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국민 투표
2023년 12월 3일 베네수엘라의 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석유가 풍부한 이웃 국가 가이아나 일부 영토에 대한
권 주장 여부를 놓고 진행된 국민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입니다.
투표 결과
투표 참여자의 약 95% 정도가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 영토 70%에 해당하는
에세키보 지역을 합병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죠.
그리고 마두로 대통령은
국영 석유회사에
에세키보 지역에서 채굴 면허를 발급하라고 명령했고
가이아나 에세키보 지역을 베네수엘라 영토로 만드는 법안을
국회에 통과시킬 것을 제안했으며
투표 결과를 축하하며
“에세키보를 위한 싸움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우리는 베네수엘라 역사적 권리를 회복할 것이다”라는
공격적 연설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 군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부대를 소집하고, 비상 대기에 들어간 상황이며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우리의 경계는 강화될 것이며
국경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가이아나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24시간 내내 일하고 있다” 라고
언론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혔죠.
갑자기 옆나라 영토에 대해 주권을 주장하는 것도 놀라운데
이 일방적 합병을 주장하는 나라가
남미 최고 부국에서 가난한 나라가 된
대표적 나라로 여겨지는 베네수엘라라는 점에서
더 놀라게 되는데요.
최근에 이런 변화들에 대해 국제정세, 역사, 군사적 경제적 부분을 중심으로
빠르게 알아보겠습니다.
--가이아나에서의 석유 발견
우선 두 국가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볼까요?
두 국가 모두 남미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고
북쪽은 카리브해를 접하고 있습니다.
주변엔 콜롬비아, 브라질, 수리남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죠.
두 국가의 공통점은
둘 다 석유 매장량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약 3천억 배럴로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세계 1위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죠.
1914년에 최초로 유전을 발견한 베네수엘라와는 달리
가이아나는 비교적 최근에 석유를 발견했는데요.
베네수엘라에서 엄청난 양의 석유가 나는 것을 보고
미국 ‘엑슨 모빌’사가 중심이 된 컨소시엄에서
2008년부터 가이아나 연안 지역을 탐사하기 시작 했죠.
그리고 2015년 5월 가이아나 땅으로부터 19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최초의 주요 석유 매장지인 Lisa 유정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 Lisa 유정은
2019년 12월 20일부터 원유 생산을 시작했죠.
그리고 계속된 원유 탐사로
Lisa 유정이 있는 스타블록 오일 블록 외에도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매장지들도 발견하여
현재는 약 110억 배럴의 매장량을 자랑하죠.
베네수엘라 3천억 배럴에 비해선 적은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세계 20위 이내의 순위이고
인구 80만 명 정도인 가이아나의 규모를 생각하면
엄청난 매장량입니다.
실제로 1인당 석유 매장량 순위는
이미 베네수엘라, 사우디, 쿠웨이트 등
주요 생산 국가들보다 앞선 나라가 되었죠.
그러다 보니 석유가 생산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엄청난 GDP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엔 무려 62.3%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고
팬데믹 기간엔 세계 경제가 위축되었던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엄청난 성장을 했죠.
2020년까지만 해도 가이아나의 1인당 GDP는 6,800달러 정도였는데
2022년에는 약 1,900달러로 올랐으며
3만 달러 돌파도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현재 가이아나에서 가동되는 유저는 3개로 늘어났는데요.
베네수엘라가 석유에만 의존하다 망해가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와 같은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늘어나는 부를 활용해
교통, 주택, 인적 자본, 농업, 광업, 채석 부문 등
비석유 부문에 대한 투자도 촉진하고 있고
이를 통해 다방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석유로 돈방석에 앉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발전 가능성도 높은 가이아나죠.
남미의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던 가이아나가
이제 막 부를 누리기 시작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가이아나 땅의 70%
한국당의 1.5배 정도나 되는 이 에세키보 지역을
옆나라 베네수엘라가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나온 이야기는 아니겠죠.
--분쟁의 역사적 배경
대부분의 남미 지역이 그렇듯
이 국경 분쟁도 과거 식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 지역은 1600년대부터 1700년대까진
대부분 네덜란드나 영국이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814년 런던 조약을 통해 에세키보는
영국의 공식 식민지 영토가 되었지만
당시 서쪽의 경계는 모호한 상황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1850년대 에세키보 지역에서 금이 발견되며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는데요.
영국은 금을 비롯한 자원들이 많이 있는 이 지역에 더 큰 관심을 가지 시작했고
더 많은 영국인들을 에세키보 지역에 이주시키고
이 지역의 자원을 채굴하기 위해
영국령 기아나 광산회사까지 설립하였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영국에 항의하고 중재를 제안했지만
영국은 이를 듣지 않았고
결국 이 분쟁은 1897년 국제재판소의 중재로 이어지죠.
영국인 2명, 미국인 2명, 러시아인 1명으로 구성된 재판소는
2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사건을 조사했는데
1899년 만장일치로 분쟁 지역의 약 94% 정도를
영국령 기아나에 할당하게 됩니다.
1962년 이 판정이 불공정했고 무효라고 다시 베네수엘라가 주장했지만
영국은 1899년에 판정이 타당하다 주장하며
베네수엘라의 주장을 거부했죠.
이 영국령 기아나 지역이 독립하여 현재의 가이아나가 되었고
이 국경 분쟁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과거에 영국이 그랬듯
석유가 발견된 대서양 연안에 대한 접근권을 얻고자
베네수엘라가 다시 매우 강하게
에세키보 지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를 탐내는 이유
베네수엘라도 그렇지만 가이아나 역시
석유 산업을 위해선 아주 좋은 질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해안은 대서양을 끼고 있어
남미는 물론이고 남미 북쪽에 있어 북미가 가깝기에
수요가 많은 북미로의 수출도 유리하죠.
또 조금만 가면 파나마 운하가 있어
태평양을 지나
역시 수요가 많은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 지역에도 수출이 가능합니다.
또 기존의 석유들은 발견된 지 오래되었지만
가이아나 석유는 이제 막 발견되어
지구상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석유 미개척지이며
잠재적으로 매우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기에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죠.
지도를 보시다시피 스타브록 오일 블록의 상당 지역이
에세키보 연안에 위치하고 있기에
베네수엘라는 에세키보가 베네수엘라 땅이며
이 분쟁 지역에서의 가이아나의 채굴이 불법이라 생각하며
국경 주변에 군사를 재배치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이 지역의 합병을 위한 국민들의 동의까지 얻은 것입니다.
--양국의 군사력
가이아나도 이에 대응하여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사실 군사력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가이아나의 인구는 80만 명에 불과하고
군사도 3,500명~ 4,0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베네수엘라 인구는 2,800만 명 정도로
가이아나의 35배에 달하며
약 13만 명 정도의 정규군, 또 러시아산 s300 부크 미사일 시스템 등
중장거리 미사일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프랑스산 AMX, 러시아제 -72, 영국산 스콜피오 90
약 300대 정도의 전투용 탱크와 경전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SU-30 21기, F-16 15기, K8 26기 등 공군력도 만만치 않죠.
가이아나는 충분히 압도하고도 남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죠.
베네수엘라가 지금은 경제가 나빠졌지만
압도적이진 않더라도 만만하게 볼 군사력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베네수엘라가 쉽게 가이아나를 침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국의 상황
국민투표 결과 발표 4일 후인 12월 7일, 미국 남부 사령부는
가이아나 방위군과 협력해
가이아나 국경 지역에서 합동군사비행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가이아나 석유 탐사의 최대 지분이 미국 엑스모빌 사이 있기도 하고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등으로
중동을 비롯한 세계 석유 시장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 가이아나에서의 이점을 쉽게 포기할 리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미국과 베네수엘라와의 관계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현 대통령 마두로는
차베스의 후계자라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반미 지도자이자
2013년부터 10년간 대통령을 하고 있는 독재자이기도 하죠.
미국의 초강력 제재로
금융 시스템,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 원유 수출입 등이 차단되는 것들에 더해
원유 가격까지 하락하며
베네수엘라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35만%까지 발생하는
기록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완전히 망가졌었는데요.
최근 미국이 이 제재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가스, 금 부문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6개월간 일부 시장에 석유를 생산하고
수출 시 승인했는데요.
그 조건은 2024년에 있을 베네수엘라 선거를
국제관찰단의 감시 하에 치르기로 합의하는 것이었죠.
민주주의의 수호자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민주화라는 적당한 변화를 끌어내고
제재를 푸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세계 석유 공급과 가격의 안정화를 가져오기 어렵게 하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과 같은 여러 변수들이 많은 국제적 상황 속에서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안정적으로 석유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나라가 바로 미국과 가까이 있고, 초강력 제재를 하고 있던
세계 석유 매장량 1위 국가 베네수엘라인 것이죠.
중동 최대 산유국이며 비교적 미국과 가깝다고 여겨지는 사우디도
국제사회에서 여러 이해관계가 있다 보니
전쟁 등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았을 때
사우디는 미국의 바람과 달리 오히려 석유 생산을 감산하기도 했죠.
결국 미국은 보유하고 있던 비축유를 대량으로 방출하며
국제유가를 안정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관계 가운데 베네수엘라에
조건부로 어느 정도 제재를 완화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베네수엘라도 경제를 회복하려는 단계에서
이번에 이렇게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한 것이죠.
미국은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모두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브라질도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
어찌 보면 분쟁의 또 다른 당사자일 수 있는데요.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가 맞닿아 있는 북경을 보시면
숲으로 덮여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브라질의 상황
국경 쪽부터 가야나 서쪽이 이어져 있는
이 바로 그 유명한 아마존 열대 우림으로
이곳은 숲과 강, 하천 등이 있는 아주 습하고 물이 많은 지역이죠.
물론 사람들도 거의 살고 있지 않죠.
이 숲과 습지대를 넘어 가이아나로 가는 것은 매우 힘들뿐더러
또 전차와 같은 중장비를 함께 이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매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겠죠.
물론 북쪽의 해안을 타고
가이아나 인구 대부분이 살고 있으며,
주요 사회 기반 시설들이 있는 가이아나의 수도 조지타운을
바로 타격할 수 있는 북쪽 해안을 통한 공격도 선택지 중 하나일 텐데요
다만 그쪽은 미 해군과
또 미국과 가까운 카리브의 국가들의 공격이 들어올 수 있기에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도를 보시는 것처럼
육로 이동을 위해선
브라질 영토를 통로로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이아나의 10번 도로는
브라질의 174번 도로를 지나
보아 비스타를 거쳐 401번 도로로 이어지며
이는 또 가이아나의 루푸뉴니 도로로 이어진 후
이 도로는 가이아나의 수도 조지타운까지 이어집니다.
육로를 이용하여
가이아나를 공격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길이죠.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브라질의 입장을 볼까요?
브라질은 영토의 불가침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발표하며
베네수엘라가 육로로 이동 시 바로 들어오게 되는
브라질 북부 파카라이마와 보아비스타의 주둔군을 강화하는
군사 재배치를 하고 있습니다.
한때 브라질 베네수엘라 간 외교가 단절되기도 했지만
5월 29일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두 나라 정상이 회담을 가지며
여러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재구축하고
양국의 관계를 재개하기로 하는 등 관계의 진전이 있었고
또 과거엔 상호간 많은 경제적 협력이 있었던 국가이긴 하지만
브라질이 베네수엘라 군에게 길을 열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에 따라 며칠 전인 12월 7일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남미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평화를 구축 해야 한다” 말하며
어찌 보면 중요한 이해 당사자이기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하며
두 국가 간의 중재자가 되고 있습니다.
--주변국들의 상황
또 가이아나가 원래 영국령 기아나였던 역사적 상황 있다 보니
지금도 여전히 영연방에 남아 있는데요.
이에 따라 영연방 사무총장은
지난 12월 1일 공식적으로
평화를 깨뜨릴 가능성이 있는 베네수엘라의 행위를 비난하고
가이아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했습니다.
바로 옆 콜롬비아도 상황이 애매한 것 같습니다.
지난 11월 20일,
콜롬비아 페트로 우레고 대통령과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이 만나 성명을 통해
콜롬비아 에코페트롤사가, 베네수엘라 가스전과 유전 개발에 있어
베네수엘라 국영회사 PDVSA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라고 발표했는데요.
이를 통해 콜롬비아는
전기를 베네수엘라에 보내고
완화된 제재로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된 석유는 콜롬비아로 가게 되는 것이죠.
또 콜롬비아를 통하면
태평양을 통해 바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수출이 가능하기에
서로 간에 윈윈이 되는 경제적 협력을 모색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상황이 급변하고 있고
아직 콜롬비아의 공식적 입장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베네수엘라와 함께
반미 전선에 앞장서며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러시아나 이란도
특별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습니다.
원래도 분쟁 지역이었지만
가이아나에서 석유가 발견되며
이제는 군사적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는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사이의 상황과
그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복잡다단한 상황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앞으로 베네수엘라는 어떤 선택을 할지
이곳이 우크라이나, 이스라엘에 이어 또 다른 전쟁이 될지
가이아나는 석유 이외의 산업도 발전시키며
지속 가능한 힘을 갖춘 산유국으로 나아갈지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긴 시간 시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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