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길을 지나가다 무언가 익숙한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곳에는 밤꽃이 가득 핀 밤나무들이 있었죠.
밤꽃에서 나는 이상한 향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두 달 전인 6월, 충청남도 공주를 지나다
밤꽃이 가득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공주는 밤나무에 군락지로 유명한 지역이죠.
그래서 빨리 가방에 있던 핀셋을 꺼내서
밤꽃을 채집해왔습니다.
짜잔~!
이것이 바로 밤나무의 생식기관인 밤꽃이죠.
밤나무는 한 나무에 암꽃과 수컷을 따로 가지는 식물인데
이렇게 꽃차례가 길게 쳐진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수꽃이죠.
암꽃은 꽃대의 시작 부분에 위치해 있는 이 부위입니다.
먼저 수꽃을 자세히 관찰해 보기 위해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애벌레가 한 마리 숨어 있었네요.
수꽃은 이렇게 꽃대를 따라
수십 개가 빼곡히 위치하고 있는 모습인데
길쭉한 부위들이 수술대고
끝부분에 동그란 것이 꽃가루가 만들어지는 부위인 꽃밥입니다.
밤꽃의 냄새는
사람의 생식 물질인 정액에 냄새와 비슷하다고 표현되는데
그 냄새가 바로이 수꽃에서 나는 냄새죠.
밤꽃에서 나는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밤꽃 냄새는
실제 화학적으로도 정액의 냄새와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밤꽃 냄새는
휘발성 물질인 피롤린과
수퍼민, 스퍼미딘에 의한 냄새입니다.
이 물질들은 정액 냄새의 원인이기도 한 성분으로
약한 염기성을 띠며 비릿한 냄새를 띠는데
이것이 우리가 정액 냄새로 여겨지는 것이죠.
그런데 간혹 밤꽃 냄새가 어떤 냄새인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데
놀랍게도 피롤린의 냄새는
인구의 20% 정도는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 냄새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죠.
거기다 냄새는 굉장히 주관적인 경향이 강한 감각이라
사람마다 인식하는 것이 굉장히 다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찌 됐든 밤꽃의 냄새는
생태계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편에 속하는데
이러한 특이한 냄새의 생물학적 역할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신기하죠?
밤꽃 냄새는 해가 진 저녁에 더 진해진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은 6월에 오후쯤, 공주 여행을 다녀오셔도 좋을 듯합니다.
다음으로 수꽃의 시작 부분에 위치한 이것이 암꽃인데
이 암꽃이 바로 우리가 먹는 밤으로 발달하는 부위입니다.
발달 정도가 다른 여러 개의 암꽃을 따서
크기별로 나열해보면
이렇게 점점 부풀어 오르는 과정을 볼 수 있죠.
암꽃을 자세히 보면 윗부분에 이런 부위가 있는데
이 부위는 꽃가루가 암꽃 내부로 들어오는 부위인 암술대입니다.
반으로 잘라서 내부를 보면
내부의 씨방으로 이어지는 관도 볼 수 있죠.
바람과 곤충에 의해 암꽃 내부에서 수분이 이루어지면
암꽃을 감싸던 잎(총포)이 가시처럼 발달하여 밤송이가 되는 것입니다.
성게랑 굉장히 비슷한 모습이죠?
수분이 이루어진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는
아직 가시가 단단하지 않습니다.
좀 더 발달한 밤송이를 보기 위해
1달 후에 다시 밤나무를 찾아서 촬영하였는데
이렇게 씨방이 더 크게 부풀고
외부에 가시도 더 단단해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익은 밤송이를 잘라보면
이제 내부에서 우리가 먹던 밤의 형태가 형성된 것을 볼 수 있죠.
밤 알맹이들을 감싸고 있는 이 외피는
암꽃을 감싸던 잎이 발달하여 형성된 각두(깍정이)라는 부위입니다.
밤 밑부분의 이 흔적이 각두에 붙어있던 부위에 흔적입니다.
도토리를 둘러싼 이 모자 같은 부위도
각두에 해당하는 부위죠.
각두 내부에 있는 밤 알맹이는
종자가 단단한 과피로 덮인 밤나무의 열매인데
암술의 아랫부분이 발달하여 형성된 부위이기 때문에
여기 윗부분에 암술대가 남아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각두와 내부의 열매는 덜 익었을 때는
이렇게 초록색을 띠지만
익어가며 점점 갈색으로 변하여
가을이면 이렇게 우리가 아는 밤의 형태가 되는 거죠.
자연에서는 완전히 익은 밤은 바닥으로 떨어진 후
건조되는 과정에서 각두가 저절로 벌어지며
알맹이들이 밖으로 나오게 되고
여기서 바로 싹이 터서
밤나무로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신기하죠?
밤과 밤꽃 해부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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