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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과학] 신은 수학자일까?

Buddhastudy 2020. 12. 2. 20:35

 

 

 

빨간 약 줄까?

파란 약 줄까?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이렇게 말했다.

신의 철학은 우주라는 거대한 책에 쓰여져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의 언어를 먼저 배우지 않으면

그의 뜻이 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 쓰여져 있는 언어는 수학이다.

산은 수학자일까?”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피타고라스는

비밀 단체를 만들어 세상의 이치에 대해 연구했다.

 

동시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던 거대한 비밀을 하나 알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자연 속에 수학이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숫자를 숭배했다.

 

직각 삼각형에서 빗변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은

나머지 두 변을 한 변으로 하는 두 정사각형의 면적을 합한 것과 같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발견했고

그들은 깜짝 놀라 그들이 가르치던 채식주의 교리도 잊어버린 채

100마리를 잡아 신에게 바쳤다고 한다.

 

어떻게 추상적인 개념인 줄만 알았던 수학이

이런 물체에 존재한다는 말인가.

어떻게 기하학적인 모양이 숫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인가?

학교에서 피타고라스 정리를 배울 때 어땠는가?

그냥 하나의 지루한 공식이었는가?

 

이건 물체의 수학적 규칙이 있을 수 있다는 첫 번째 발견이었다.

엄청난 희열을 느꼈던 피타고라스는 이렇게 외쳤다.

모든 것은 수다

 

피타고라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천재 철학자 플라톤!

플라톤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 말고 진짜 현실세계, 이데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데아는 시공간에 제한되어 있지 않고 우리가 감각적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있을 수 있게 하는 진짜 세계라고 말했다.

 

마치 시공간을 초월하면서 우리가 감각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자연에서 발견되고 있는 수학처럼.

 

플라톤은 이데아를 이렇게 설명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동굴에서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몸이 동굴의 벽을 향한 채 묶여있어 뒤를 보지 못하고

평생을 벽에 비춰진 그림자만 보며 살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그림자만 보며 살았기 때문에

이들은 그 그림자가 진짜 현실세계라고 착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 중 한 명이 동굴 밖으로 나와 바깥세상을 보며

자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세상이

진짜 세상의 그림자일 뿐이었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동굴 속 사람들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급히 전한다.

저건 가짜다.

진짜 세상의 그림자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뷰웅신.

 

플라톤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바로 그림자 세계라고 말한다.

우리가 진짜를 보지 못한 채 그림자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에서 모피어스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다.

매트릭스는 모든 곳에 있다.

우리 주변에...

지금도 이 방에 있지

맛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감옥에 태어났지.

네 정신의 감옥

 

매트릭스는 우리 정신의 감옥이다.

여기 바다에 놓인 이 평평한 종이가 2차원으로 이루어진 세계라고 가정해 보자.

2차원의 종이는 우리의 우주처럼 광활하게 무한으로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곳에 선이 하나 있다.

이 선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허송에 원점을 만들었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축을 그어 x축이라 부르고

위와 아래로 선을 그어 y축이라 불렀다.

 

그러자 이 선에 x절편과 y절편이 생겼다.

이번엔 이 두 축에 칸을 나누어 한 칸의 간격을 1이라고 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 선의 x절편은 (-6,0) y절편은 (0,4)가 됐다.

그러면 선의 한쪽 끝점이 (-9,-3)

반대쪽 끝점은 (10,9)가 된다.

 

이제 이 선을 나타낼 수 있는 상징이 생긴 것이다.

이름 없던 무작위한 선에 이름이 생겼다.

이름 없던 나의 몸에 이름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매트릭스는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원래 존재하던 선에 우리가 와서 매트릭스를 그려 넣은 것이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시간이 한참 흘러

매트릭스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그가 말하던 우리 정신의 감옥에 갇혀버린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여기 버섯이 있다.

이 버섯을 바닥에 있는 2차원 매트릭스에 투영시키면 이렇게 원으로 보일 것이다.

반대로 이 버섯을 벽에 있는 2차원 매트릭스에 투영시키면 이렇게 화살표 모양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건 화살표도 원도 아니다.

이건 반짝반짝 빛나는 버섯이다.

 

우리가 이리저리 매트릭스를 만들어 가상의 기준을 잡고 상징을 부여해 분석하려 해도

이 버섯의 진짜 모습은 매트릭스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건 그림자니까.

 

그런데 우린 태어날 때부터 우리가 만든 매트릭스에서 상징들만 보며 살아왔기 때문에

진짜 세상을 잘 보지 못한다.

우리는 현실이 뭔지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우리끼리 말해보려 하지만

현실에 대해 말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말은 말이니까.

 

달을 가리킨 손가락이 달이 아닌 것처럼

우리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봐야 한다.

 

말은 현실을 나타내기 위해 우리가 만든 상징이다.

그렇다면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는 뭘까?

누군가는 이걸 수학이라고 말한다.

 

196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Eugene Wigner

수학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수학은 거의 기적과도 같이 자연을 정확게 설명한다.

이에 대한 뭔가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도대체 수학은 뭘까?

수학은 인간이 발명한 것일까?

아니면 발견되는 것일까?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온 논쟁인데

어떤 사람은 수학이 인간이 발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우리가 발명한 게임처럼 말이다.

 

그러나 수학이 인간이 만든 게임과 같다면

우리는 이 게임의 규칙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공으로 하는 게임의 규칙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수학의 규칙은 바뀌지 않는다.

2500년 전 발견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들의 문화가 바뀌어도 똑같을 것이다.

 

그리고 피타고라스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다른 누군가가 언젠간 발견했을 것이다.

 

미국인과 유럽인 한 명씩을 데려와

그들을 한국에 천 년 동안 살게 해보자.

그러면 그들은 각자 발견하는 시기는 다르겠지만

언젠간 설학산을 발견할 것이고 언젠간 지리산을 발견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산들은 실재하니까!

 

마찬가지로 지구인인 우리가 이 우주에서 수학을 발견했듯이

안드로메다에 사는 외계인도 이 우주에서 똑같은 수학을 발견하고 있을 것이다.

 

지구인에게만 안드로메다 인에게나 수학의 규칙은 똑같다.

우리는 수학을 발명한 게 아니라 발견한 것이다.

인간이 발명한 건 이런 수학을 표현하기 위한 상징들이다.

 

물리학자들 맥스 테그마크는 이렇게 말한다.

수학이 우주를 설명하고 있는 게 아니라

수학, 그 자체가 우주인 것이다.”

 

생각을 해보자.

어떤 것이 현실이라면 어떤 것이 진짜라면

그것은 어디에서나 언제나 누구에게나 똑같아야 할 것이다.

 

유럽인 한 명이 이곳에서 지리산을 발견했는데

미국인 한 명이 이곳에서 지리산이 아니라 에베레스트를 발견하거나 태평양을 발견했다면

그건 현실이 아닐 것이다.

 

또한 우리는 지리산을 거대한 산이라고 말하지만

외계인이 나타나 이 산을 쪼끄마한 산이라고 말한다면

그 거대한 이라는 표현은 현실을 나타내는 용어가 아닐 것이다.

 

진짜 현실은

누구에게나 똑같아야 한다.

 

여기 아기 사지가 있다.

우리는 이 사자를 표현할 때 귀엽다, 사랑스럽다, 무섭다 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표현들은 이 사자의 진짜 모습을 설명하지 않는다.

이런 표현들은 다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가 만든 모든 상징을 버리고

이 아기 사자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건 바로 이 사자는 수많은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얘네들에게 붙여준 이 이름들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만든 상징이다.

외계인들은 이들을 이런 이름으로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얘네들을 진짜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귀엽다? 작다? 아름답다? 당연히 아니다.

이들의 실체는 1 +1 그리고 0이다.

 

수학은 우리가 상징을 부여하기 전부터

별들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존재했다.

이 세상에서 수학 말고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면

우리 우주 자체가 그냥 수학인 건 아닐까?

 

어쩌면 수학이 기적과도 같이 자연을 잘 설명하는 게 아니라

수학, 그 자체가 진짜 세계, 이데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