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시각과 청각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고
후각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진화의 역사상 최초로 진화한 감각은 바로 후각으로 여겨집니다.
원시 수프 가설은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원시 수프나
고대의 바다 같은 화학 물질이 풍부한 환경에서
지구의 초기 원시 생명체가
화학물질을 담고 있는 주머니의 불 한 기본 세포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이런 환경이라면 생존의 측면에서
초기 생명체가 감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는
빛, 소리, 열, 압력보다
주변 환경의 화학적 변화였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 환경에서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기관은
바로 후각이 있을 것입니다.
생명체는 감각을 이용해서 외부 환경을 감지하고
그 정보를 활용해서
해당 환경을 탐색했습니다.
사물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거나
사물이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그쪽으로 나아가거나 거기서 멀어질 수 있어야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기억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해마는
후각계와 구조적으로도 가깝습니다.
지금껏 알려진 증거에 따르면 후각의 해마는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서로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며 진화해 온 것 같습니다.
뇌 과학자들도 해마의 또 다른 핵심 기능
원초적 기능을 탐색으로 봅니다.
실제로 수많은 연구에서 해마는
우리가 주변 환경에서 길을 찾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왔습니다.
복잡한 대도시 이곳저곳을 넘나들며
여러 해 동안 지리를 기억해 온 런던 택시 운전사들이
평균치보다 큰 해마를 가지고 있다는 유명한 연구도 있죠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후각계와 해마는 오랜 세월 함께 진화해
현대인의 전체적 뇌 구조와 배치를 형성했으며
오늘날 지배적인 다른 감각들은
나중에야 추가되었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후각 수용체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들은
우리 유전체의 3%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는 시각, 청각, 미각, 촉각이
각각 0.01% 미만을 차지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많은 부분입니다.
후각은 생각보다 더 생존에 중요하고
우리의 기억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감각인 것입니다.
뇌과학자 딘 버넷의 책 <감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에서는
실제로 후각은 뇌에서
기억이나 감정의 작용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고
사람들이 보통 알아차리지 못하는
매우 강력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냄새가
다른 자극보다 더 강하게 감정적 반응과 기억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익숙한 향수 냄새를 맡으면
그와 연관된 기억과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후각은 발달 측면에서도 가장 오래된 감각입니다.
우리는 태내에서 이 감각을 얻는데
상당수의 연구자는
후각이 인지발달 초기에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고 여깁니다.
발달의 초기 단계에서 다른 감각들 다 중요했던 만큼
후각은 어린 시절에 더 두드러지며
그에 따라 어릴 때의 기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시각적, 청각적, 단서에 의해 촉발된 기억은
10대 시절의 최고조에 달하지만
후각에 의해 촉발된 기억은
그로부터 약 10년 더 거슬러 올라가
대부분 6세에서 10세 사이에 형성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후각에 의해 촉발된 기억은
다른 감각적 자극에 의한 기억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특정한 냄새가 어린 시절의 생생한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셈입니다.
후각과 관련된 기억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다른 감각과는 달리
이전의 후각 기억이
이후의 후각 기역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뇌는
처음 냄새 맡았을 때의 기억을 우선시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그것과 모순되는 경험을 해도
영향을 덜 받습니다.
다시 말해 어릴 때 맡은 어떤 냄새가
주관적으로 좋은 냄새로 기억되면
그 냄새에 대한 안 좋은 경험을 해도
여전히 그 냄새는 좋은 냄새로 남습니다.
그리고 후각에 대한 기억은
일반적으로 다른 감각에 대한 기억보다 더 생생한데
왜 후각에 대한 기억은 더 강력할까요?
다른 주요 감각들은
시상을 통해 해마의 기억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시상이란
뇌의 깊은 중앙부에 자리한 중요 부위로
뇌의 특정 부분에서 필요한 곳으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감각 정보가 생성된 곳에서 해마로 보내져
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도 이 일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후각은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후각계는 진화적으로 먼 옛날부터 해마와 결합되어 있기에
시상을 거치지 않고도 기억 시스템에 직접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마치 VIP 입장권을 가진 사람이
길게 늘어선 줄을 기분 좋게 건너뛰고
출입구로 직행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 과정은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해마는 후강 네트워크 가운데 꽤 유명하긴 하지만
아직 상대적으로 잘 연구되지 않은 부분인
전후각신경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냄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날 때
해마가 이 영역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매우 복잡한 과정이지만
우리가 어떤 냄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
기억만을 떠올리는 건 아닙니다.
해마는 후각 네트워크와 특수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그 냄새를 다시 맞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후각 수용체가 특정한 냄새에 의해
다시 작동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 과정은 우리가 특정한 모습이나
소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 경험하는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두드러집니다.
이 또한 뇌가 냄새와 관련된
모든 뉴런들의 시냅스 연결을 통해
냄새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을 재활성화하는 것이 더 쉽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후각은
기억을 형성하고 촉발하는 일에서
다른 감각들 다 유리합니다.
후각이 기억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이유는
뇌의 감정적 과정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의 기억 체계는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정 냄새는 현재 상황과 상관없이
사람의 특정 감정상태를 안정적으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 반대로 현재 감정상태가
냄새에 대한 인식을 바꾸거나 왜곡할 수도 있습니다.
실험에 따르면
중성적 냄새를 맡게 하면서
그 냄새가 역겨울 것이라는 말을 미리 들으면
실제로 역겨운 냄새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중성적인 어떤 냄새가
기분 좋을 것이라는 말을 미리 들으면
실제로 그 냄새를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두 사례 모두 동일한 중성적 냄새라는 사실은
우리 뇌가 종종 알아채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후각은 개인들 사이에서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분비한 땀 냄새를 들이마시면
어느 정도의 두려움을 경험하게 되었고
슬플 때 흘린 눈물의 냄새를 맡으면
마찬가지로 감정 상태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후각계의 활동은
감정반응의 중심인 편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각과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다양한 영역들은
신경 해부학적으로 상당 부분 겹칩니다.
그리고 자료에 따르면 후각에 의해 촉발된 기억이
다른 유형의 단편적인 기억보다
항상 더 많은 감정적 내용을 포함합니다.
냄새를 맡을 수 없는 후각소실을 앓는 사람들은
후각을 잃기 전과 비교하여
기억의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했으며
심지어 때로는 감정 폭이 둔화되었다고도 말했습니다.
때로는 조염병이나 우울증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후각기능이
저하된다는 사실 역시
뇌에서 감정처리와 후각처리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처럼 후각은
생각보다 우리의 감정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감정이 좋치 않을 때
맑은 공기와 좋은 자연환경에서 산책하며 호흡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는 아로마테라피를 이용해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향을 찾아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시트러스 향기는 활력을 주고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실제로 레몬밤 오일을 이용해
치매 환자의 불안과 우울을 감소시킨 연구도 있습니다.
단 개인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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