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를 기록할 것인가.
현재를 사는 분들
내 삶에서 꼭 기억하고 싶었던 분들
대단히 빛나는
전면에 서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같이 살고 있는 사회에도
나중엔 역사로 기록될 한 부분이니까...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 좀 그런 평범하지만 용기 있는 이런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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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다른 게 있어요.
거룩한 일을 하고 역사 속에 나온 사람들은 목적의식이 분명해요.
이분들은 누군지 몰라요.
저 사람이 범죄자인지, 소매치기인지, 내지는 부도덕한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불구덩이 속에 뛰어가는 거거든요.
2001년 3월 4월, 오전 3시 48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아들이 건물 안에 있다.”
“어디야? 사람 있는데 어디야?”
“어디에 사람 있어?”
지체없이 낡은 건물로 들어간 소방관들
불이 나면 그렇잖아요.
보통 불구경하러 가잖아요.
동네에 불이 어쩌다 나게 되면 사람들 다 모여서
‘뭐 안에 어떻게 됐대, 어떻게 됐대’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누구 하나 안 들어가요.
왜냐하면 가족이 아니니까.
가족이 아니고 모르는 사람이니까.
모르기는 매한가지거든요. 소방관들도.
언제나 마음 한편에 조금 걸린 느낌 있잖아요.
다들 겁이 나서 도망 나오는 곳으로
이분들은 그냥 들어가셔야 되는 거잖아요.
이게 좀 아마 그분들한테는 진부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겁나지 않으세요? 들어갈 때 가족들 생각나지 않으세요?”
누군가의 가족을 찾아 소방관들이 화염 속에서 헤맬 때
더욱 거세진 불길
오전 4시 11분
건물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뛰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소방관 6명 현장에서 순직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주소서
-어느 소방관의 기도 중
솔직히 저도 들어가면 사람인지라 무섭고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들어갑니다.
왜?
우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나로...
-이성촌 대장 (경력23년차 소방관)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 나는 이 사회가 아직 살 만하다고 느낀다.
얼굴도 모르는 우리를 누군가 구하러 간다는 것이니까”
김기석 장석찬 박동규 김철홍 박준우 박상옥
(~2001.3.4)
김은희, 장항준
6명의 의인을 기억하여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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