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되거나
일을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다른 것을 보고 있게 된 경험이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먹으면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뇌는 너무나도 쉽게 주의력이 흩어집니다.
우리의 주의력을 빼앗아 가는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뇌과학자 아나이스 루는 대표적인 몇 가지를 설명합니다.
먼저 우리는 폭 넓고 빠른 움직임에 주의를 빼앗깁니다.
예를 들어
눈앞을 갑자기 휙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면
우리는 주의력을 빼앗깁니다.
이것은 우리의 뇌가 생존을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우리를 위협할 수 있을 만한 자극은
주의를 먼저 쏟게 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것들보다는
사람의 얼굴에 주위를 쉽게 빼앗기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쏟는 대상에도 주위를 빼앗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본다면
나도 모르게 그곳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또한 우리는 특정한 색상이나 모양, 크기, 빛나는 것 등에
주의를 빼앗깁니다.
그리고 또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습관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온 것에
주의를 빼앗깁니다.
불이 켜져 있는 가스레인지나 신호등에 빨간불
혹은 특정 사람의 목소리나 특정 신호등에
습관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왔다면
그 자극에 의해 주의를 쉽게 빼앗기게 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돌출 요소]라고 하는데
우리의 주의력을 자동으로 앗아갑니다.
이것은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뇌에는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자극들을 감지하는 데 특화된
뉴런 집단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강력한 감정을 일깨우는 자극을 처리하는 편도체의 뉴런들도 있고
색상과 형태를 분석하는 시각 영역의 뉴런들도 있고
안면 인식에 특화된 방추상회의 뉴런들도 있습니다.
다양한 자극들을 감지하기 위해 뇌는 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자극들을 다 감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뇌는 주의력을 스포트라이트처럼 작동시킵니다.
중요한 것에만 주의력을 쏟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주의력 스포트라이트에 들어가지 않는 움직임은
눈에 띄지도 않고, 의식으로 지각되지도 않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부주의 맹시]라고 합니다.
2020년 미국의 뇌 과학자 마이클 코어는
피험자들에게 가상현실 고글을 쓰게 한 뒤
총천연색 풍경을 보여주며
어느 한 곳에 집중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은 피험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이 이미지를 서서히 변형시켜
그들의 시선이 집중된 부분만 컬러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흑백으로 바꿨습니다.
놀랍게도 피험자의 83%는
자신의 시야에서 색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웨스턴 워싱턴 대학교의 또 다른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을 4그룹으로 나누어
모두 같은 코스의 산책길을 걷게 했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걷는 그룹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는 그룹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며 걷는 그룹
-조용히 혼자 걷는 그룹
연구자들은 걷는 도중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외발 자전거를 타는 광대를 지나치게 했는데
실험 결과
전화통화를 하며 산책을 했던 피험자들은
광대를 보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주의력과 지각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빈틈이 있습니다.
아마 마술을 보며 신기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마술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
주의력과 지각의 빈틈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관객의 주의력을 철저히 지배하기 위해
자신의 동작, 무대 조명, 섬세하게 설계한 마술 도구 등을 이용합니다.
당신의 주의력에 틈이 있기 때문에
마술에 속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의력의 주인이자 노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부 환경의 요소들이 우리의 주의력을 속수무책으로 사로잡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방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뇌과학에서는 이것을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상향처리]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위는 우리의 뇌, 우리의 지배력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 오는 빛이 우리의 눈에 도달하면
전기 활동을 일으키고
이 전기 활동은
우리 뇌의 시각 피질 속 시각 시스템
사물의 식별에 관여하는 영역
움직임과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영역에까지 전달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력을 지배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의지로 어떤 일이나 대상에 집중할 때는
이때는 우리가 주의력의 주인입니다.
다시 말해 뇌에서부터 처리 과정이 시작됩니다.
일상에서 이러한 상향 처리와 하향처리는
주의력의 통제권을 놓고 끊임없이 다툽니다.
당신은 아마도 일을 처리하기 위해
무언가를 휴대폰으로 검색하다가 광고가 뜨는 것을 보고
광고를 한참 쳐다보거나 클릭하고
다시 정신 차리고 하던 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우리의 주의력이 상향처리에 의해 흩어졌다가
하향처리에 의해 다시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죠.
이 현상을 잘 보여주는 ‘칵테일 파티 효과’라는 유명한 연구도 있습니다.
시끄러운 파티에 가도
우리는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가 있습니다.
친구에게 주의력을 집중시키면
즉 하향처리를 하면
주변의 다른 소리들은 잘 들리지 않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즉 상향처리가 일어나면
당신의 주위는 빼앗겨 그쪽으로 시선이 돌아가게 됩니다.
이것은 뇌가 평소에도 주위의 모든 자극에 노출되고 있지만
주의력에 따라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는 의미입니다.
프랑스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뇌는 자극을 받을 때마다
약 4분의 1초(0.25초) 이내에
그 자극의 주의력을 쏟을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주의력 시스템은
1초에도 여러 개의 결정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뇌는 쉬지 않고 어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주의력의 내부 통제력은
언제나 어떤 자극들에 휘둘릴 수 있으므로
믿을 만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즉 우리가 완벽히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죠.
그래서 주의력은 매 순간 방해를 받고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장시간 집중을 유지하기가 그렇게 힘든 것입니다.
특히나 아주 짧은 시간에도 수백 수천 가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요즘은
더욱더 주의력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 근처에 있기만 해도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어도
심지어 스마트폰이 꺼져 있어도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주의력은 감소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뇌가 받아들이는 많은 정보 중에
우리는 그중 일부에만 주의력을 쏟을 수 있고
주의력은 쉽게 흩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지나 노력으로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주변을 자극 없는 환경으로 바꾸거나
자극이 없는 환경으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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