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 아내가 자녀 교육을 위해 취미 시간을 줄이라는데, 어떡하죠? (2023.09.14.)

Buddhastudy 2023. 12. 4. 19:37

 

 

제가 테니스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대학교 때부터 열심히 테니스를 쳤고,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하다가

14년 전에 사랑하는 와이프를 만났습니다.

테니스를 아주 좋아해서 최소한 일주일에 세 번씩 세 시간씩 테니스를 칩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와이프가 일주일에 한 번만 치라는 거예요.

중학생 아들이 있는데 아빠가 집에 있어야 아들 교육이 잘 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가 테니스인데 그걸 하지 말라고 하니까

마음이 너무너무 무겁고 아픕니다.

하지만 와이프의 의견을 존중해서 일주일에 한 번만 테니스를 쳐왔습니다.

그 대신 와이프가 낮에는 테니스를 쳐도 된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댈라스가 낮에는 너무 더워서 테니스를 치기가 힘듭니다.

밤에 테니스장에 가야 사람들을 만나서 테니스를 칠 수가 있어요.

결혼 초기에는 테니스를 무조건 쳐도 된다고 와이프와 약속을 했는데

그때 서약서를 못 받아 놓아서

지금 이 사단을 불러온 것 같습니다.

가정을 위해서 돈도 많이 벌었는데

왜 저한테 이런 시련을 주는 건지 너무 답답합니다.

와이프를 사랑하지만

저의 이 답답한 마음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돈은 좀 있어요?

 

질문자가 돈을 들여서

조용한 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한 테니스장을 만든 다음

낮에 테니스를 치세요.

 

에어컨을 설치한 테니스장을 만들어서

친구들을 초대하면 되지요.

무료로 테니스장을 제공하면 사람들이 안 올 이유가 없잖아요.

 

아니면 지금 나가는 테니스장에

재정 지원을 해서 에어컨을 설치하세요.

돈이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돈이 없으면 불가능하고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본인이 테니스를 치고 싶은 마음과

아내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려면

돈이 좀 들 수밖에 없습니다.

 

댈러스는 워낙 땅이 넓어서 외곽에 장소를 구하면

돈이 많이 들지는 않아요.

 

낮에 한 시간 정도 교외로 나가면 되죠.

그리고 그 근방에 있는 친구들을 사귀어서 테니스를 치면 됩니다.

꼭 지금 있는 친구를 교외로 데려가려고 하지 말고요.

 

두 번째 방법은

내 생각을 바꾸는 겁니다.

만약 질문자가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를 다치면

테니스를 치고 싶어도 못 치잖아요.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잖아요.

휠체어를 타고라도 살아야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성한 다리로 테니스를 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돈이 부족하면 이렇게 생각을 바꿔야 해요.

 

...

 

자꾸 그렇게 생각하다가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나서 두 다리를 다치면 그제서야

'스님이 한 얘기가 맞네' 하게 될 겁니다.

지금이라도 내 생각을 내려놓고 건강한 몸을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테니스를 치는 것으로도

만족하며 살 수가 있어요.

 

테니스를 치고 싶어서 죽을 것 같으면

좀 덥더라도 낮에 가서 치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했을 경우에는 약간 위험이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희생을 했는데도

아이가 공부를 못하거나 부모의 말을 안 들으면

아내와 아이에게 굉장히 화가 날 겁니다.

 

나는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테니스도 안 치고

당신을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시간을 냈는데

너희는 왜 이거밖에 안 하느냐?’

 

자신을 희생했다고 생각하면

상대에 대한 요구가 생깁니다.

앞으로 그 요구가 불만으로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질문자의 생각이고

아내와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부가 헤어져서 자녀 교육을 위해

아내가 아이만 데리고 온 사람을 기러기 엄마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유학을 온 아이들의 대부분이

공부로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아이의 공부를 위해서 해외까지 온 엄마는

남편도 없고 친구도 없고 하니까

오직 자녀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향해

나는 너를 위해서 아빠와 헤어지고 이렇게까지 와 있는데

너는 공부도 안 하고 딴짓하느냐?’

이런 마음을 항상 갖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잔소리를 많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죠.

그걸 헤아릴 줄 알면 어른이지 아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점점 아이와 갈등이 심해지고

결국 아이는 엄마를 향해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원해서 나를 여기에 데려와 놓고

내 핑계 대고 나한테 책임을 지우네

 

하지만 화가 나면

반드시 속으로 생각한 것을 밖으로 내뱉는 시점이 옵니다.

그렇게 되면 엄마의 속이 완전히 뒤집어지죠.

그래서 자녀 교육이 원만하지 못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빚어지게 될까요?

자신이 희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아내가 항상

내가 남편을 위해서 희생하지만, 남편은 내 마음을 몰라준다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직장을 나가지 않는 가정주부들은

대부분 주말이 되면

남편이 자신을 데리고 외출해 주기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일주일 내내 아이하고 집에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는 대부분의 남편들은

나는 직장에서 일주일 내내 스트레스를 받아서

주말에는 쉬고 싶은데,

아내가 주말마다 나를 못살게 군다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일주일 내내 집에 갇힌 나를 위해

주말이라도 시간을 내주어야 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완전히 시각이 다릅니다.

 

은퇴 후에도 부부 갈등의 양상이 비슷합니다.

남편은 직장에서 40년 일했으니까 이제는 좀 놀아도 되겠지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내는 당신이 돈을 벌어줄 때는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었지만

이제는 집에서 노는데 왜 그런 일을 내가 해줘야 하느냐?’

하면서 화를 냅니다.

그래서 은퇴 후에 갈등이 더욱 심해집니다.

왜냐하면 서로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질문자 역시 그렇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생각해라이렇게 얘기하는 겁니다.

 

만약 질문자가

나는 아이와 아내를 위해서 참고 헌신했다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면

나중에 갈등이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그냥 테니스를 치고 싶은 대로 치고 사는 겁니다.

아내가 뭐라고 하면

나는 이걸 안 하면 죽을 것 같아하고 말하고

테니스를 계속 치면 돼요.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사는 거죠.

그래서 만약 아내가 보따리를 싸서 가면

안녕히 가세요하면 됩니다.

 

이런 나를 받아들이면 같이 살고,

이런 나를 못 받아들이면 나도 같이 살 수가 없다.

나는 결혼하기 전에도 이야기를 다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양보를 못 한다.’

이렇게 아내에게 말한 후 마지노선을 긋고 살면 됩니다.

 

...

 

만약 서약을 했다면 갈등이 더욱 심해집니다.

서약을 하면 질문자가 정당성을 더 주장하게 되거든요.

 

똥 누러 갈 때의 마음하고 똥 누고 난 뒤의 마음은 다르다하는 속담도 있잖아요.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을 하기 위해 그렇게 약속을 한 것이고

이미 결혼을 했는데 약속을 지킬 필요가 뭐가 있어요?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항상 변하는 거예요.

이때는 이렇게 되고 저 때는 저렇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상대가 나를 배신했다’, ‘상대가 약속을 안 지켰다그런 말들은

모두 틀린 말입니다.

사기꾼이 아닌 이상

처음부터 약속을 어길 작정을 하고 약속을 하진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기꾼은 아니잖아요.

그때는 마음이 그랬고 지금은 이런 겁니다.

 

아내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없을 때는 질문자의 취미를 포용한 겁니다.

하지만 아이가 크니까

아빠와 아이가 같이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지금 아이가 아내의 말을 안 듣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아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 물어보고

질문자가 아이와 조용히 협상을 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네가 엄마가 원하는 것을 해주면 아빠가 용돈을 좀 줄게.

그리고 주말에 같이 놀아줄게.’

 

이렇게 아이와 협상이 되면

지혜롭게 문제를 풀 수가 있어요.

 

아내가 결혼 전에 약속했기 때문에

내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거나,

사랑하는 아내 때문에

내 취미 생활을 못한다고 불만을 갖거나

이런 행동은 현실에 깨어있지 못한 겁니다.

 

옛날에는 그랬고, 지금은 상황이 바뀐 거예요.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문제를 풀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할 수도 없고

상대가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도 없어요.

그 사이에서 어떻게 조정하는 게 좋겠는지

아내와 대화를 해서 타협을 해야 합니다.

아이와도 협상을 해야 하고요.

 

자신을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서 길을 모색해 나가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