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MBC1919-2019 기억-록

[기억록] 박연경, 권정생을 기억하여 기록하다.

Buddhastudy 2019. 12. 24. 19:34


수수꽃다리가 피는

5월을 사랑했던 사람

 

감나무 있는 마을에 가을이 오면

푸른 하늘이 되고 싶다던 사람

 

눈 내리는 겨울도

봄이었던 사람

 

좋은 동화 한편이

백번 설교보다 낫다

 

그가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

모든 계절이 겨울 같았던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그 역시도 평생을 지독한 가난과

병마에 시달렸습니다.

 

그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들

이웃

 

사실 너나 할 것 없이 굉장히 배고팠던 그런 시기잖아요.

그럴 때 내가 가진 주먹밥에 반을 떼어서 나눠줬다.

이렇게 앞뒤 가리지 않고 도와주신 이웃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견뎌내신 게 아닐까요

-박연경

 

주변의 도움으로

교회 종지기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던 어느 날

강아지 똥과 마주했습니다.

 

강아지 똥이 잘게 부서진 자리에 민들레 꽃이 핀 것을 보고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쓸데없는 것은 하나도 없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동화 <강아지똥>

1969년 제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 당선

 

잘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게

더 아름다울 수 있어요.

그것들을 찾아 이야기로 썼던 겁니다.”

-먹구렁이 기차 서문

 

이웃, 가족, 친구, 자신...

그 모든 것들이 사랑했던 동화속 주인공들...

 

몽실언니

해룡이

엄마 까투리

 

그들을 그려낸

동화작가 권정생

 

나중에는 한 이 정도?

열평 남짓의 흙집에서 생활하셨거든요.

그곳에서 하루는 동화를 쓰고

또 이틀은 끙끙 앓고

또 하루는 동화를 쓰고

또 아프고

그리고 또 다시 희망을 이야기 하고...”

 

거지가 글을 썼습니다.

전쟁 마당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얻어먹기란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어찌나 배고프고 목말라 지쳐버린 끝에

참다못해 터드린 울음소리가 글이 되었으니

글 다운 글이 못됩니다.

-강아지똥 서문

 

아이들이 아픈 역사 속에서도

서로 돕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길 바랬던

권정생

 

애들은 어차피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데

그 속에서 살아가잖습니까

아이들이 잘못되고, 삐뚤어지게 되는 원인도

사회가 만든 거거든요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망적인 것은 없다.

 

누구나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있으면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듯이

그렇게 동화를 썼는지도 모른다.

 

권정생이 평생 모은 10억 원의 인세는

그의 뜻에 따라 아이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권정생

(1937.9.10~2007.5.17)

 

박연경

권정생을 기억하여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