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신을 향한 우리의 기도는
어떨 때는 응답받고 어떨 때는 응답받지 못할까요?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기도를 해보신 경험이 있을 텐데요.
우리는 주로 좋은 일, 감사한 일이 있을 때보다
힘든 일이 있거나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기도를 하게 되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잘 풀려나가고 있을 때는
모든 성과가 나의 능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의기양양해집니다.
그러다가 뭔가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틀어지면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신을 찾게 되죠.
나의 힘만으로는 어렵다고 느껴지는 일들에 신의 힘과 보살핌을 간구하게 되는 건데요.
이 모습은 마치 한껏 우쭐거리며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놀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면서
부모의 도움을 청하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어린아이였을 때 우리는요.
‘나의 힘’보다 훨씬 강하고 든든한 ‘부모의 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마찬가지로 고대로부터 인간은
‘나의 힘’과는 구별되는 ‘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태초의 인간은요
신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고 신과의 연결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차츰 신과의 연결을 잊어버리게 되었는데요
중요한 건 우리가 기억하든 기억하지 못하든
우리는 언제나 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신은 언제나 우리 안에 계시고
우리는 언제나 신의 품속에 안겨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신을 향한 우리의 기도는
어떨 때는 응답받고 어떨 때는 응답받지 못할까요?
신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지만
에고가 사라질 때에만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에요.
‘에고로서의 나’와 ‘신성으로서의 나’는
탁자 위에 펼쳐져 있는 동전과 같은데요.
한 번에 한 면만 드러나는 거죠.
에고가 활동하고 있을 때 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떼쓰고 칭얼거리는 아이가 완전히 잠에 곯아떨어질 때에야
자신의 일을 시작하는 엄마처럼
신은 고요히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에고가 완전히 잠들어 버릴 때까지 침묵 속에서 지켜보고만 있는데요.
무언가를 갈망하며 열심히 노력할 때 에고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잠들지 못하죠.
하지만 기도의 순간에 에고의 힘은 서서히 약해집니다.
나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 자체가
먼저 에고의 힘을 한 번 약화시키구요.
그 다음엔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기도의 일념집중 상태가
무념무상의 상태로 에고를 끌고 가면서
에고를 초월하는 순간이 올 수 있어요.
이 잠깐의 순간 신과의 합일이 일어나고
기도는 신의 품 안에서 완성되는 거죠.
이 순간을 우리는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라고 표현하는데요.
이렇게 에고가 완전히 사라지고 근원과 합일되는 찰나의 순간은
오기도 하고 오지 않기도 하기 때문에
기도는 이루어질 때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또 깊은 명상을 통해서도 우리는 이 상태에 들어갈 수 있는데요.
명상 속에서 에고를 초월하여 근원과 합일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명상은 삶 속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도이고 신과 합일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입니다.
그러니 날마다 마음을 고요히 하시고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신성으로서의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평온하시고 고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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