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향을 잃은
누군가에게 전하는
어느 ‘나무’의 위로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쇠의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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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시는 분은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약 20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1988년)작년 8월 14일 출소했습니다”
그가 감옥에서 보낸 시간
20년 20일
육군사관학교의 경제학 교관이
그토록 긴 시간 감옥에 갇힌 이유
/간첩단 체포, 1968년 통일혁명단 사건으로 구속/
최근 중앙정보부는 큰 규모의 북한 괴로 간첩단을 일망타진했다고 밝혔습니다.
무력적화통일을 위해 가칭 통일 혁명당을 조직하고,
우리나라의 지식층 학생 청년들을 빼서 침투공작을 준비하다가 일망타진 된 것입니다.
“나는 통일혁명당이라는
단어를 구속된 이후에
처음 들었다”
그때 나이가 27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한창인 나이에 영문도 모른 채 간첩이 되고,
무기징역수로 살아야 한다는 게
얼마나 깊은 절망이었을까 싶은데...
“저는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알몸으로 벗기어졌고
전기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저는 양심이 걸레처럼 천대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위기를 벗어날 지혜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20년 동안
좌절 대신 그가 택한 어둠 속 자유
휴지와 봉함엽서에 적어 내려간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사색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
가장 밑바닥 깊은 곳에서 시작된 사색은
암울한 시대를 넘어 세상과의 담론을 이끌어 나갑니다.
‘20년의 감옥 생활은
나의 또 다른 대학 시절이었다’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더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남긴 위로
’한 사람의 인생은
무엇을 이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인생에
시대가 얼마나 들어와 있는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를 정직하게 호흡하고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며
먼 길을 함께 걸었으면 합니다.
저도 그 길에 동행할 것을
약속드리지요‘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20년을 세상과 격리되었음에도
무엇보다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한
한 그루의 나무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 ’생각하는 나무‘
신영복
(1941.8.23~2016.1.15)
변진섭,
신영복을 기억하여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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