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의심이 있으면 행하지 않지만
행하게 되면 바다의 생사 위에 떠다니게 된다//
다른 얘기는 아닙니다.
갈등이라고 하는 거는
이럴까 저럴까, 이쪽도 저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마음속에서만 무거운 짐을 이렇게 지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의심이 있으면 행하지 않는다’
이렇게 표현했는데
하여튼 중생의 삶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근데 [행하게 되면 생사의 바다 위에서 떠다니게 된다.]
다른 거 없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분별로 살아온 삶을 얘기하는 겁니다.
갈등한다 하더라도
그 이쪽일까 저쪽일까 하다가
뭐 결국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잖아요.
그러면 나머지 한쪽은 버린다는 말이거든.
그게 취사선택이라고 그래요, 취하고 버린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뭔가를 이렇게 한단 말이에요
목표를 세우고 하든, 옳다고 생각하고 하든.
그게 ‘생사의 바다 위에서 떠 다닌다’
그게 생사다.
뭐 생사죠.
하나를 취할 때는 그건 생기는 거고, 버리는 건 사라지는 거니까
당연히 생사입니다.
이 몸뚱이가 살고 죽고 하는 것만 생사가 아니고.
이 생사라고 하는 것은
생멸이라고도 하는데 생기고 사라지는 겁니다.
생긴다는 말은 ‘있다’는 말이고
사라진다는 말은 ‘없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있다 없다’ ‘취한다 버린다’
이게 전부 생사에요.
그래서 중생의 세계, 이 세간은 생멸법이라고 그러는 겁니다
모든 게 생멸로 이루어져 있어요.
생기고 사라지고, 있고 없고
이렇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게 모습을 따라서 분별하기 때문에
있다 그러고, 없다 그러고 하는 거거든.
그니까 지금까지는 너무 당연하게
있는 걸 있다 그러고, 없는 걸 없다고 했는데
그게 모습을 따라서 분별하는 거예요.
내가 ‘있다’라고 하는 이 하나하나
진짜 있는 거야, 현실이야, 사실이야
우리가 보통 얘기하고 있는
내가 ‘있다’고 당연하게 여기는
그 하나하나가 진짜 뭐냐? 진실이 뭐냐?
‘왜 있는 거냐?’가 아니고
‘왜’는 필요가 없습니다.
‘왜 있는 거냐?’ ‘어떤 이유냐?’ ‘어떤 뭐를 주기 위해서 있느냐?’
뭐 이런 건 사실은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공부할 때는 방편으로 실상이 한번 통해 보라고
그런 식으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겠지만
가끔은 뭐 그런 것도 필요하죠.
자꾸 모습만 쫓아서
‘이건 세모다 네모다’, ‘옳다 그러다’, ‘좋다 싫다’만 하고 있으니까
한번 그런 분별을 막아 주기 위해서
‘도대체 뭐냐?’ 이러는 거거든.
사실은 ‘뭐냐?’ 이것도 맞지는 않아요.
우리 간화선 하시는 분 중에 화두, ‘시심마’라고 하는 화두가 있습니다.
이 우리나라에서는 ‘이 뭐꼬?’ 이러는데
‘무엇이냐?’ ‘뭐냐?’ 이 뜻이거든.
이 ‘시심마’ 뜻이.
선사들이 설법을 하실 때
예를 들면
대혜종고 스님이 주로 많이 썼던 방편 중에 하나가
죽비자화라고 해서
죽비를 들고
‘이걸 비라고 해서도 안 된다
또는 이걸 죽비가 아니라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럼 뭐냐?’
이런 거거든.
아니 이걸 죽비라고 해도 안 된다.
그럼 이게 죽비가 아닌가? 이랬더니
죽비가 아니라고 해도 안 돼.
근데 우리 생각은
이게 죽비거나 죽비가 아니거나 둘 중에 하나거든.
이게 볼펜이나 볼펜이 아니거나 둘 중에 하나야.
생각은 여기서 더 할 수가 없습니다.
‘볼펜이다, 볼펜이 아니다’
뭐 둘 중에 하나지.
뭐 ‘있다 없다’ 둘 중에 하나잖아요.
우리 분별이라는, 우리 생각이라고 하는 거는
아주 복잡한 거 같지만 단순해요.
긍정 아니면 부정이야.
있다고 하거나 없다고 하거나
이 둘밖에 없잖아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어떤 걸
우리가 생각해 낼 수 있습니까?
볼펜도 아니고 볼펜 아닌 것도 아닌 어떤 것이 따로 있냐고.
그럼, 우리가 그걸 생각해 낼 수가 있겠지.
볼펜도 아니고 볼펜 아닌 것도 아닌 어떤 것.
근데 생각은 딱 그거밖에 없어요.
볼펜이다, 볼펜이 아니다.
이걸 볼펜이라고 해도 안 되고
볼펜이 아니라고 해도 안 된다
그럼 뭐냐? 할 때
‘이 뭐냐?’ 그럴 때는
‘볼펜도 아니고 볼펜 아닌 것도 아닌
어떤 것이 따로 있기 때문에 너희가 그걸 찾아봐라’
이 뜻이 아니에요, 그 뭐냐는.
보통은 ‘볼펜도 아니고 볼펜 아닌 것도 아닌 어떤 거를
한번 찾아봐야 되겠구나’
이런 얘기를 들으면
‘찾아봐야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죠.
근데 ‘찾아봐야 되겠구나’ 하는 것도 생각이야.
그래서 찾아보려고 막 애를 쓰고 있는데
‘찾지만 않으면은 그냥 이 일이다’ 이러니까
‘아, 그러면 찾지 말아 봐야지’
그러니까 둘밖에 못 하잖아.
찾아봐야 되겠다, 찾지 말아야 되겠다
이 둘밖에 못 해 생각은.
그러니까 찾아서도 안 되고, 찾지 않아서도 안 된다
그럼, 생각은 할 일이 없어.
생각이라는 애가 할 수 있는 것은
찾거나 찾지 않거나.
그래서 가끔 저한테 신경질 부리는 도반들이 있어요.
언제는 찾지 말라고 그러더니
안 찾으면 또 안 된다고 그런다고
가끔 와서 신경질을 부려요.
‘그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이러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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