
“아! 나 짜증나. 나 안 해.”
뭐, 이런 패턴 많이 보지 않으셨습니까?
학교 와서 인사를 잘하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에게 눈을 맞추고
학습활동에 적극적이고 피드백을 잘 주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높아요.
사물함 정리정돈을 잘하는 아이들이
역시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제가 무슨 당위적이고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순수하게 학업성취도와 관련해서만 말씀드리는 거예요.
어떤 아이들이 학교 성적이
잘 나올 가능성이 높은지 말씀드리는 겁니다.
학업성취도는 아이들의 기본 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이 태도를 통해
선생님들이 잘할 학생과 못할 학생을
직관적으로 구분해낸다고 했습니다.
그럼, 학생들의 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뭐겠습니까?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 능력이라는 거죠.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것들 중에
어떤 패턴이 있었잖아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해야 수업종이 울려도
놀고 싶은 것을 참고
자리에 바로 앉을 수가 있고
수업 시간에 연필을 깍고 싶고
지우개를 잘라서 놀고 싶은 감정을 통제를 해야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눈을 맞추고 피드백을 주며
학습활동에 참여할 수가 있어서
초등학교 6년 동안의 그런 수업 참여 태도가
아이의 공부습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학습결손이 발생하지 않게 하여
학습난이도가 높아지는 중학교 과정으로 안정적으로 연착할 수가 있고
입시가 시작되는 고등학교에서
명문대에 도전할 수 있는 정서적인, 인지적인 힘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숨겨진 매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숙련된 선생님, 강사님들은
아이를 오래 보지 않아도
바로 그 학습태도만으로
그 학생의 미래 성적은 물론
심지어 대학 등급까지도 맞춰내는 겁니다.
그러면 공부를 못하는 길로 걸어가는 아이들이
방향을 선회해서 공부 잘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나요?
그건 현실적으로 되게 어려운 일이에요.
숙련된 선생님들에게
공부 못할아이들이라고 판단받은 아이들이
공부 못하는 이유는
제가 지금까지 설명드린 것처럼
이론적인 배경과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학습태도가 안 좋은 아이들이
자신의 학습태도를 바꿀 수만 있으면 됩니다.
그게 현실적으로 거의 안 일어나는 일일 뿐이고요.
그럼, 아이는 왜 좋은 학습태도를 가지지 못하게 될까요?
당연히 거기에도 합리적인 이유들이 있겠죠.
그래서 여러분의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를 원하신다면
[긍정적인 학습태도]를 잘 습관화하는 것이 매우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한 기반으로
[정서지능]을 잘 계발시켜 주어야 한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어떤 교수님 한 분이 이와 관련해서
엄청 멋진 표현으로 이야기해주신 적이 있어요.
‘공부란 것은
정서라는 바다에 띄워진
인지라는 배가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죠.
공부가 잘 되려면
인지라는 배가 바다 위에서 잘 항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바다에서 폭풍우가 몰아치고 격랑이 이는 그런 바다에선
배가 잘 떠다닐 수 없겠죠.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바란다고 어렸을 때부터
문제집, 학원 등을 하게 해봤자
그런 것들은 엄연히 인지적인 부분일 뿐이며
정말 더 중요한 것은
정서적인 부분, 태도적인 부분이란 걸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지 못하고
일부 아이들만 공부를 잘 하게 된다는 것이 현실이고
그렇다면 여러분은
아이에게 문제집이나 학원을 권유하시기 전에
아이가 어떤 학습태도와 어떤 정서를 가지는 사람으로
자라나고 있는지를 점검하셔야 합니다.
이제 제가 왜 학교 가기 전 유아시절에
지식 교육보단 정서지능 계발을
그렇게 강조하는지 이해하실 수 있겠죠.
그게 학교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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