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생각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죠.
사이언스지에 실린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이 83개 국가의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어떤 행동을 할 때 행복하거나 불행해지는지를
휴대폰 앱을 활용하여 연구했습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사랑을 나눌 때
-운동할 때,
-대화할 때
-놀 때
-음악을 들을 때 순으로 행복하다고 느꼈고,
부정적인 생각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가장 불행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처럼 부정적인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삶을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드는데
더군다나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한 번 떠오르면
그것에서 헤어 나오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뇌는 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뇌가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생각을 반복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고
뇌에게 있어 생존이 행복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인류는 식물의 열매를 채집하거나 동물을 사냥하며 살아왔습니다.
주변에는 항상 위험 요소가 많았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잘 학습하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했고,
생존을 우선하는 뇌는
생각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인류의 생존 능력을 극대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열매를 따다가 호랑이를 마주쳐서 급히 도망쳤다면
우리 뇌는 그 일을 반복해서 떠올립니다.
그리고 이것은 다음번에는 더 빠르게 위험에 대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위험했던 경험을 반복해서 생각하는 것은
불안감과 긴장을 유발하지만
생존에는 더 유리한 것입니다.
즉 생각의 반복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뇌의 전략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은
우리 뇌를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때의 뇌와
같은 상태로 변하게 합니다.
뇌의 감시탑 역할을 하는 편도체가
불안과 긴장을 유발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는 등의 반응을 만들어 냅니다.
그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체를 준비시키는 것이죠.
만약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중앙 관제탑이라고 할 수 있는 내측전전두피질이
편도체의 활성화를 억제하여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뇌의 이 기능들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위협이 없고 사라진 상황에서도
긴장과 불안을 유발하거나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피츠버그 대학교의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할 때
편도체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긴장과 불안을 유도하는 것이죠.
그리고 반복된 생각은 뇌를 지치게 합니다.
이것을 [정신 피로]라고 하는데
인지활동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유발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하는 것을 멈추지 못합니다.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배종빈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책 <생각의 배신>에서는
저자가 직접 진료하며 겪은 실제 사례와 함께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빠지는 원인과 빠져나오는 방법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방법은 [메타자각]입니다.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각에 빠지는 순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생각에 빠졌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인지기능을 [메타자각]이라고 하는데,
메타 자각은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아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안 좋은 생각들이 계속 들어서
무언가에 집중할 수가 없어’ 라든가
‘오늘 있었던 안 좋은 일이 계속 생각나서 벗어날 수가 없어’라는 말은
메타 자각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메타자각 능력은
사람마다 그리고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수시로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기 생각에 대해서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도 합니다.
[메타 자각]은
메타인지라고 불리는 사고 과정과는 다릅니다.
[메타인지]는
우리가 특정 방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나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라’든가
‘나는 심사숙고해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어’라는 말이
메타인지의 예입니다.
심리학자 아미시 자는
메타인지는 메타자각과 같은 것이 아니며
메타자각을 대신할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때
바로 그걸 자각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타자각을 통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생각에 빠져 있을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하고
생각에 빠지는 순간
벗어나는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메타자각을 통해서
생각에 빠지는 순간을 알고
생각에 빠져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면
생각에 빠지지 않고 해야 할 일들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생각에 빠지게 되는지
어떤 생각이 나를 생각에 빠뜨리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메타 자각이
전문적이고 어려운 기술로 느껴질 수 있지만
어렵지 않고 간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라는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됩니다.
이 질문을 떠올린 순간
우리는 메타자각능력을 활용하여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각에 빠져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이 질문을 하고 답하는 습관을 드린다면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메타 자각을 이용하여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의식하는 것은
생각에 빠지는 순간을 알아채고
빠져나오는 법을 배우는 데 필요한 방법이면서
동시에 그 자체만으로도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뇌는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동시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잠시라도 생각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에 빠지게 되는 순간은
우리가 움직이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입니다.
이때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데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주로 휴식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들입니다.
이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거나
미래에 대한 상상, 자기 인식, 타인과의 관계 등을 생각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목적 없이 이 생각, 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죠.
시카고의 일리노이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이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는
생각을 반복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이 기능이 과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이렇게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빠져나오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우리의 뇌는
몸을 움직일 때 필요한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신경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합니다.
몸을 움직일 때
1차 운동피질, 전운동피질, 보조운동영역, 후두정엽피질 등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뇌 영역들이 활성화되면서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등의 뇌 영역들은 억제되고
반복되는 생각들은 멈추게 됩니다.
그러니 부정적인 생각에 빠졌을 때
우리가 몸을 움직이면
생각은 줄어듭니다.
식상한 답일지 몰라도
운동이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우울장애나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들도
운동을 병행했을 때 증상이 더 빨리 호전되었고
시드니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환자들이
치료와 함께 운동을 병행했을 때
일반적인 치료만 받은 사람들보다
증상이 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운동을 습관화]하는 것입니다.
런던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어떤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세 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무언가를 먹는 행동이 습관이 되는 데는 65일이 걸렸고
마시는 행동이 습관이 되는 데는 59일이 걸렸는데
반면 운동이 습관이 되는 데는 91일이 걸렸습니다.
간단한 행동은
비교적 빠르게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경향이 있지만
복잡하거나 힘이 드는 행동은
습관이 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생각의 배신>에서는 이 밖에도
공간에 변화를 주거나
취미를 활용하거나
뇌의 특성에 따라 대응하는 등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서 벗어나는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들 공유합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능력을 진화시켜 왔지만
그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생각으로 우울 불안을 겪으시는 분들게
이 책이 꼭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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