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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심리학] 양준일 신드롬의 진짜 이유? 취약성은 나의 힘! 나는 약할 때 강하다! 심리학이 본 양준일 신드롬, Yang Joon-il Syndrome in South Korea

Buddhastudy 2020. 9. 21. 19:35

 

 

오늘의 주제는 심리학이 본 양준일 신드롬

나는 약할 때 강하다입니다.

제가 이코노미스트라는 주간지에 쓴 글을 영상으로 만들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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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신드롬은 한국 대중문화에서 새로운 현상이에요.

비슷한 사례를 찾으려면 남아공까지 가야합니다.

 

1970년 초 미국에서 두 장의 앨범을 내고 사라진 무명가수 식스토 로드리게즈.

10년 후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남아공의 대스타가 되어 있었어요.

엘비스 플레슬리보다 더 많은 앨범이 팔리고

밥 딜런에 버금가는 뮤지션이라는 칭송을 들을 정도였지만

정작 본인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건설 현장에서 노동을 하며 살고 있었어요.

 

자살했다고 소문이 파다하게 난 그를 찾아나선 건

그의 극성팬들이었습니다.

1998, 로드리게즈는 남아공에서 열린 콘서트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부활합니다.

픽션보다 더 극적인 이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영화 Searching for Suggar Man에 담겼죠.

 

1990년대 초, 재미교포 청년 양준일은 한국에서 두 장의 앨범을 냈지만

소수의 팬들에게만 반짝 스타였을 뿐, 그 시대에 환영을 받지 못했어요.

문화적 이질감 때문이었습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다. 춤과 노래가 퇴폐적이다.

이런 비난을 받았고,

무대에서 노래할 때는 신발, , 모래가 날아오기도 했대요.

심지어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게 싫다.” 이런 말도 들었습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동양인이기에 미국에서 무시당했던 아픔보다

어쩌면 더 서러운 차별을 고국에서 맛보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30년이 흐른 시점에 누리꾼들은

옛날 인기가요를 듣다가 그를 발굴해냅니다.

 

“30년 전 저 의상 실화임?”

“GD인줄 알고 클릭했다가 양준일에게 반했다.”

“91년에 태어난 내가 91년에 데뷔한 가수한테 빠질 줄이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 무명 가수는 온라인 탑골공원 GD, 시간여행자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개 가수로 불리며

원년 팬들부터 새로 입덕한 Z·Y세대까지

광폭 팬덤을 확보한 스타가 되었어요.

 

양준일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를 현실로 소환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소문만 무성한 채 그의 행방이 오랫동안 오리무중이었기 때문이에요.

 

마침내, JTBC 음악프로그램 슈가맨의 제작진이

미국 플로리다의 한인 식당에서 서빙 직원으로 일하는 그를 섭외하는데 성공했고

그는 작년 12월 방송 무대를 통해 영화처럼 부활합니다.

 

양준일 신드롬의 배우엔 짜릿함을 배가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요.

심금을 울리는 언더독스토리, 전례가 없던 문화현상

기획사가 아닌 대중이 발굴하고 소환한 스타

힙한 문화 코드가 요구하는 젠더리스와 ageless 속성이

기묘하게 흘러나오는 50대 아재의 반전 매력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전세대를 아우르는 팬덤의 뜨거운 반응을 이해하기 힘들어요.

가수 양준일이 많은 사람에게 마음의 울림을 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리학의 관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았습니다.

 

신드롬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자기 개방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그의 진실된 이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전달된 그의 담담한 자기 표현을 들어볼까요?

 

현재는 제가 음식점에서 서빙을 하고 있어요.

다달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2주 동안 쉬면 돌아가서 월세를 못내요.

음식점이 바쁘기 때문에 서버가 빠지면 그 자리를 누가 빨리 채워야 해요.

그래서 제가 돌아오면 일자리가 없을 수 있어요.

그런데 누나가 써니 누나~ 너무 고마워요.

저 이렇게 슈가맨에 나왔어요.

일자리 잡아둔다던 약속 지켜야 합니다.”

 

제가 타워레코드에서 사인회를 한적이 있었어요.

서너명만 사인을 했었는데 그 중에 한 팀이

저사람 누구야” “몰라 나두

언제나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던 대한민국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죠.

 

제 머릿속의 쓰레기를 많이 버려야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의 과거가 곧 나의 미래로 이어질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그것을 버리고 싶었어요.

내 머리에 가득차 있는 내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 위한 노력을 생활처럼 했어요.

 

다 버렸더니 남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남는 것은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공간을 나의 과거로 채우지 않는게 목적이었어요.

새로운게 들어올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드는게 목적이었어요.

슈가맨에 나와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슬프지 않았어요.

그냥 현실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내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굉장히 큰데

모든 대한민국이 저를 받아주는 따뜻함이 그걸 다 녹여주셔서

더 이상 제 과거가 나를 괴롭히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감사해요.

 

제가 이해하기로 이 자리는

탑 배우같은 분들만 나오는데

저는 그냥 서버인데 어떻게 이 자리에 앉아있는 건지...//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한때나마 빛나는 스타였는데

힘겨운 현실을 말하기가 무안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말의 내용보다 더 신선한 반전은

망설임이나 부끄러움의 흔적없이

자신의 현실을 담백하게 풀어내는 해맑은 표정이었습니다.

 

잔잔한 행복감마저 스치는 그 평온한 모습이

양준일 현상의 시발점이었을 거예요.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어요.

이 형님, 왜 이렇게 사랑스러우실까, 우아하게 나이 드셨네.“

표정만 보면 험난하고 멸시받는 삶이 아닌

온실 속 화초로 꽃길만 걸어온 사람같다.“

품격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아마도 대중이 마주한 것은 얼굴 너머에 있는 그의 견고한 자아가 아니었을까요?

과거 연예인이 생활고를 털어놓는다고 해서 다 이렇게 반응하진 않아요.

세월을 버티고 순수하게 돌아온 사람을 귀하고 중하게 여기는 마음에 더 가까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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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빌리티 시대>입니다.

자랑질이나 허세로 치부됐던 행동이 이제는 셀프 브랜딩을 위한 고도의 연출 능력이자

사회적 기술로 승격된 느낌이에요.

 

지저분하고 아픈 현실을 드러내며 방구석을 점령한 잡동사니를 포토샵으로 싸악 도려내고

있어보이는 단편들만 클로즈업한 사진을 소셜 미어디에 게재해도

이게 진짜 내 모습일까 고민하지 않습니다.

 

내가 이렇게 잘 먹고 이렇게 많이 알며, 내 취향이 이렇게 고급스럽다.

가진 것을 과장하거나 실제로 없는데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데 익숙해요.

그게 방구석이든, 마음 속이든 내 안에 숨겨진 취약점을 드러내는 건

자기를 해치는 행위나 다름없어요.

 

가수 양준일이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었던 까닭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자신의 취햑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그 자아의 단단함에 있습니다.

 

테드 역사상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강연 중 하나의 주인공인

Brene Brown 교수는 취약성을 연구하는 학자예요.

그가 말하길

약한 부분을 남에게 드러내는 용기는

자신이 가치있는 사람이라고 믿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 관점에서 양준일은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심장을 의미하는 라틴어 ’cor’에서 나온 용기, courage라는 단어의 본래 정의는

내가 누구인지를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사랑받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를

전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용기에요.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숨기지 않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모질게 다루지 않습니다.

그리고 남들에게도 관대해요.

 

그에게서 우리는 위로를 얻고, 나만 빼고 다 잘났고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

누구나 못 난 데가 있고 상처로 아파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아요.

 

아픔에 지지 않고 맑게 긴 세월을 살아낼 수 있다는 희망도 보구요.

댓글을 보면 대중의 반응도 이와 결이 같아요.

 

청년들한테 이런 어른이 필요하다.”

보는 내내 눈물이 난다.”

나에게도 희망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버리면 비워둬야 하는데, 두려움에 자꾸 무언가를 채우려 했다.”

조급했는데, 그저 좋은 사람이 되면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찌질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늘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 자신을 존중하고 나의 말을 듣는 사람을 신뢰하면

가짜가 아닌 진실을 이야기할 때

비로소 나의 취약성은 타인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그리고 이 조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짜 연결이 시작돼요.

양준일 신드롬은 스타와 팬의 관계에 이 연결 법칙이 적용된 한 예가 아닐까요?

 

행여 나를 불쌍한 사람으로만 보면 어떡하지?

이런 두려움 때문에 대중을 믿지 못하고 가짜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았을 거예요.

 

어제 찍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트렌디한 30년전 영상 속의 세련된 가수의 모습은

그저 놀라운 감상을 제공했지만

취약성을 감추지 않은 그의 진솔한 언어는 감동을 선사했어요.

양준일의 존재감이 발현된 시점은 바로 그 순간이었죠.

 

늘 멋진 모습만을 정제해서 남에게 보여줘야 하는 삶은

나를 지치게 합니다.

약점과 상처가 혹시나 만천하에 드러나지 않을까 염려하는 삶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요.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알아요.

내가 뭘 감추었는지.

그래서 자신을 가치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인생의 반전 매력은 이거예요.

약함을 수용할 때 내가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취약함을 드러낼 때 세상에서 내 존재가 더 강하게 빛을 낸다는 것

양준일 신드롬이 우리가 잊고 있던 이 진리를 소환한 것은 아닐까요?

 

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